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여야 공방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를 맞아 호남 지역 의원들이 '사랑방 민심'탐방에 나섰다. '이용호게이트'를 바라보는 호남민심은 배신감과 분노, 허탈감으로 상당히 동요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렇게 호남 민심 달래기에 전력투구하는 것은 이번 추석연휴에 있을 '사랑방 대화'가 향후 정국의 풍향계가 될 것이라는 예측과 특히 이번 추석연휴가 10.25재보선 직전에 열린다는 점, 나아가 추석민심을 잡아야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어 적극적인 민주당 텃밭 다지기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 '이용호 게이트'라는 악재를 만나면서 전국적인 정당지지도 역시 한나라당에 비해 최고 10%차가 나고 있다.
문화일보 최근 정기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이 20.8%, 한나라당이 25.1% 한나라당이 지지도 면에서 앞서고 있으며 중앙일보 창간여론조사에서 역시 한나라당(34.5%)이 민주당(27.4)을 7.1%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고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잘한다가 19.7%, 잘못한다가 35.3%로 DJ에 대한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는 DJ경제 실정에다 최근에 터진 '이용호 게이트'로 인해 그동안 민주당 고정표라고 인식되었던 호남표의 이탈이 그 원인이라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호남 민심, 예사롭지 않다
전국적으로 민주당 지지도 하락과 더불어 민주당 텃밭이던 호남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
민주당은 예전에 지팡이만 꼽아도 된다는 말처럼 강한 지역정서를 업고 절대적 수혜를 얻었던 호남에서 당장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위기감을 노출시키고 있다.
지난 14대 단체장 선거에서 무려 5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승리한 경험과 지난 4.26 재보선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두군데 모두 패배한 것은 지역정가에서조차 민주당 지지정서가 퇴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을 자아내고 있다.
게다가 광주·전남 통합추진위원회는 주민들의 민심을 업고 '전남도청 이전 중단과 시·도통합'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통추위는 지난 10일 민주당 국정홍보대회에 앞서 "민주당이 계속 민심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머지않아 시·도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해 민주당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김경재(순천)의원은 "도청 이전이 계속 추진될 경우 광주·전남은 물론 전남의 서부와 동부지역간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이는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줄것"이라고 광주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지난 군산 임실 재보선에서 민주당에게 참패를 안겨준 전북지역민들 역시 DJ에 등을 돌리고 있다. 특히나 전북지역 관련된 새만금 사업, 2010년 동계올림픽, 서해안 관광벨트 조성, 광역권 개발, 전주 신공항 건설 등 대형공사가 흔들리는데 대해 주민들은 민주당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네티즌들 역시 광주시와 전남 홈페이지에 정치판과 세태를 꼬집는 글들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호남인'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도청이전과 관련, “광주 반쪽 목포가 떼가는 현실/2조6천억 부어 도청이전 공사에/ 상권도 반 학생도 반만 남은 광주/ 지하철 부채 감당하며 살겠네”라고 읊조린 뒤 “시장이 광주시민들의 열망을 등에 엎고 좀더 당당하게 나서 광주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시 홈페이지에 ‘허공에 띄우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육군병장 제대하고 사회에 첫 발 내디딘 지 22년만에 믿었던 사회, 그 썩은 행정의 뒤안길에서 지방정부 위선자들의 고문행정에 치를 떨어야 했다”며 “젊음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22년 정든 직장인의 여정을 눈물로 회고하며 오늘 난 실업자가 되고 말았다…세상이 왜 이렇게 되었나?”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이용호게이트, 호남의 배신감과 분노 증폭
여기에 민주당에게 대형 악재인 '이용호 게이트'가 터지면서 호남민들은 허탈함과 배신감에 분노하고 있다.
