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방미에 대한 여론
=>방미 시기는 김정일 위원장 답방 후 46.2%
미 공화당 일부 인사들이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초청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은 “즉각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신변 안전’ 등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황씨 방미를 불허했다.
이와 관련 여론도 한나라당 주장에 대해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황씨를 미국으로 보낼 경우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49.5%나 됐다. 반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40.7%였다.
황씨의 방미 시기에 대해서도 ‘김정일 위원장 답방 후가 좋겠다’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 민심, 한나라당 본심을 안다 = 한나라당이 황씨의 방미를 적극 주장한 이면에는 김정일 체제를 부정하고 망명한 황씨의 입을 빌려 김정일 위원장 답방 등 향후 정국에 변수가 될만한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은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한나라당의 이런 의도를 훤히 꿰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장엽씨 방미가 남북문제 개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9.5%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대답한 것이다.흥미로운 것은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권조차 황씨의 방미가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가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대구·경북의 경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33.8%인데 반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57.3%나 됐다.
한편 한나라당 지지층은 황씨 방미 문제를 놓고 양분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48.8%,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45.6%로 나온 것이다.
◇ 한나라당 지지층도 ‘답방 후 방미’지지 =황장엽씨 방미와 관련, 한나라당 이부영 부총재는 “황씨 방미로 남북문제가 미묘해질 우려가 있는 만큼, 김정일 답방 이후에 보내는 게 좋겠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낸 바 있다.
국민 여론도 황씨 방미 시기에 대해서는 비슷하게 응답했다. ‘황장엽씨가 언제 미국을 방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 답방 후’라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운 46.2%로 나타났다. ‘김정일 위원장 답방 전’이라는 응답은 25.3%, ‘황장엽씨 방미에 반대한다’는 응답도 18.5%나 됐다.
한나라당 지지층 내부에도 황씨가 김정일 위원장 답방 이후 방문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높게 나왔다. ‘답방 전 방미’가 30.5%인데 반해, ‘답방 후 방미’라는 응답이 41.7%나 됐다.
영남지역도 비슷한 추세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부산·경남의 경우 ‘답방 전 방미’가 24.5%인데 반해 ‘답방 후 방미’가 47.3%나 됐다.
남봉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