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경실련 이석연 사무총장은 이번 공개토론회에서 시민운동과 낙선운동에 대한 커다란 견해차이를 나타냈으며, 여기에 전 경실련 사무총장을 지내고 현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집행위원장을 맡은 서경석 목사까지 가세하면서 시민운동의 정치참여와 권력화 현상, 그리고...

우리나라 대표적 시민단체의 수장들이 시민운동지원기금 주최로 지난 1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시민사회발전을 위한 대토론회'를 가졌다.

이번 공개토론회는 한국시민단체의 대표적 시민운동가 박원순(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석연(경실련 사무총장), 서경석(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집행위원장) 지은희(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최열(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손봉호 서울대 교수 등 시민운동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10년만에 시민단체의 위상 및 시민운동사의 총체적인 점검을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깊다.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경실련 이석연 사무총장은 이번 공개토론회에서 시민운동과 낙선운동에 대한 커다란 견해차이를 나타냈으며, 여기에 전 경실련 사무총장을 지내고 현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집행위원장을 맡은 서경석 목사까지 가세하면서 시민운동의 정치참여와 권력화 현상, 그리고 낙선운동의 적법성, 시민단체 관료화 문제 등 한국시민운동에 대한 진단과 자기반성,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열띤 격론을 벌였다.

최열 사무총장은 "시민단체 활동 3년 하면 머리가 비고, 5년이 되면 가슴이 뚫린다"며 "진짜 나라를 위해서 몸을 던진 사람이 더 공부하고 더 좋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독려는 못할망정 오히려 시민단체 간부들이 잘못했다, 탈법이다 하는 데 그 사람들은 이슬만 먹고 삽니까?"며 시민단체의 간부들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토론회의 하일라이트는 박원순 사무처장과 이석연 사무총장의 지난 총선에서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불법논쟁과 시민단체의 권력화와 그에 따른 정치참여에 대한 혈전이였다.

이석연, "시민단체의 정치참여는 시민운동의 정체성 혼란 야기"

이석연 사무총장은 시민운동과 권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에 대해 "시민단체는 필연적으로 권력 등과 항상 건전한 긴장 갈등관계를 전제로 활동할 수밖에 없다"며 "처음부터 시민단체가 권력과 협조하고 보완하는 관계로 출발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NGO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시민단체에 관여하는 인사들의 정부요직 진출이나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것 자체를 터부시하거나 비판할 생각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시민단체에 몸담고 있으면서 특정 정권이나 특정 정파나 특정 정당과 연계를 맺어서 시민운동의 방향을 왜곡시키면서 그 대가로 공직에 진출하는 것은 시민운동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시민단체가 정치 참여에 경계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시민들이 시민단체가 벌이고 있는 정치개혁운동에 대해서 많은 지지와 공감대를 형성해서 보냈다고 해서 시민단체들의 직접적인 정치참여까지도 지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또한 한국시민운동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시민단체가 추구하는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 걸친 개혁운동은 어디까지나 법치주의, 적법절차, 그리고 자유시장경제 질서라는 우리 헌법의 기본 원리를 준수해야 한다"며 지난해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은 초법화된 운동이였음을 밝혔다.

그는 발제를 마무리하면서 시민단체는 개혁의 주체라기보다는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 개혁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개혁으로 가고 있는가를 국민과 함께 감시하고 독려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하지, 시민단체가 법치주의를 뛰어 넘는다던지 개혁을 위해서 법치주의도 초월해서 간다는 것은 경악할 일이며, 시민단체가 추구하는 개혁 역시 헌법 합치적인 법 테두리 내에서 적법 절차를 받아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순씨 "시민운동가는 정당한 법질서를 지키기 위해 시민운동을 하는 것"

뒤이은 박원순 사무처장은 "제가 오늘 좀 특별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라며 준비해온 50여 페이지의 발제문을 대신, 이석연 사무총장의 발제문을 반박해 가면서 토론회장 분위기를 일순간 긴장감 맴돌게 만들었다.