<무등일보>에 나윤수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실세들이 많이 다칠 것 같다는 정도를 넘어서 (호남)인물이 씨가 마를 판'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또한 김성재 조선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한마디로 창피한 일이다. 사기꾼과 조폭이 나라를 흔들었고, 이들이 실세들에게 정치 자금을 건넸다면 이 정권은 정권 재창출을 포기해야 마땅하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미 호남민심은 "이용호게이트 이전에 현 여권을 상당부분 떠났다. 이용호게이트는 이 불안정한 호남이탈층을 확고한 이탈층으로 만드는데 기여하였다."고 하였다.
DJ, "추석민심을 잡아라!" 특명
민주당은 이번 추석민심의 향배가 DJ집권후반기 국정운영의 안정을 좌우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필승을 거두기 위한 중요한 계기로 보고 있다. 이에 텃밭으로 여기는 호남에서 민주당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지역구 출신의원을 총동원해서 지역민심 달래기에 들어갔다.
우선 당차원에서 햇볕정책의 성과를 담은 '평화와 도약' 당보를 20만부를 제작해 이미 당원들 중심으로 배포했다. 또한 추석연휴를 앞두고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서 민주당은 뉴스레터에 '한나라당이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하면 일부 언론이 여과없이 보도하고, 다시 야당이 키우는 확대재생산 메커니즘 속에 신종 정언유착'이라는 대응논리를 담아 지구당 당직자들에게 보냈다.
또한 호남지역 출신 의원들이 지역여론을 청취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민주당 정동채(광주 서구), 박광태(광주 북갑), 강운태(광주남구), 김홍일(목포), 정철기(광양 구례), 이정일(해남 진도) 김경재(순천) 이낙연(함평 영광) 김효석(장성 담양 곡성) 의원등이 'DJP 공조'파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소수정권의 한계 등의 문제점 등 국정홍보도 하면서 '민심얻기'를 위해 다채로운 지역구 귀향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호남지역을 찾는 의원들의 주요 일정은 ▶ 시지부 및 지구당 당직자 ▶ 각계 각층의 지역 유지 및 시민단체를 만나 여론수집 ▶ 각종 행사 및 사회복지시설 방문 ▶ 지역 애로사항 청취 및 지역발전방안 모색이 주를 이룰 예정이다.
민주당 최고위원과 당지도부 역시 국정홍보대회를 열어 민심 달래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당 나주지구당 단합대회에 참석한 한화갑 최고는 "우리가 한마음 한뜻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만든 만큼 임기 마무리때까지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라며 호남지역의 단합을 강조했다.
노무현고문 역시 "힘들게 대통령을 만들어 주었는데 그렇게 못할 줄 몰랐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국민의 정부의 개혁을 거부하고 회귀하려는 세력들의 저항"이라며 "이럴 때 일수록 똘똘 뭉쳐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미워도 다시한번'을 부탁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광주에서 열린 국정홍보대회에서 광주·전남의 최근 민심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잃었다"는 솔직히 인정하고 "준비된 대통령을 잘 보필하지 못한 '준비되지 못한 참모들'이라는 비판을 받아들인다"며 민심이반을 인정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지성과 원칙은 사라졌도다" 네티즌 세태 풍자
전남도 홈페이지에 게시된 '궁민'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현실 세태와 민심을 다음과 같이 노래로 풀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 태백이 놀던 달아/오뉴월 된서리에 제 소리도 얼었느냐/지역, 연줄 인맥이 끼리끼리 얼싸안고/어화둥둥/어스름 달 밤에 함께 놀아나니/지성과 원칙은 이 땅에서 사라졌도다....중략...../천방지축 초보정치 드센 키잡이들이/옆도 뒤도 못 살피고 앞만보고 내 닫는다/파탄 난 민생조차 거들떠보질 못하니/민심을 바로 보는 혜안의 시력도 잃었음이 아닌가"
여당은 이번 추석민심이 향후 정국안정과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안정적으로 치루기 위해 그동안 고정표로 인식했던 호남표 결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추석을 맞이하는 민심은 여당의 정국안정보다 민생안정이 먼저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