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를 비롯해 각종 비리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양상이 2주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 지겹기도 할 때다. 그러나 의혹은 의혹대로 확산되는데, 진실이 밝혀지기는 오리무중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의혹'의 포인트를 짚어보자.

2주가 넘도록 '이용호 게이트' 등 각종 비리 의혹이 신문지상의 1면을 장식하고 있으나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올 뿐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하게 밝혀지지 못하고 있다. '이용호 게이트'에 '안정남 건교부장관 투기 및 비리 의혹', '신안그룹 박순석회장 구속 의혹', '국정원 간부 비리 구속' 등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온 비리 의혹에 머리가 어지럽기까지 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제 지겨울 지경이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게다가 여야가 '특검제'를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검찰의 수사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어, 의혹만 무성했던 '정현준 게이트'나 '진승현 게이트'처럼 흐지부지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돌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용호 게이트'의 몸통 3인방이 있다"며 여당의 K, K의원과 폭력조직의 대부인 J씨를 지목하는 등 권력핵심부로 화살을 맞추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의혹 부풀리기로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며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어 현 정국은 더욱 어수선해지고 있다.

◆ '이용호 게이트' 어디까지 왔나

불법·탈법의 백화점-'이용호 게이트'
M&M의 귀재로 불리면서 일약 재계의 유명인사가 된 G&G 그룹 회장 이용호씨에 대한 주가조작 및 권력형비리 의혹설이 시중에 오래 전부터 나돌기 시작했다. 이는 600억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했는데, KEF전자 회계조작 등 그룹사의 횡령, 삼애인더스 보물섬 주가조작 및 다양한 주가조작을 통한 부의 축적, M&A 과정에서의 다양한 탈법 동원, 리빙TV의 경마 실황중계권 특혜 등 경제범죄의 백화점을 방불케하고 있다.

이렇듯 백화점식 불법을 통한 부의 축적을 위해서는 관계기관의 추적을 따돌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이씨는 "호남정권이라는 권력 핵심부를 적극 활용한 로비를 다방면으로 추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금감원의 비호가 없으면 주가조작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과 국세청의 봐주기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삼애인더스의 편법 해외CB 발행에 적극 가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그러나 아직 금감원과 산업은행, 국세청에 대한 수사는 시작도 하기 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산업은행에 대한 이러한 의혹은 금융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기관들이 오히려 편법, 탈법을 보호하면서 금융시장을 오히려 교란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난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거대한 힘 없이는 불가능한 '이용호식 경영(?)'-그 거대한 힘은 어디인가
게다가 이씨의 혐의를 포착한 검찰이 지난해 5월 긴급 체포했으나 하루만에 석방하고 무혐의 처리한 사실은 검찰의 자체 판단이라고 하기에는 납득할 수 없고,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임휘윤 부산고검장(당시 서울지검장)과 이덕선 군산지청장(당시 특수2부장)이 이씨의 변호사인 김태정 변호사(전 검찰총장)의 부탁을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임휘윤 부산고검장이 지난해 이용호씨 긴급체포 당시 강력한 구속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입장을 번복하고 나서면서, 그 이상의 고위층이나 여권 핵심부의 지시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이씨의 구명을 위해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여운환씨가 광주지역 조직포력배 두목 출신이라는 점과 여씨가 광주지역 정치인들과의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권과 조직폭력배의 관계에 대한 의혹도 커지기 시작했다. 정치권과 관계를 맺어온 여씨가 정치권 로비를 추진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를 두고 "'이용호 게이트'의 몸통 3인방이 있다"면서 동교동계 의원 K,K 의원과 조직폭력배 대부이며 여운환씨를 뒤에서 움직이는 J씨를 지목했다. J씨는 경희대 체육과 출신으로 동교동계 K의원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인 예금보험공사 이형택 전무가 국감에서 이용호씨와 보물선 인양사업가를 소개시켜준 사실을 밝혀, 그동안 설로만 나돌던 이씨와 대통령 친인척과의 관계 일부가 확인됐다. 그러나 이형택 전무는 대가성 부분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했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여권 연루 의혹" 제기에 당사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민주당도 "의혹 부풀리기"라며 법적 대응을 추진중이다.

검찰수사는 답보상태-결국 '특검제'에 기대해야 하나
이렇듯 의혹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는 답보상태다. 검찰의 초동수사 미흡으로 당사자들이 이미 증거를 인멸했고, 이용호씨와 여운환씨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중수부 1,2,3과 인력을 총투입해 관련자 소환과 계좌추적 작업을 병행하고 있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더욱이 '이용호 게이트'의 열쇠를 쥐고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핵심인물 3인이 잇따라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밝혀져 검찰수사는 더 이상 진척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씨와 돈 거래 및 편법 주식매매를 하면서 정권 실세에게 이씨를 소개해 준 의혹을 받고 있는 모 복권사 사장 김모씨가 지난 주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고, G&G그룹의 계열사였던 대우금속(현 인터피온)과 KEF전자 대주주였고, 이씨의 주가조작 사건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D파이낸스 전이사 김모씨도 일본으로 출국했다.
또 이씨와 리빙TV 주식을 사고 팔았고 여권 정치인 및 검찰, 국정원 등의 간부들과도 가깝게 지냈던 로케트전기 전 전무 윤모씨도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 인물인데, 그도 일본으로 출국했다.

