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장개혁파 의원들이 세력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11월 이후 본격적인 대선전을 염두에 둔 개혁후보 옹립이 주요한 목적이다. 이에 '중도개혁포럼'과 대비돼 주목되고 있으나, 구심점이 없다는 점에서 회의적 반응도 많다.

그러나 소장개혁파 의원들 사이에는 세력화에 대한 반대입장도 만만치 않아 당내에서 개혁적후보를 지원하고 당선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세력화로 발전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여당 소장개혁파, 세력화에 본격 나서
민주당 바른정치모임은 8일 오찬모임을 갖고 구로을 재선에 출마한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장관에 대해 정동영 최고위원과 천정배, 신기남,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간판급 재선의원들의 총력지원을 통해 당선을 도모하기로 하는 한편, 조기전당대회 문제 공론화, 개혁후보 연대와 지원을 통한 세력화 방안 등을 논의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기남 의원은 "대선후보 선출시기 등의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거론할 시점이 됐으며, 적극적으로 소장파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더이상 요구나 요청의 수준이 아닌 현실적 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신 의원은 "소장파가 불평하고 요구를 하다가 안되면 실망하는 식으로는 더 이상 안된다. 스스로 힘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세력화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었다.
이를 볼 때 바른정치모임이 중심이 돼 개혁후보 지원을 위해 소장개혁파 의원들의 당내 세력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정범구, 김성호, 박인상 의원 등 초선그룹 모임인 '새벽21'도 10일 정례모임을 갖고 대선구도 및 참여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재정 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국민정치연구회도 11일 소속 의원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국민정치연구회는 김근태 최고위원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어 경선 과정에서 김 최고의 당선을 위해 직접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겠다"고 밝혔던 '새벽21' 내부에서도 "개혁후보를 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4자연대' 속, 누구를 개혁후보로 밀 것인가?
지난 8월 25일 부산 개혁연대준비위 모임에서 천정배 의원이 노무현 최고위원에 대한 지지 발언으로 정가에 관심을 모았듯이 소장개혁파 의원들 사이에도 누구를 개혁후보로 내세워야 할 것인지를 놓고 아직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한화갑, 김근태, 노무현, 정동영 최고위원의 '4자연대'를 통해 역할을 분담하고 소장개혁파 의원들이 이를 적극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초선의원도 "정치세력화는 특정 후보를 미는 것을 통해서 가능하다"면서 "'4자연대'는 충분히 가능하며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김 최고위원의 "동교동계 해체"주장을 둘러싸고 한화갑, 김근태, 노무현, 정동영 4자간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 '4자연대'가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 최고위원은 "동교동 해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노무현,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또한 "동교동계의 임무는 끝났다"며 동교동계와의 분리를 선언한 한 최고위원도 반응이 싸늘하다.
이렇듯 소장개혁파 의원들이 개혁적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는 대선주자들의 관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특정 후보를 지목해 지원하면서 하나의 세력화를 이룰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반면, 소장개혁파 의원들 일각에서는 "소장개혁파들의 힘은 세력화에 나오는 게 아니라 국민과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개혁을 지속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라며 "초선과 재선 최고위원의 사안별 연대는 가능하겠지만 세력화하는 순간 또다른 파벌로 간주돼 개혁적인 목소리는 힘을 잃게 된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구심력 약한 소장개혁파의 세력화 아직 불투명
소장개혁파 의원들의 세력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권력구도가 개편되는 대선전을 앞두고 있으며, 이인제 최고위원과의 경선 대결을 벌일 것이라는 점에서 당내 경선도 개혁노선을 발전시킬 것인가 아니면 보수적으로 뒷걸음 칠 것인가의 기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도개혁포럼이 동교동계의 지원을 업고 대선후보 경선에서 중심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시키고 있는 가운데, 소장개혁파 의원들도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그러나 중도개혁포럼은 동교동이라는 정치적 구심이 명확히 존재하는데 반해, 소장개혁파들의 정치적 구심이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세력화로 외연을 확대하고 힘을 결집시킬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게다가 정가에서는 일부 소장개혁파 의원들이 민주당 내 개혁후보 옹립보다는 동교동계의 힘이나 권력 이동에 밀려 눈치보기에 급급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소장개혁파 의원들의 세력화에 회의적 반응도 제기된다. 세력화를 위해서는 이를 극복해 나가는 것도 급선무로 보인다.
소장개혁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4자연대론'를 가시화 시키기 위한 힘의 결집으로 대선주자들을 압박해 후보를 단일화시키는 방법도 있고, 대선후보의 기준을 분명히 세워 그 기준에 부합하는 대선주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으로 힘을 집중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민주당 소장개혁파 의원들의 정치세력화의 방법은 무엇이고 누구를 개혁후보로 옹립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여권내 차기 대선구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보수와 진보라는 정책 중심의 정치구도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더욱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