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캄보디아 전략적 동반자관계...정치, 국방, 경제 등 포괄적 협력 합의
캄보디아 정상 부부 오찬 참석 공개…심장병 아동과 인연도 영향
尹 사과후 공개일정 명분 마련 해석…여론 보며 수위 조절 전망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에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에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캄보디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의 공식 방한은 2014년 훈센 총리 방한 이후에 10년 만에 이루어지는 공식 방한이며, 지난 해 8월, 마넷 총리 취임 이후 첫 한국 방문이다. 지난 4월 23일 루마니아 대통령 방한, 그리고 4월 30일 앙골라 대통령의 방한에 이어 이번 캄보디아 총리의 방한은 올해 들어 한국을 찾는 세 번째 공식 방한 일정이다.

1997년에 재수교가 이루어진 이후 27년 간 꾸준히 확대되어 온 한-캄보디아 양국은 이번에 새로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기점으로 정치, 국방, 외교, 경제, 금융, 사회, 문화, 그리고 기후변화와 환경 이슈까지 망라한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특히 훈 마넷 총리는 한국이 그동안 표방해 온 한-아세안 연대 구상(KASI) 방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캄보디아와의 관계를 시작으로 해서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훈 마넷 총리는 우리나라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굳건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앞으로 역내 협력을 위해서 함께 추진해 나갈 공통 과제를 발굴해 가자고 제안했다.

특히 경제분야에서 훈 마넷 총리는 ‘SEZ(Special Economic Zone: 특별경제구역)’이라고 부르는 한국 기업들만을 위한 특별경제구역을 설정하겠다는 계획을 제안했고, 특별경제구역을 통해서 한국의 자동차, 전자 관련 기업들이 활발하게 투자하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한-캄보디아 간 정례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또 EDCF 차관 15억 달러 규모를 2022년에서 30년까지 기간을 연장하고, 그 액수를 2배로 늘려 30억 불 규모의 개발협력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안보 협력분야에서도 한국과 캄보디아간 성과가 있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훈 마넷 총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면서 우리의 안보를 위해서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외교적으로 힘을 모아 나가면서 언제든지 남북 간에 대화의 창은 열어놓겠다는 담대한 구상에 대해 강력히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한국이 올해부터 캄보디아의 지뢰 제거 사업 4단계 지원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대해 훈 마넷 총리가 감사의 뜻을 전해왔고,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지뢰 제거 장비를 지원하고 있는 이유가 선량한 시민, 그리고 어린이들의 생명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지키겠다는 인도적 견지에서의 협력인 만큼 캄보디아에 대해서도 지뢰 제거 사업을 적극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약 밀수를 포함한 초국경 범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뒤에 가진 오찬에서 상대국에 대한 각별한 인연에 대해서도 환담을 나눴다.

훈 마넷 총리는 “작년 8월 총리 취임 전에도 다양한 계기로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면서, “특히 2008년부터는 3년 연속 대테러특수부대 사령관 자격으로 한국 특전사의 대테러 수탁교육 이수차 방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도 “한국과 캄보디아의 인연이 적지 않다”면서 “검찰 근무 시절 캄보디아에서 연수를 온 수사 당국자들에게 우리나라의 과학수사기법에 대해 전수해 주기도 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막힘없이 협력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날 오찬에는 메밀전병, 오이선, 김치전, 새우전, 공심채 볶음, 한우 불고기, 해물 완자탕 등 한식 메뉴와 함께 디저트로 열대과일, 한과, 코코넛 무스 등 양국의 음식이 함께 올라왔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캄보디아 총리 배우자인 뺏 짠모니 여사와 각 나라의 전통의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캄보디아 총리 배우자인 뺏 짠모니 여사와 각 나라의 전통의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캄보디아 총리부부와 오찬 참석...윤 대통령 명품백 수수 사과 일주일만

특히 이날 오찬에는 명품백 수수 논란으로 공식일정을 중단한 채 잠행해 온 김건희 여사가 참석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사실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지 일주일 만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수정 당초 배포한 일정을 행사 2시간 전에 새롭게 수정해 김 여사가 한·캄보디아 정상회담 이후 열리는 공식 오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공개 일정에 참석한 것은 지난 해 12월 중순 네덜란드 순방 이후 153일 만이다.

