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신혼부부 전세사기 집중 피해
가구 당 최대 1억6000만원 연 1%대 이율로 대출
사전심사제도 운영, 보증금 지급기간 1~2개월 줄어
안심전세 앱 출시, 임대인 세금 체납 등 정보 의무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관리센터 악성임대인 보증이행 상담창구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3.1.3 [사진=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관리센터 악성임대인 보증이행 상담창구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3.1.3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서정순 기자] ‘빌라왕’ 사건과 유사한 전세사기를 입은 피해자 10명 중 7명은 2030세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으면서 경제력이 낮아 아파트보다 연립·다세대 주택을 첫 주택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청년·신혼부부가 전세사기의 집중 피해대상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는 전세보증금 피해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토교통부의 2차 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전세사기 사건 106건 중 30대 피해자가 50.9%로 절반을 차지했으며, 20대가 17.9%였다”고 밝혔다. 2030세대 피해자가 전체 피해자의 70%에 육박한 것이다. 40대는 11.3%, 50대 6.6% 순이었다. 설명회에 참석한 피해자 80여 명 중 대다수도 2030세대였다.

피해지역은 수도권이 집중됐다. 서울지역 피해자가 52.8%로 가장 많았고, 인천 34.%, 경기 11.3%순이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설명과 함께 “법원, 법무부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전세보증금 반환절차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약속했다.

이날부터 임차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자에 대해 사전심사제도가 본격 운영된다. 기존에는 임차권 등기가 완료된 후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대신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보증이행청구를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사전심사를 거치면 임차권 등기 이전에도 보증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보증금 지급기간이 1~2개월 가량 단축된다.

설명회에 참석한 이원재 국토부 1차관은 “임대인이 사망한 경우에도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여러 절차를 개선하겠다”면서 “법무부와 함께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국토부는 2030세대에 집중되는 전세사기 예방 및 수습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시행 중이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우선 정부는 피해자들의 전세자금대출 만기 연장과 저리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계약만료로 머물 곳이 없는 피해자들은 가구당 최대 1억6000만원을 연 1%대 이율로 대출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 전 영업지점에서 신청 가능하다.

긴급 임시 거처도 이용 가능하다.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 10세대가 HUG 강제관리주택에 입주해 있다.

국토부는 신축 빌라 시세, 위험 매물 정보 등을 담은 '안심전세 앱'을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법 개정을 통해 올 4월부터는 세입자들이 전세 계약 후 임대인 동의가 없어도 임대인이 미납한 국세가 있는지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세계약 전 세입자가 임대인의 체납 사실과 선순위 보증금 확인을 요청할 때 의무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서울 관악경찰서 [사진=연합뉴스]
서울 관악경찰서 [사진=연합뉴스]

관악구에서도 전세사기, 실효성 있는 대책 절실...국토부, 이달 중 전세 사기 종합 대책 예고

10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전세 사기로 38억원을 가로챈 60대 부동산 임대업자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47명, 피해액은 38억원에 달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다른 사람 명의로 구로·관악구 일대 빌라와 오피스텔 수십 채를 사들여 임대한 뒤 임차인들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다. A씨는 주택 담보 대출과 전세 보증금을 종잣돈으로 보유 주택 수를 늘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매입한 주택을 신탁회사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아 다시 주택을 사들였다. 대출을 받으면서 소유권을 이전했음에도 임차인을 속여 집을 임대했고, 이 보증금으로 다른 주택을 매입하는 수법을 썼다.

A씨는 전세 보증금 액수를 낮춘 허위 임대차 계약서로 건물 담보가치를 높여 금융기관에서 약 13억원의 대출을 받은 혐의(위조 사문서 행사)도 받는다.

경찰은 A씨의 범행을 돕고 수수료 명목으로 건당 100만∼200만원을 챙긴 부동산 중개업자와 명의 대여자 등 공범 10명도 구속 또는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대규모 전세 사기가 또 다시 발각되면서 실효성 있는 국토부의 전세 사기 예방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이달 중 국토부가 '전세사기 피해 방지 종합대책'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어떤 정책이 담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천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인천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한편 국토부는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법령 해석에 막혀 긴급주거지원에 입주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를 반박했다.

국토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긴급주거 지원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공공주택특별법령에 따라 산불, 수해, 지진 등 자연재난에 따른 이재민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등 사회경제적 위기가구에도 긴급지원주택(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며 "전세사기 피해자가 집중된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공임대 주택을 확보하고 있으며,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심사 등이 완료되는 대로 공공임대 입주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국토부는 "현재 인천에 113호·수도권에 공공임대 2백호를 확보했고 추가로 발굴 중"이라며 "전세사기 피해자가 일상으로 신속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전세자금 저리대출, 무료 법률 상담 등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인천에서는 부동산 1천139채를 보유하다 숨진 일명 '빌라왕' 김모씨, 미추홀구·부평구 빌라 수십 채를 사들였다가 숨진 '청년 빌라왕' 송모씨 등에 의한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돼 정부 차원의 빠른 주거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 보도에 의하면, 현재 이날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 제23조의 3에서 규정한 이재민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해당하지 않아 인천시의 긴급주거 지원이 어려워진 상태로 알려졌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설치한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피해자 임시거처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30채 가까운 임시거처가 모두 서울에 있고 지원 기간도 최장 6개월에 불과해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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