한편, '이용호 게이트' 관련, 증권가 루머에 대한 수사압력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아오던 서울경찰청 정보1과장 허남석 총경도 자취를 감췄다. 그는 올해 2월 8천만원을 이씨의 삼애인더스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동안 시중에 이씨가 여권 유력인사들을 자신의 펀드에 가입시켜 정치자금을 관리해 왔다는 소문과 결부돼 주목되는 대목이다.

수많은 '설'과 '의혹'만 무성할 뿐 아직 이렇다할 '이용호 게이트'의 '몸통'은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수사에 기대하기도 이미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조만간 합의될 '특검제'에 일말의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검제'를 통해 금감원과 산업은행, 국세청의 이용호씨 봐주기의 진실은 무엇이고, 경마실황중계권이 이씨에게 넘어간 이유도 밝혀져야 할 것이다. 또한 검찰이 긴급 체포한 이용호씨를 하루만에 풀어준 경위가 명확히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무엇보다 밝혀져야 할 의혹은 여권 실세의 개입여부다. "검찰, 금감원, 산업은행, 국세청, 마사회 등이 이씨를 보호해준 것이 여권 실세의 입김 때문이 아니겠느냐"가 의혹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씨가 여권 핵심부의 정치자금을 관리해줬다는 소문의 진실도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 안정남 건교부장관 투기 및 비리 의혹

안정남 건교부장관은 언론사 세무조사를 진두지휘한 전 국세청장으로서 국정감사를 맞아 언론과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집중적인 포화를 맞았고, '이용호 게이트'와 연관돼 더욱 부각된 것으로 분석된다.

3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던 80년 당시 국세청 서기관이 1억5천만원을 모아 재형저축에 6년간 묻어둬 6억을 만들어 강남 노른자위 땅을 구입했고, 89년에는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의 52평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밝혀졌는데, 당시 공무원 월급으로 볼 때 1억5천만원이라는 종자돈을 만들 수도 없고, 6년만에 6억을 만들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안장관은 재형저축으로 6억을 만들었다는 기존의 주장을 주식 등 재태크로 돈을 불렸다고 말을 바꿨다.
게다가 27일에는 안 장관의 투기의혹 땅이 더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99년 국세청이 이용호씨의 관련기업인 KEF전자의 회계조작 사실을 적발하고도 세무조사를 하지 않고 부가세 1억3천만원만 부과한 것과 관련, 당시 국세청장이었던 안정남 장관에게 이용호씨가 전방위 로비를 했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안 장관 동생들에 대한 특혜 의혹도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첫째동생이 전남 무안공항 건설과정에서 32억 규모의 골재를 독점 공급하는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셋째 동생이 주류업체인 S상사 이사로 영입된 뒤 거래업소 300여개에 매출액 10억 정도에 불과하던 이 회사가 2년만에 매출액 70억원으로 급상승했고, 이 과정에서 주류 도매상들과의 마찰도 적잖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데, 안 장관의 힘으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안장관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데, 현재 지병이 재발해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 신안건설 박순석 회장 구속 의혹

고액의 내기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수원지법이 상습 도박 혐의로 신안건설 박순석 회장을 전격 구속하자 한나라당이 '이용호 게이트'와 연계시켜 정치쟁점화 했다. 한나라당은 "현 정권 출범 후 제일 잘 나가는 중견건설업체로서 2년만에 '골프 재벌'로 변신한 박회장을 구속한 것은 권력핵심과 깊게 연계돼 있어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다.

신안건설도 '이용호 게이트'와 비슷한 시점에 터진 데다가 '청문회 대상 1호'라는 얘기가 시중에 나돌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이용호 게이트'의 불씨를 잡기 위한 맞불 작전이라고 규정, 철저한 배경 수사를 촉구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이용호 게이트'를 둘러싸고 동교동 신·구파의 갈등 표출이라는 설도 있다.

동교동 신파인 한화갑 최고위원의 연루설이 퍼지자 한 최고는 자청해 "박회장이 후원금을 가져왔으나 돌려보냈다"며 연루설을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 김형윤 전 국정원 경제단장 비리 의혹

김형윤 전 국정원 경제단장이 지난해 '정현준 게이트' 당시 이경자 동방금고부회장으로부터 "김 단장에게 5천만원을 건데 줬다"는 진술을 확인하고도 검찰이나 국정원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다가 '이용호 게이트'가 터지면서 김 전단장의 5천만원 수수의혹이 불거졌다. 이로인해 국정원 등 권력 핵심부가 그를 비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게다가 김 단장이 이용호씨와 같은 지역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한나라당은 "'이용호 게이트'에 김 전단장이 깊게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전단장이 직위를 이용해 기업의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호남인맥을 활용해 정치자금을 조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김 전단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잠적했다고 국정원측이 밝혀 의혹을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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