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성장 대신 '내실 다지기'로 방향 잡아

[폴리뉴스 류 진 기자]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와 같은 강력한 'C-커머스' 의 염가 정책에 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이 고강도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차이나 덤핑'이 한국 경제를 흔들고 있는 상황 속에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에 중점을 둔 이러한 내실 다지기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 부문인 롯데온은 전날 임직원의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2020년 출범 이후 처음 단행하는 희망퇴직이다.
대상은 근속 3년 이상 직원으로, 퇴직 시 6개월치 급여를 일시금으로 받거나 6개월간 유급휴직 후 퇴사하는 조건이다. 인력을 효율화해 비용을 줄이고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롯데온 측은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 환경 속에 인력 재편을 통해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고자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유통사업군의 통합 온라인몰로 닻을 올린 롯데온은 출범 이후 매년 1천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까지 누적 영업손실만 5천억원에 육박한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도 22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4억원 늘었다.
국내 1세대 이커머스로 꼽히는 11번가는 오는 9월 사옥을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서 경기도 광명의 유플래닛 타워로 옮긴다. 11번가는 2017년부터 옛 대우그룹 본사였던 서울스퀘어 5개 층을 사용해왔다. 11번가 측은 "서울스퀘어 임대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사옥을 이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지속해온 '군살 빼기' 작업의 일환이다. 광명역 역세권에 자리한 유플래닛 타워는 같은 평형 기준으로 월 임대료가 서울스퀘어의 3분의 1 수준이다. 사옥 이전으로 연간 수십억원의 임대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된다.
거래액 기준으로 쿠팡, G마켓에 이어 3위권인 11번가는 적자가 누적되는 가운데 기업공개(IPO)가 미뤄지면서 현재 재무적 투자자(FI) 주도의 재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매각가는 5천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인 SSG닷컴과 G마켓은 물류 효율화에 승부수를 띄웠다.
'범삼성가'인 신세계그룹과 CJ그룹 간 맺은 사업 제휴에 따라 SSG닷컴은 쓱배송과 새벽배송, 김포 네오(NEO)센터 두 곳과 오포에 지은 첨단 물류센터 운영 등을 CJ대한통운에 맡기기로 했다. G마켓은 하루 10만건 물량의 익일 합배송 서비스인 '스마일배송'을 CJ대한통운에 일임한다. 두 회사는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상당한 규모의 물류비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 지난해 SSG닷컴은 1천30억원, G마켓은 32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액은 각각 139억원, 85억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전자상거래 물품 건수는 8881만 5000건으로 전년도 5215만 4000건보다 약 70.3%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통관 전자상거래 물품 증가율 36.7%(1억 3144만 3000건)를 2배 가까이 웃돈다.
중국발 직구 건수는 2020년 2748만 3000건, 2021년 4395만 4000건, 2022년 5215만 4000건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전체 통관 전자상거래물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43%에서 68%로 25%포인트(P) 뛰었다.
이는 C커머스의 공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우려스러운 점은 공세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욱 본격화될 것이란 점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향후 3년간 1조 5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하고 그중 2500억 원을 물류센터에 투입해 상품 배송 기간을 크게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 '소비자 주문→중국 집하→중국 물류센터 입고→중국통관→선박 및 항공기 산적→한국 도착→통관→한국 물류창고 입고→소비자 배송'으로 이뤄진 현재 단계를 물류센터 설립을 통해 '소비자 주문→한국 물류센터→소비자배송'으로 단축하겠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을 정점으로 이커머스 업계의 수익 위계 구도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알리·테무까지 시장에 진입하며 생존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그동안 외형 성장에 치중해온 국내 업체들도 누적된 손실을 더는 방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만큼 올해도 다양한 형태의 비용 감축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