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조기가시화론'이 여권의 위기 상황을 기점으로 다시 공론화될 전망이다. 특히, 10.25 재보선 이후 대선전이 본격화되면서 여권내 대선주자간, 계파간에 논란이 뜨거울 것으로 보이는데, '후보 조기가시화론'의 장단점 및 변수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그동안 여권 일부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거론되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대선후보 조기가시화론'이 '이용호 게이트' 등 잇단 악재가 거듭되자 이를 벗어나기 위한 한 대안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여권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선 후보 조기가시화론'은 한광옥 대표체제 아래에서 여권 핵심부가 언급한 것이라는 점에서 당권대권 분리론과 함께 여권 핵심부의 대선전략 및 국정운영 구도가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각 대선주자 및 계파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는 점에서 '대선후보 조기가시화론'이 전면에 부상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볼 일이고, 10.25 재보선 결과에 따라서도 매우 유동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위기의 여권, 다시 거론되는 '후보 조기가시화론'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4일 "대선후보 조기가시화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 됐다"면서 "내년 2, 3월경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청와대 등 여권 핵심부가 조기 레임덕을 우려해 '조기가시화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대선 관리체계 및 '당권 대권분리론'을 주장해온 동교동계의 전면부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한광옥 대표체제가 출범하고, 각종 악재가 터져 국정운영 자체가 어려워진 시점에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에 거론되던 '조기가시화론'이나 '당권대권 분리론'과는 무게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이렇듯 여권 핵심부가 변화된 상황에서 그동안 논의를 자제시켜온 '대선후보 조기가시화론'이나 '당권대권 분리론'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면서, 당내 여론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한 장단점에 대해 여권 핵심부의 판단이 어떻게 결론 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점] 여권의 난국타개를 위한 새로운 구심력

일단 내부적으로는 '당정개편론'이 끊이지 않고 제기돼 왔고, 외부적으로는 '이용호 게이트'로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김대중 대통령의 지도력과 구심력이 심하게 훼손 됐다는 게 여권의 판단인 듯 싶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여권이 내년 대선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칠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불투명성에 빠져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상황인식에서 '후보 조기가시화론'이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첫째, 난국에 봉착한 여권을 추스릴 구심력을 확보하고 내년 지방선거를 대선후보의 책임으로 치러 DJ의 부담을 축소하고 레임덕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대선후보의 책임 아래 전개될 지방선거가 현 체제보다는 승리의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후보 조기가시화론'을 주장하고 있는 인사들의 주장이다.

셋째, 계파별 분화 흐름을 막는데도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동교동계 신구파의 갈등, 소장 개혁파의 '당정쇄신' 논란 등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체제 정비를 통해 당의 면모를 새롭게 일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계파간 갈등으로 탈당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한편, 여권 핵심부가 염려했던 DJ의 레임덕 가속화라는 부분에서는 이미 '후보 조기가시화'에 의한 레임덕 우려보다는 이미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레임덕을 억제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이는 여전히 DJ의 호남에 대한 영향력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여권 대선후보는 DJ의 협력 없이는 당선이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여권 후보가 조기에 가시화되더라도 양자가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단점] 지방선거 패배는 곧 대선 패배로 귀착

'후보 조기가시화론'의 단점도 역시 여권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파생된다. 첫째, 지방선거에서의 패배는 곧바로 대선에 영향을 미쳐 정권재창출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점이다.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치른 지방선거에서 만약 여권이 패배할 경우 여권 내부에서는 책임론이 강하게 거론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여권이 구심력을 상실해 극도의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뿐만 아니라 대중적 지지도도 상처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여권 내 '후보 조기가시화론'에 가장 쌍수를 들고 환영할 수 있는 대선주자는 이인제 최고위원이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의 경우 당 내부에서 당의 정통성과 DJ개혁의 계승 여부를 놓고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인사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김근태, 한화갑 최고위원과 노무현 고문이 견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론은 불가피할 것이다.

