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 중도 퇴장, 인사청문회 파행...시민단체, 여권도 비난
野, 사상 초유 도망에 강하게 비판... 청문회 재개 요구
與, 편파적인 청문회 진행, 청문회는 어제로 끝
尹, 지난 7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임명... 이례적 휴일 임명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민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신원식 국방장관 후보자, 유인촌 문화관광장관 후보자를 지난 7일 임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장관 후보자를 오늘자(10월7일자)로 임명하는 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신원식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극우 막말' 논란이 불거져 국회 국방위는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으나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집권 1년4개월이 되는 윤석열 정부에서 청문보고서 없는 장관 임명이 신 장관으로 18번째 된다.

유 장관은 국회 문광위 청문회에서 'MB정권 문화계 블랙리스트' 공방 끝에, '적격-부적격 의견'을 동시에 기재하는 선에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이들과 같이 인사청문회 대상인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인사청문회 도중 퇴장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김 후보자 임명이 강행될지는 미지수다.

사상초유 김행랑 사태... 여성계, 시민단체도 비판 목소리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5일 인사청문회 진행 도중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청문회장에서 동반 퇴장한 뒤 다음날 재개된 청문회에서도 등장하지 않았다.

자리를 뜨기 전 김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반발했으며 여가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고성을 오가며 험한 분위기를 보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성가족위원장이 야당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김 후보자에게 “(청문회를)그런 식으로 할 거면 사퇴하시라”고 말하자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을 격앙하며 김 후보자와 동반 퇴장했다.

야당은 사상 초유의 후보자 도망 사태라고 비판하며 청문회 재개를 주장했고, 여당은 권 위원장이 편파적으로 청문회를 진행했다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다음날인 6일 청문회를 재개하여 김 후보자를 밤12시까지 기다렸으나 결국 나타나지 않아 청문회 자체가 무산되고 말았다. 

권인숙 위원장은 “있을 수 없는 행태이며 사상 초유의 사태다. 청문회를 파행으로 이끄는 것은 후보자의 불성실한 태도다”며 “제가 후보자에게 ‘감당하지 못할 거면 사퇴하라’는 이야기는 민주당 후보였어도 같은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중립성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의 퇴장은 ‘김행랑’(김행+줄행랑) 사태로 불리우고 있다. 이번 사태는 2000년 6월 국회 인사청문회법이 제정 및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언론계 역시도 이번 사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자신의 의혹 소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감정적인 모습으로 청문회에 임하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는 것이다.

이에 김행 여가부 장관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야당은 물론 시민단체와 여당내에서도 비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00여개 여성단체 및 시민단체로 구성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은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김행 여가부 장관 지명을 철회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전국행동은 “우리는 차별과 혐오에 기대어 자신의 자산을 증식하고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후보가 아닌, 한국사회의 구조적 성차별과 폭력을 해소하고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전담부처로서 여가부를 강화할 장관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또 다시 부처 폐지를 자신의 역할로 인식하는 자격 미달의 여가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며 “시민들의 바람과 달리 무지에 기반해 오만과 불의의 정치를 반복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내에서도 비판..."어디 감히 국민들 앞에서 박차고 나가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자격미달"

여권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언주 국민의힘 전 의원은 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 김행 후보자 퇴장에 대해 "역대 청문회를 하다가 후보자가 나간 적이 있었는가. 처음 보는 것 같다"며 "본인이 {장관직) 사퇴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본인이 때려치고 나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지금 자기 입장을 완전히 착각하고 있는데, 국회 청문회를 하는 것은 국민 앞에서 하는 것이고, 국민들이 견제할 방법으로 국회가 대신하는 민주적 통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댸신해 국회의원들이 질문하는걸 참지 못하고 박차고 나간 것"이라며 "어디 감히 국민들 앞에서 박차고 나가는가. 그럴수는 없다"고 분노했다.이어 "본인이 때려고 치고 나간 것이다. 이것으로 끝난것이 아니다. 사과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같은날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 "저도 좀 이상하다. 김행 후보자가 청문회장을 빠져나와 버리고, 또 그 전에 주식파킹 문제에 관해 자료를 제출하라고 해도 제출하지 않고,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 분을 국무위원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김행 후보자는 자격 미달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유인촌 장관 임명에 대해서도 "왜 내각과 대통령 비서실의 중요 인선을 MB 정부 출신으로 메꾸느냐. 그런 생각에서 저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윤 대통령 인사를 비판했다. 

이어 "시대가 변했다. MB 정부는 그때의 것이고 지금은 윤석열 정부 아니겠느냐"며 "세월이 10년이 넘게 지났는데 그 10년도 넘게 전의 사람들이 여전히 계속해서 국가의 중요 공직을 맡는 것이 어떻게 국민 눈에 제대로 된 인사라고 보이겠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행랑, 드라마틱한 엑시트...윤 정부 인사는 망사"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후보사퇴와 지명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행 후보자가 청문회장을 드라마틱하게 엑시트(EXIT,탈출)했다" "사상초유의 김행랑(김행+줄행랑)"  "김행방불명"이라고 비아냥대며 장관직 사퇴와 윤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8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줄행랑에 코인 보유 논란까지 ‘의혹 백화점’인 김행 후보자의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은 코인 보유 내역과 변동 내역 등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김 후보자를 방어하기에 급급했다”며 “주식 파킹, 황색 저널리즘 조장, 김건희 여사와의 관계, 노동법 위반, 비상식적 재산 증식과 코인 의혹까지 파면 팔수록 의혹이 넘치는 김행 후보자가 부끄럽지도 않냐”고 말했다.

이어 “정부·여당이 김행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 정부의 인사가 망사이고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정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일”이라며 “윤석열 정권은 국민을 무시하는 막장 인사를 반복하지 말고 민심을 경청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지에 대해 주목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7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을 임명에 이어 만약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현 정부 들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19명에 이르게 된다.

대통령실은 김 후보자 인사청문 과정에 대해 일단 정국 상황을 지켜보되 윤 대통령이 추후 청문보고서를 재송부한 뒤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다면 바로 임명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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