박 처장은 우선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적법성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2000년 4월 총선, 그때 이석연 총장님은 법을 어기지 않았습니까?"라고 물으면서 "이 총장님도 당시 선거법 87조를 어겨서 검찰의 소환까지 당했지만 오히려 그 이후 총선연대가 모든 것을 걸고 싸웠기 때문에 낙선 후보를 리스트로 만들고 발표하는 행위까지는 괜찮다고 바뀌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시민운동가는 신념을 가지고 다음 세대를 위해 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법을 지켜야 한다는 말엔 동의하지만 현존하는 법만 지켜야 한다, 그것은 공안검사의 논리나 다름이 없다 시민운동가는 현존 법질서를 지키기 위해 시민운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법질서를 지키기 위해 시민운동이 있는 것이다"라고 두 번째 직격탄을 날렸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이석연 사무총장은 "이건 내 발언에 대한 인신공격이지 발표가 아니다"라며 발끈나서기도 해 잠시 혈전이 오고가기도 했으나 박 사무처장은 비판의 화살을 놓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시민단체의 정치참여에 대해 "기본적으로 참여연대는 그 결정에 동의하지도 정치참여도 고려치 않고 있지만 시민단체가 한 두 개 있는 것도 아니고 2만 개 이상 되는 단체가 존재하는 데 다양성은 인정해야 한다"며 "환경운동연합이 정치참여의 길을 선택했다면 비판할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우리 나라도 녹색당과 같은 제3의 정당이 나와야 할 것 아닌가?"라며 정치참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지은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역시 "NGO의 정치참여에 대한 여성연합도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을 못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성급한 비판은 기존 정치권이 시민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정치진출을 막고자하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정치권과 언론의 보도태도에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나 내년 지방선거 특히 지방의원선거에 참여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는 환경운동연합의 최열 사무총장은 "환경연합이 국회의원 진출하는 것도 아니고 대선에 진출하는 것도 아니다 기초의회에 나가는 것이다"라며 "부동산 업자, 돈 있는 사람들,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기초의원에 좋은 생각을 가지고 시민단체에 활동하는 사람이나 회원, 주부, 전문직 사람들을 모아서 교육시키고 올바르게 진출하게 하는 것이 무슨 권력의 문제이고 정치참여입니까?"라며 시민단체의 정치참여에 대해 순수하게 봐줄 것을 당부했다.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안튀길' '얼굴을 붉히며 언쟁을 벌였다는 것은 잘못된 처사'

이러한 공개적인 논쟁은 시민운동 10년 역사 이래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네티즌들 역시 비상한 관심을 가졌다.

우선 참여연대 게시판에는 '경실련-참여연대 논쟁 자칫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안튀기를(시민단체직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번 토론회를 접하면서 "한 시민단체의 사무국장으로서 이젠 시민운동이 한국사회에서 또다른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 시민들로부터 격리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감을 느꼈다면서 "중소규모단체 운영관리자로서 이런 내부비판의 자리가 너무 성급하게 개최되었다"고 이번 공개 토론회의 시기적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또 '반성하는 모습부터 보였으면(아쉬워서)'이라는 글에서는 "이석연총장이 지적한 내용이 100% 옳다고 말할 수 없지만 현실을 제대로 직시한 것도 상당부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박원순처장이 시민단체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고 이를 계기로 발전된 방향을 모색하기보다는 얼굴을 붉히며 언쟁을 벌였다는 것은 잘못된 처사로 보인다", '한국사회를 지키는 가장 근본적인 책임은 시민 개개인에게 있다(참여)' 등 시민단체 대표의 토론태도에 대해 아쉬워하는 글과 시민개개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까지 다양한 글들이 올라왔다.

참여연대보다 다수의 관련글들이 올라온 경실련 게시판에는 '참여연대는 경실련에 대한 감정적 비난을 중단해야 한다(장미의 신부)'는 네티즌은 "도대체 이석연 사무총장이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시민운동이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말이 잘못된 말인가? 시민운동단체라도 법을 준수하는 범위내에서 시민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잘못된 말인가? 혹자는 이석연 사무총장의 발언이 수구세력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데 어불성설이다"고 이 총장을 두둔하는 글부터 '단체는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smk)'라는 글에서는 "최근의 이석연씨의 행동을 보면 마치 3김과 같은 보스를 보는 느낌"이라며 "시민단체에서 악법도 지켜야한다고 말을 한다면 시민운동의 한계가 너무나 명확해진다"고 비판의 글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표출했다.

이번 토론회의 제목은 '시민사회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였지만 토론 주제와는 달리 낙선운동의 적법논란과 시민단체의 정치참여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격앙되는 분위기를 연출해 적잖은 시민들은 안타까움을 가졌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시민운동가나 단체가 서양식 시민운동으로 착근하기에는 그 역사만큼이나 척박한 토양이라는 데는 토론회 참석자나 지켜보는 관객 역시 모두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그러기에 이번 토론회가 쉬쉬하며 숨겨왔던 시민단체간 갈등과 입장차이가 공개석상에서 제기되고 현 한국사회의 시민단체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자리로써 갖는 의미는 크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한 네티즌의 지적처럼 이번 토론회가 그래도 희망으로 보이는 것은 시민단체가 여전히 명망가 중심의 시민단체, 시민없는 시민단체, 초법적인 시민단체, 권력화된 시민단체라는 비판속에서도 여전히 한국 사회전반에 걸친 순기능이 더욱 크다는 점을 새삼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홍준철기자(jchong2000@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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