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한국노총 사무실 8곳…조합원 채용요구·금품갈취 혐의
공정위, 화물연대=사업자단체 ‘조사방해 혐의’ 고발
尹 “노조부패척결” 기조 맞춰 노조에 강경 대응...“공안 분위기 조성” 반발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에 경찰이 들어가고 있다. 2023.1.19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1/601447_401340_2347.jpg)
[폴리뉴스 서정순 기자 ] 노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경찰은 19일 건설현장 불법행위와 관련해 양대노총(노동조합) 건설노조를 상대로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하루 전인 18일에는 국정원이 사상 처음으로 민주노총 본사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고, 같은날 공정거래위원회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를 현장 조사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연말 윤석열 대통령이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및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노조부패도 공직 부패‧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며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해나가야 한다”고 밝힌 뒤 고발, 압수수색 등 노조를 향한 대대적인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다.
경찰, ‘원칙적 법 적용’ 방침...민주노총·한국노총 사무실 압색, 운영·회계자료 확보-휴대전화 압수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9일 오전 8시 10분부터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무실 5곳과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사무실 3곳에 수사관들을 보내 노조 운영·회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직원들이 출입문을 막아서며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민주노총의 경우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서울경기북부지부와 산하 서남·서북·동남·동북지대, 한국노총은 금천구 가산동 서울경기1지부와 송파구 오금동 서울경기2지부, 금천구 독산동 철근사업단 서울경기지부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은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연합과 경기 시흥시 소재 민주연합·건설연대·산업인노조, 경기 의정부시 전국건설노조연합, 서울 강서구 방화동 전국연합현장 등 소규모 노조를 포함해 사무실 14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들 노조 관계자 주거지 8곳에도 수사관들을 보내 영장을 제시하고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이들 노조가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등에서 소속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채용하지 않을 시 금품을 요구(강요 및 공갈)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첩보를 수집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강요·공동공갈 혐의가 있다고 보고 압수물을 분석한 뒤 노조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건설 현장에선 시공사 등이 노조 소속 노동자 채용을 꺼릴 경우 노조가 나서서 채용을 요구하거나 채용하지 않는 대신 노조비 등을 요구하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를 불법행위로 보고 원칙적 법 적용을 시작한 것이다.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에서 경찰이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2023.1.19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1/601447_401341_2430.jpg)
경찰, 올 6월까지 건설현장 특별단속...국토부, 불법행위 270건 적발
경찰청은 지난 달 8일부터 올해 6월 말까지를 건설현장 특별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집단적 위력을 과시하는 업무방해·폭력 행위와 조직적 폭력·협박을 통한 금품갈취 행위, 특정 집단의 채용 또는 건설기계 사용 강요 행위, 불법 집회·시위, 신고자에 대한 보복행위 등을 단속 중이다.
이와 별개로 국토교통부는 공사를 발주한 기관이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파악해 직접 민·형사상 대응에 나서도록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국 공사장 380곳을 조사해 건설노조 불법행위 270건을 확인했다며 경찰 수사 의뢰 등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또 대한건설협회 등 관련 단체 7곳과 실태조사를 벌여 채용 강요, 노조 장비 사용 강요,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 지급 등 피해 사례를 수집했다.
국토부는 피해 사례를 분류해 수사 의뢰 등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건설현장 불법행위와 관련해 양대노총 건설노조를 압수수색한 19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2023.1.19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1/601447_401342_265.jpg)
공정위 “상당수 위·수탁을 통해 업무를 보는 개인사업자”-화물연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반박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를 현장조사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승규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은 18일 세종정부청사 공정위에서 브리핑을 갖고 “공정위는 화물연대본부의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를 통한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지난 16일 전원회의를 열고 심의한 결과 화물연대 본부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며 “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빠른 심결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총파업 과정에서 소속 사업자에게 파업 동참(운송 거부)을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했는지 등을 조사해왔다. 공정위는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2일, 5일, 6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서울 강서구 화물연대 사무실과 부산지역본부 사무실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시도했지만 저지당했다.
이러한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124조 제1항 제13호 ‘고의적인 현장진입 저지 및 지연’ 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공정위가 화물연대에 현장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단체 성격이 ‘사업자단체’여야 한다.
즉, 공정위가 화물연대를 조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는 것은 성격을 ‘사업자단체’로 판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장은 “화물연대는 상당수 위·수탁을 통해 업무를 보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화물연대는 사업자 단체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법은 2인 이상의 사업자가 있으면 사업자단체로 보기 때문에 사업자단체다”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 제2조에는 사업자단체란 그 형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둘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조직한 결합체 또는 그 연합체를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화물연대 측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어서 공정거래법 적용 자체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화물연대 구성원을 사업자로 보고 이들의 단체를 사업자단체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이 과장은 “공정위는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라 피조사업체의 방어권을 충실하게 보장하되 공정위 조사를 거부하고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국가정보원의 민주노총 압수수색 규탄 및 윤석열 정권의 진보진영 공안탄압 중단 촉구 시민사회노동종교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1.19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1/601447_401343_3136.jpg)
노동단체 “공안 분위기 조성 의도” “민주노총·건설노조 죽이기" 반박
경찰의 이 같은 행보에 노동단체들은 '공안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9일 오전 11시 서울 양평동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과 건설업계가 합심해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정권이 건설자본 편에 서서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노조활동을 불법으로 몰고 있다"며 "더 이상 정부가 우리의 삶을 바꿔주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10만 총파업을 결의해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경찰이 국정원과 함께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한 데 이어 곧바로 이날 건설 현장 불법행위를 이유로 또다시 민주노총 소속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공안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울산지부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경찰의 연이은 압수수색을 "역대 독재정권들의 공안 탄압 메뉴얼의 종말적 단계이자 간첩단 공안 조작사건, 윤석열 정권의 민주노총·건설노조 죽이기"라고 규정했다.
이어 "민주노총의 투쟁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겁주려는 것"이라며 "조합원 고용을 회피하는 건설 현장에 조합원 채용을 요구한 것을 두고 채용 강요라고 왜곡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1월 말 화물연대의 총파업 때도 조합원들의 운송 방해와 물류기지 출입구 봉쇄 등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했다.
당시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 등으로 화물연대는 파업 동력이 약화하면서 지난달 9일 총파업 시작 15일 만에 해산했다.
경찰의 이 같은 움직임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노동 현장에서의 불법행위 근절'을 노동 개혁 과제로 삼은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따라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노동정책에 맞춰 경찰 또한 노조의 집단적 불법행위를 뿌리 뽑고 법치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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