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이 10.25 재보선 후보 공천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조용한 조직선거'라는 예전의 재보선과 달리 각 당의 지도체제 구축 및 대선 전초전 이라는 점에서 어느때보다도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된다. 특히, '이용호 게이트'가 미칠 파장이 주목되는데...

이미 각 당이 후보자 공천을 마친 10.25 재보선이 예년의 조용했던 재보선과는 달리 조기 가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용호 게이트'를 호재로 삼아 10월 재보선까지 정치쟁점화 시킬 태세고, 악재가 겹친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각 당이 후보자 공천을 마친 상황에서 본격 선거전에 뛰어들어 '이용호 게이트'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1∼2석의 의석수가 그리 큰 의미를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야가 '수'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외형적인 모습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사활을 건 혈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여소야대 정국 후 첫 선거라는 점에서 여야 각 당은 현 지도체제를 안정화시키고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의미에서 재보선은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을 듯 싶다.

'이용호 게이트' 대리전 벌이는 동대문을 선거

여야의 10.25 재보선 공천이 마무리돼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동대문을에 허인회(민주당)-홍준표(한나라당)-장화식(민주노동당)-김숙이(사회당), 구로을에 김한길(민주당)-이승철(한나라당)-이홍배(자민련)-정종권(민주노동당)-김향미(사회당) 등의 혈투가 예상된다.

지난 22일 동대문을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사실상의 선거 출정식을 가졌다. 민주당 후보로 공천된 허인회 후보가 후원회를 개최했고, 한나라당은 홍준표 전 의원을 지구당위원장으로 선출한 동대문을 지구당 임시대회를 열었다.

각 당은 지구당 행사 자리에서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설전이 오갔다. 동대문을에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된 홍준표 전 의원이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조직폭력배 출신 여운환씨가 지난 92년 구속됐을 당시 한화갑 최고위원이 면회했다며 조직폭력배와 이용호씨에 여권 실세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 한화갑 최고위원이 "입후보도 하기 전에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표를 주면 국회가 거짓말투성이가 된다"고 홍준표 전 의원을 비난했다.

한 최고는 홍 전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2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20일 서울지법에 낸바 있다.

홍 전의원도 지구당 임시대회 인사말에서 "'이용호 게이트'에 등장하는 여운환이라는 깡패는 내각 8년 전 광주에서 잡아넣은 사람"이라며 "기업형 조직폭력배인 그를 구속할 때 검찰 안팎, 현 여권 실세(당시 야당)의 압력을 받았다. 제대로 수사하면 여권 실세와 검찰 간부들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홍 전의원은 24일 "여훈환씨의 배후에 현직 고위인사 2명이 더 있다"면서, "'이용호 게이트'의 본질은 폭력조직과 정치권, 검찰의 유착관계에 있다"고 주장, 확전을 적극 시도했다.

홍 전 의원은 '이용호 게이트'에 여권 실세가 관여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정치쟁점화 하는 한편, 검찰 출신으로서 "권력형비리에 맞서 싸운다"는 이미지를 확산시키려는 의도도 내포되어 있다.

문화부장관 출신인 김한길 후보와 한나라당의 이승철 후보가 격돌할 예정인 구로을은 아직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지 않았지만 '이용호 게이트'가 중심 이슈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DJ 국정 심판'(한나라당) 대 '지역 일꾼론'-맞붙는 선거전

이렇듯 미국 태러사태에 따른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고, '이용호 게이트'가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10.25 재보선에 임하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DJP 공조 붕괴로 인한 소수여당이라는 한계를 극복해야하는 정치적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쟁위기에 따른 경제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고, '이용호 게이트'가 정권의 도덕성에도 치명타를 입힐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전략 마련에 커다란 벽에 직면했다. '이용호 게이트' 그 파장이 커 시급히 마무리해야 할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한광옥 대표체제 출범 이후 한화갑, 김근태 최고위원 등 당 비주류의 "동교동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번 선거에서 곳이라도 승리하지 않을 경우 한대표 체제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도 싹트고 있다. 이번 선거 승패에 따라 '동교동 직할 체제'의 계속 유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민주당은 외형상 '조용한 선거' 기조를 계속 유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조직 총결집'을 통한 필승전략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구로을에 김한길 전장관을 사퇴시키면서까지 공천한 것도 그 이유다.

민주당은 '지역 일꾼론'을 앞세우고 소수여당이라는 한계를 '여권의 힘과 발전론'이라는 여권 프리미엄을 최대한 동원해 승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용호 게이트'로 호재를 만난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를 '권력형비리 심판', 'DJ 국정 심판'이라는 정치적 이슈선거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때문에 어떻게 하든 '이용호 게이트'를 선거 때까지 유지할 계획이다. '특검제' 도입도 '이용호 게이트'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수도권에서의 '이총재 대세론'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계기이며,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전의 징검다리 선거전으로 총력전을 벌일 계획이다.

특히, 여소야대로 정국주도권을 확보한 한나라당은 재보선 승리로 정국주도권을 완전하게 차지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정치적 심판'이라는 이슈로 몰아갔다가 만에 하나 실패할 경우 한나라당에 미칠 역풍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투표율이 낮아 이슈선거에 따른 효과가 없는 상처투성이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민련은 DJP 공조 붕괴 이후 서울지역에서 '홀로서기'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장이라는 의미가 크다. 서울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표를 얻지 못할 경우 JP에 대한 당내부의 회의적 반응이 커질 가능성도 있고, DJP 공조 파괴에 대한 국민적 반응을 표로 검증한다는 의미도 있다.

자민련은 선거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이나 YS와의 관계설정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유동적 정국상황 속, 사활을 건 선거전 벌일 여야

10.25 재보선에서 '이용호 게이트'가 중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태러보복 전쟁에 따라 정국은 급변할 수도 있다. 테러전쟁에 따른 경제적 위기 대처 및 전쟁 자체에 대한 초당적 협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이를 여야 영수회담으로 풀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국 변화의 가능성 속에서도 각 정당 내부에서는 재보선 승리를 위한 치열한 접전을 가열될 것이다.

여권으로서는 선거결과에 따라 'DJ 레임덕' 가속 여부가 달려있고, 한광옥 대표 체제로 대표되는 '동교동 체제'의 민주당 안착 여부라는 여권 핵심부의 사활이 달려있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나라당으로서도 이번 선거 승패에 따라 '이총재 대세론' 여부와 '당 지도력'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공세적인 선거전을 벌이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자민련도 '홀로서기'를 위한 계기라는 점에서 선거결과에 따라 내년 대선에서 JP가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양당체제에서 사라질 것인가를 가름할 수 있는 선거여서 전력을 다할 전망이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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