김 여사는 이날 회색 자켓과 흰 블라우스, 짙은 남색의 치마 차림으로 캄보디아 총리 부부와 만났다.  먼저 뺏 짠모니 여사와 배우자 친교 환담을 나눈 뒤 정상 부부 오찬에 참석했다.

김 여사는 그동안 윤 대통령과의 일정도 비공개로 참석해왔다. 4·10 총선 전인 지난달 5일 윤 대통령과 용산구에서 비공개로 사전 투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나 지난달 루마니아, 앙골라 정상 부부 방한 당시에 배우자 친교·환담 일정을 소화했으나 사진·영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일정을 비공개로 소화하면서 공개 활동 재개 시점을 가늠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가정의달 행사에 김 여사가 함께 참석할지 여부도 검토했다가 윤 대통령만 참석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하고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김 여사가 공개석상에 나설 명분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이달 말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 다음 달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등 국내에서 열릴 주요 외교 행사에다 각종 해외 순방 일정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재개 를 더 이상 늦추기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영부인 역할을 계속 비공개로만 할 수가 없는 데다, 잠행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공개 활동을 재개하는 데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캄보디아 총리 배우자인 뺏 짠모니 여사와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캄보디아 총리 배우자인 뺏 짠모니 여사와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여사는 캄보디아 총리와의 오찬행사를 기점으로 공개일정을 시작하게 된 데는  캄보디아와 각별한 인연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11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과 동행했을 당시,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 로타 군의 사연을 접하고 로타 군의 집을 찾아 위로했다. 이를 계기로 그해 말 로타 군은 우리나라로 와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받았고,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지난해 1월 로타 군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격려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훈 마넷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과 오찬에서 윤 대통령 부부가 로타 군을 도운 일을 언급하며 "김 여사의 따뜻한 지원을 여전히 기억한다. 대한민국의 친절에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수술을 잘 마친 로타가 건강하게 뛰어놀라는 뜻에서 월드스타 손흥민 선수가 준 축구공을 선물했는데, 그간 축구 실력이 늘었는지 궁금하다"며 로타 군의 안부를 물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오찬이 끝난 뒤에는 로타 군의 심장 수술을 도운 서울아산병원 박승일 원장과 최재원 교수를 훈 마넷 총리 부부에게 소개했다.

김 여사는 이날 공개 일정 이후 정치권 반응과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하며 공개 활동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통령실은 캄보디아 정상 방문 일정 관련 첫 공지에선 김 여사 참석 여부를 명시하지 않았다가 수정 공지를 다시 내서 오찬 참석을 공식화했다. 사진과 영상도 1차 배포에서는 김 여사 사진이 빠졌다가, 수시간이 지난 2차 배포때 김 여사 사진을 제공했다.

김 여사의 활동 공개를 두고 대통령실이 적지않게 고심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일정 공개와 관련, "정상외교에서 배우자로서 역할은 계속해왔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는 올해 들어 방한한 외국 정상 일정에서 계속 역할을 하고 있고, 특히 배우자 친교 프로그램에 일관되게 참여하고 있다"며 "오늘 캄보디아 정상 공식 오찬에 배우자들이 함께 참석하는 게 좋겠다고 양측 정부가 합의에 이르러 이전(루마니아·앙골라 정상 방한)보다 일정이 더 추가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 여사는 지난달 열린 한-루마니아 정상회담, 한-앙골라 정상회담 때도 일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당시 일정은 비공개였고, 사진과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외교 행사는 국가 이익이 걸려있고 상대도 있다. 언제까지나 비공개로 진행하기 어려워 적절한 시점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찬에는 캄보디아 출신의 당구선수 쓰롱 피아비 선수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쓰롱 피아비 선수는 스무 살이 되던 해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뒤 당구에 입문, 각종 대회를 석권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활동 중이다.

이외에도 이날 오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근 KB국민은행 은행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 경제계 인사를 비롯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정욱 주캄보디아 대사 등 정부 관계자 및 대통령실 참모진이 참석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