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입학제도
최근 연세대학교 등에서 검토중인 ‘기부금 입학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부금 입학제는 미국 등 선진국의 사립대학에서 보편화된 제도다. 기부금 입학제는 대학의 재정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의 장학금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 후반부터 일부 사립대학이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국민정서가 걸림돌로 등장했다. 한국 사람들에게 대학 졸업장은 평생을 따라 다니는 ‘신분증’이나 다름없다. 대학입시의 과열경쟁이나 사교육 시장이 날로 팽창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대학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중 탓이다.
이런 가운데 연세대학교는 최근 기부금 입학제를 실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내부적으로는 세부지침에 대한 검토까지 끝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교육부는 절대 불가의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기부금 입학제는 시기상조이며, 대학간 불균형 발전을 초래하고,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할 것이라는 게 교육부 관계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대학에 몸담고 있는 교수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단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적극 찬성한다’ 24.3%, ‘부분적으로 찬성한다’ 41%로 전체의 64.3%가 기부금 입학제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대 의견은 찬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적극 반대한다’ 20.1%, ‘부분적으로 반대한다’ 10.2%로 나타났다. 결국 기부금 입학제에 반대하는 사람은 30.3%인 셈이다. ‘보통이다’는 4.3%.
전공별로는 의학 분야의 찬성률이 가장 높았다. 무려 83%가 ‘적극 찬성’ 또는 ‘부분 찬성’이라고 답한 것. 이것은 시설투자와 연구활동에 막대한 자금이 드는 의학 분야의 특성과 관련이 높은 듯하다. 또한 의대생들이 다른 단과대학에 비해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반면 정치 분야 교수들의 41.2%는 기부금 입학제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정치 분야는 ‘적극 반대’ 27.6%, ‘부분 반대’ 13.6%였다.
▶설문5
기부금 입학제를 도입한다면, 학생 1인당 기부금은 어느 정도가 적절하다고 보십니까.(찬성하는 사람만 답변해 주십시오)
연세대의 한 보직교수는 “기부금 입학제가 실시된다면, 기부금은 최소 20억원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세대가 국내 사립대학 가운데 선두를 다투는 만큼 20억원은 현 수준에서 ‘최대’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외국 대학의 경우 기부금은 단순히 현금으로만 따지지 않으며, 학생을 포함한 부모의 사회활동 경력 등도 포함시키는 것이 관례다.
전체 응답자의 67.3%가 기부금은 15억원 이하가 적절하다고 보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5억원 미만 26.3%,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 25.9%, 10억원 이상 15억원 미만 15.1%로 나타났다. 한편 연세대학교가 준비중인 20억원 이상이 적당하다고 답한 사람은 28.7%에 그쳤다. 이렇게 볼 때 기부금 입학제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자칫 이것이 빈부의 갈등을 제도적으로 심화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설문6
최근 논의되고 있는 ‘서울대 학부 폐지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대 학부 폐지론은 그 동안 주로 비서울대 출신 지식인들이 주장해왔지만, 최근엔 서울대 내에서도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가 한국에서는 1등을 달리고 있지만,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졌기 때문에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진단이다. 또한 서울대가 단순히 대학의 기능을 넘어 대한민국의 다양한 권력을 좌우하는 패권집단으로 변질됐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동아’ 조사에 참여한 대학교수들의 의견은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적극 찬성한다’ 42.3%, ‘부분적으로 찬성한다’ 24.8%로 전체적으로는 67.1%가 서울대 학부 폐지론에 동의했다. 반면 ‘적극 반대한다’가 15.4%, ‘부분적으로 반대한다’는 10.3%로 나타났다. ‘보통이다’는 7.2%. 전공별로는 찬성 의견이 인문 분야, 반대 의견은 경상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설문7
최근 추진되고 있는 ‘교수 노동조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수노조는 민교협 등이 주축이 돼 추진중이며 현재 70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대학사회에 불어닥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저지하고 교수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게 노조를 준비중인 사람들의 주된 의견이다. 이는 ‘능력이 없으면 대학을 떠나야 한다’는 김대중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그 동안 교수노조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전개돼왔지만, 아직까지 대학과 직급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식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응답자의 과반수가 교수노조에 찬성했다. ‘적극 찬성’ 25.5%, ‘부분 찬성’ 31.5%로 전체의 57%가 긍정적으로 답한 셈이다. 이 밖에 ‘적극 반대’ 15.7%, ‘보통이다’ 15.3%, ‘부분 반대’ 12%였다. 연령별로는 50세 이하에서, 직급별로는 부교수 이하에서, 전공별로는 인문 분야에서 찬성률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