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 정상회담 위한 고위급 협의 제안.. 북 외무성 부상 화답
관건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 양측 정상회담 실현시 한국 '패싱' 우려
일본, 북한 희토류 선점 가능성.. 북한도 경제 발전 토대 마련 가능해
![기시다 총리, 정상회담 위한 고위급 협의 제안.. 북 외무성 부상 화답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5/611076_411722_2413.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일본 기시다 총리가 조만간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정상 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의를 제안하자 북한도 "일본과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 31일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오히려 북한과 일본의 대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측의 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우리 정부가 '패싱'을 당할 우려가 큰 상황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27일 도쿄에서 열린 '북조선에 의한 납치문제의 국민대집회'에 참석해 북한과의 정상회담 의지를 드러냈다.
기시다 총리는 "납치 문제는 한 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인권문제"라며 "정상회담을 하루빨리 실현하기 위해 고위급 협의를 진행하고 싶다. 조건 없이 김정은 씨와 직접 마주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대담하게 현실을 바꿔나가야 한다.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 북한과 일본 쌍방을 위해 결단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1970~1980년대 북한이 남파간첩의 일본어 교육을 위해 일본인 17명(일본 측 집계)을 납북한 사건이다. 일본은 모두 17명이 북한에 납치됐고, 이 중 돌아온 5명을 제외하고 12명이 아직 북한에 남아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12명 중 8명은 이미 사망했으며, 나머지 4명은 북한에 온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한 납치자 부모 세대 중 생존자는 요코타 메구미 모친인 요코타 사키에 씨(87) 등 2명뿐이다. 납치 피해자 가족 모임은 지난 2월 “모든 피해자의 일괄 귀국이 실현되면 대북 인도 지원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북한은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즉각 화답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박상길 외무성 부상은 29일 담화에서 "만일 일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된 국제적 흐름과 시대에 걸맞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대국적 자세에서 새로운 결단을 내리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모색하려 한다면 조일(북일)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공화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부상은 "일본이 전제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말하지만 이미 다 해결된 랍치문제와 우리 국가의 자위권을 운운하며 조일관계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선행한 정권들의 방식을 가지고 실현 불가능한 욕망을 해결해보려고 시도해보는 것이라면 오산이고 괜한 시간 낭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수상이 집권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제조건없는 일조 수뇌회담'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는데 이를 통하여 실지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며 "21세기에 들어와 두 차례에 걸치는 조일수뇌상봉과 회담이 진행되었지만 어째서 두 나라 관계가 악화일로만을 걷고 있는가를 냉철하게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납치 문제'에 일본이 다른 태로를 보인다면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반응이 나오자 기시다 총리는 30일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29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김 위원장과 직접 마주하는 각오로 임한다고 말해 왔다"며 "그것을 구체적으로 진행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 북한-일본, 정상회담으로 얻을 수 있는 이해관계 맞아 떨어져.. 한국 정부 '패싱' 우려
양측이 이처럼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초기 낮은 지지율을 보여 왔으나 최근 잇따른 외교적 성과 덕분에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한 것이 대표적인 성과이다.
외교적 성과를 바탕으로 40년 이상 묵은 숙제인 '일본인 납북자 문제'까지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또한, 일본은 미국보다 먼저 북한과 수교해 북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도 오랫동안 가져왔다.
복수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이차전지, 반도체 핵심 소재인 희토류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그네사이트, 구리, 니켈 및 희토류 등이 함경남도 단천 일대에 매장되어 있으며, 양강도 해산 일대 및 정주 일대에도 상당한 양이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북한 광물매장량의 잠재가치는 약 7000조원에 달하는 수준이라는 것.
지난해 9월 TV조선은 쌍방울이 북한 최대 희토류 매장지인 단천 특구 개발을 추진했다고 보도한 바도 있다.
북한 입장에서도 코로나19와 국제 사회의 제재로 어려운 경제를 살리기 위한 통로가 필요한데 일본과 정상회담을 통해 식민지배상금을 요구하며 수교를 맺는다면 국내적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은 31일 정찰위성을 발사하기 전 일본에게 관련 사실을 미리 통지했다. 이전의 미사일 발사는 통상적으로 극비리에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다.
만일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이 실현되고 나아가 양국이 수교까지 맺게 된다면 한국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밖에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수차례 만나며 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는 동안 일본은 철저히 ‘패싱’ 당하며 자존심을 구긴 바 있다. 이제는 반대로 우리가 일본의 입장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정은과 기시다가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는 게 무슨 의미냐'는 질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얄밉고 짜증 나지만 기시다 총리가 외교를 잘하는 것이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너무 믿다가 뒤통수 제대로 한번 맞은 것이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기시다 총리 이전에도 아베 총리 등 고이즈미 이후에도 일본은 북일정상회담을 집요하게 추진해왔는데 이게 북한이 예뻐서라기보다 동북아지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 일본이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나선 것이다"면서 "그동안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 때 막혀 있다가 윤석열 대통령 이후에 틈이 생기니까 일본이 비집고 들어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일 관계가 어떻게 되든 한반도 문제 있어서 운전자가 되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조수석에는 앉아야 되는 게 아니냐"며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이후에는 아예 구경하는 관객으로 멀찍이 떨어져 버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