둘째는 대선주자간의 갈등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이다. '후보 조기가시화'를 위한 각 대선주자들간의 합의도 매우 중요하다. '후보 조기사시화론'에 대해 한화갑, 김근태 최고위원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노무현 고문은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반대입장에 설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후보 조기가시화'에 따른 대선주자간 갈등 및 경선 불복·불참을 선언하고 탈당할 대선주자가 나타나지 말란 법이 없다는 점이다.

[변수 1] 여권내 계파간 갈등 증폭 여부

이렇듯 '후보 조기가시화론'의 장단점을 살펴 볼 때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역시 여권내 계파간 갈등 양상이다. 현재 한 최고위원이 동교동계로부터 분화를 선언 '홀로서기'에 돌입, 대권도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김 최고위원도 '동교동계 해체'를 주장하면서 개혁세력의 결집을 꾀하고 있다.

특히, 지난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한 최고위원은 한미포럼과 관련, "동교동계 신파가 아니라 한화갑계로 불러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고, 동교동 구파는 "호남후보는 당선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한 최고가 동교동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동교동계 신·구파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어, '후보 조기가시화론'은 그 갈등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많다.

DJ가 조정역할을 맡을 수 있겠지만 힘이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후보 조기가시화론'을 두고 DJ의 말을 따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는 동교동계뿐만 아니라 개혁세력도 마찬가지다.

계파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여권을 한 데 모을 수 있는 구심력을 세울 수 있느냐의 여부가 '후보 조기가시화론'이 "성공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변수 2] '당권대권 분리론'과 '후보 조기가시화론'의 합치 여부

또 다른 변수는 '후보 조기가시화론'은 '당권대권 분리론'과 결부되어 있고, 당권은 동교동계가 대권은 이인제 최고가 확보한다는 시나리오의 성립 가능성 여부다.

역시 '후보 조기가시화론'는 민주당의 최대 주주라 할 수 있는 동교동계의 판단에 따라 그 가시화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는 줄곧 '당권대권 분리론'을 주장해 왔다. 최근 권노갑 전 최고위원은 "당권은 대권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을 주장해 주목되기도 했는데, 동교동계는 한광옥 대표체제 출범으로 당권을 장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이 '후보 조기가시화론'을 여권 핵심부가 적극 검토하게 된 계기가 아닌가 판단된다.

한광옥 대표체제를 통해 전면에 부상한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대선주자들을 관리하면서 '당권대권 분리론'을 가시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여권 핵심인사도 "조기전당대회가 열리면 대선후보와 함께 최고위원 선출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고 이때 한광옥 대표가 출마하면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동교동계가 한광옥 대표를 중심으로 당권을 장악하고 대선후보는 한광옥 대표와 동교동의 지원 아래 선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그러나 권 전 최고위원의 지적처럼 '당권대권 분리론'이 과연 말처럼 현 정당구도에서 권력이 분리될 수 있을 것이냐의 문제다. 대통령중심제 아래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사이에 두고 동교동계와 대선후보간의 지분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연히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과 지방선거의 상징적 책임을 지고 있는 대선후보가 공천권을 더 많이 행사하기 위해 경쟁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상이다.

[변수 3] '제3후보론' 등장 여부

김대중 대통령은 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대선후보에 대한 문호가 열려있는 정당이고 당내 민주적 절차에 의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3후보'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되고 있다.

현재 여권에서는 이인제 최고와 노무현 고문이 대중적 지지도를 확보하며 막상막하의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주자가 여권 내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회창 한나라당총재의 대항마로서 승리의 가능성을 명확하게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러한 상황에서는 두 주자간 경쟁이 치열해져 경선 막판에 DJ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도 높다는 우려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DJ로서는 정계개편 및 '제3후보'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고 막판까지 시도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일각의 시각이다.

김영술 기자 newflag@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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