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6월 19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6월 19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반도가 요동치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2024.6.19).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러시아와 28년 만에 동맹관계를 전격 복원한다고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우리 두 나라 사이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밝혔다. 이는 중·러 간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2023.3.21)보다 한 단계 높다. 북·러 동맹 복원은 상대방의 유사시 군사적으로 서로 돕는다는 데에 역점이 있다. 푸틴 대통령도 "포괄적 동반자 협정은 무엇보다도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한미동맹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북한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국으로 미국에게 가장 위협적인 국가이다. 여기에다 북·러 동맹으로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을 지원받는다면 북한은 군사위성, ICBM 재진입 기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확보하게 된다. 이 경우 중국, 러시아보다 먼저 북한이 미국의 목줄을 잡게 된다. ‘중대한 사변’이 아닐 수 없다.

푸틴은 왜 김정은의 손을 잡았을까? 러시아는 당장 북한의 무기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장기전 대비 전략으로 북한의 배후 기지화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푸틴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비난하면서, 북한의 “자체 방위력 강화와 국가 안보, 주권 수호의 권리”를 강조했다. 러시아의 ‘안보불가분의 원칙’과 중국의 '글로벌안보구상(GSI)'의 요지를 재확인시킨 셈이다. 나아가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 비토’와 함께, “유엔 안보리에서 주도한 무기한 대북 제재는 뜯어고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비핵화와 대북 제재는 이미 물 건너갔다.

다른 한편 푸틴의 북·러 밀착은 미국의 관심과 역량을 분산시키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중인 러시아는 나토 주도국 미국의 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지구 반대편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으로 미국의 역량을 분산시켜야 한다. 이에 ‘사실상의’ 핵국가 북한의 존재와 위협을 부추긴다면 미국의 전략적 무게 중심을 동북아 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타산이다.

여기서 우리는 스탈린의 환생을 만난다. 6·25(한국전쟁)는 미국과 중국의 힘을 빼기 위한 스탈린의 세계전략의 일환이었다. 베를린 봉쇄 작전(1948.6~1949.5)에 실패한 스탈린은 서독과 유럽에서의 미국의 힘을 분산시켜야 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국의 역량을 동아시아 지역으로 돌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스탈린의 전략은 주효했다. 미국과 중국의 소모전을 획책하면서 휴전협상을 오래 끌었다. 더욱이 유고슬라비아의 티토처럼 반(反)스탈린 독자노선을 걸을 수 있었던 마오쩌둥의 발호를 묶어두기 위해서도 중국의 힘의 소진이 필요했다.

중국은 반미 차원에서 러시아와 연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동유럽 전쟁의 수렁에 빠져 인도·태평양 지역에 역량을 쏟기 힘든 상황을 노린다. 미국이 20년 동안 중동 지역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동안 중국의 군사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는 때늦은 후회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중국은 러-우 전쟁의 장기화와 소모전을 바란다. 중국이 이번 6월 중순 스위스에서 개최된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참가를 거부한 이유이다. 장기전으로 중국에의 경제적 종속이 한층 강화되면 푸틴은 점점 시진핑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푸틴의 ‘김정은 껴안기’는 이처럼 국면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북·러 밀착과 푸틴의 전략을 시 주석이 반길 리가 없다.

우리의 ‘신 한국책략’은 이렇다. 첫째, 미국 차기 정부는 전쟁 종결과 러-우 평화협정을 조속히 체결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전략적 무게 중심축을 옮겨야 한다. 러시아는 핵무기 역량을 제외하고는 21세기 글로벌 강국으로서의 도전과 위상 회복이 불가능하다. 미국은 러시아를 중국과 분리시키면서 서방과의 타협과 공존을 추구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둘째,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한국의 국방력과 역할이 더욱 강력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단기간에 핵을 만들고 배치할 수 있는 역량을 즉각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핵 대응 수준인 ‘확장억제’는 한계가 크다. 한국은 국가 존망의 위기 앞에서 핵 자주권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핵보유국 한국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을 미국 조야에 설득하고 동맹 전략의 재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 북한의 ‘정권진화(Regime Evolution)’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호기이다. 북·러 동맹으로 김정은 체제의 안정이 구축되었다면 국제사회는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유도해야 한다. ‘핵 동결 vs 제재해제’ 구도에서 북·미 협상을 바라볼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은 한국의 핵개발을 용인하면서 북핵 동결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북·일 관계 개선도 기대된다.

한반도 평화는 우리 한국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 있다. 국제정세의 급변에 능동적·선제적인 대응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조민 코리아글로브 이사장
조민 코리아글로브 이사장

 

조민

코리아글로브(KG) 이사장
평화재단 이사
공화21 공동대표
통일연구원 부원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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