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尹 선포 6시간 만에 국회 요구에 따라 해제
계엄 선포 행위,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에 해당된다는 주장 이어져
로스쿨 교수들 “비상계엄 사유, 도저히 성립되지 않아…무리수”
헌법 77조 위반‧계엄법상 절차 위반 해당…탄핵 사유 된다는 주장도
민변 모임‧한국법조인협회‧대한변호사협회‧서울지방변호사회, 비상계엄 일제히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4.12.3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4.12.3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전격 선포 후 6시간 만에 국회 요구에 따라 해제했지만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윤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 의결에 따라 4일 오전 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약 6시간 동안 곳곳에서 불거진 위법·위헌성이 윤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계엄군이 헬기를 동원해 국회 경내에 들어와 유리창을 깨고 본청에 진입한 것 등을 두고 내란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헌법에서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내란죄는 예외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스스로 탄핵의 길로 걸어갔다는 반응이다. 

45년 만 비상계엄 선포…위법성 지적 이어져 

비상 계엄이 선포된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국방부 청사 입구 앞에 바리케이트가 설치된 가운데 차량들이 청사 입구로 향하고 있다. 2024.12.4 [사진=연합뉴스]
비상 계엄이 선포된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국방부 청사 입구 앞에 바리케이트가 설치된 가운데 차량들이 청사 입구로 향하고 있다. 2024.12.4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은 예고에 없던 긴급 대국민담화를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4일 새벽 비상계엄이 해제됐다.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1979년 10·26 사태 이후 45년 만으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계엄 선포 행위가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에 해당해 탄핵 요건을 충족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헌법상 계엄 선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위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를 계엄 선포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국회의 정부 각료 탄핵, 예산안 단독 감액 등을 지적하면서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라고 했다.

과거 계엄은 6·25 전쟁과 군사정변 등 국가의 위기 상황이나 전시에 준하는 상황에서만 선포됐는데, 헌법 기관인 국회의 활동을 계엄 선포 요건으로 판단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사유가 도저히 성립되지 않는다”며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 탄핵사유의 충분조건을 충족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 소집을 막거나 의원들의 국회 회의장 입장을 막으면 대통령의 내란범죄가 성립된다”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4일 "비상계엄은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정도가 아닌 북한의 강한 도발 징후와 같이 임박한 상황에 해당한다"며 "이런 일이 없는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하면 이건 권한의 오남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77조는 통상적인 경찰력만 가지고는 치안유지가 될 수 없는 비상사태를 얘기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소추 등으로 국가기능이 마비된다면 정당의 위헌성을 따져보면 될 일이지, 비상계엄선포를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왜 그런 식의 대응을 하는지, 무리수를 두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반헌법적 계엄령 선포야말로 탄핵 사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도 "헌법상 계엄선포 요건에 맞지 않아 헌법 77조 위반인 데다 계엄법상 절차도 지켜지지 않아 계엄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헌법·법률 위반 행위가 너무 중대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반헌법적 계엄령 선포야말로 탄핵 사유다. 바로 탄핵 국면이 전개될 거라고 본다”라며 “사실 이건 내란으로 해석될 수 있어 대통령은 즉각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내란은 대통령 재임 중에도 수사 및 소추가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장용근 홍익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예산 마비 등은) 국가 기관 내에서 장애가 발생한 건데, 전시사변이라는 국가기관 밖에서 벌어졌을 때 하는 비상계엄 선포를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지 이게 무슨 비상계엄인가”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요구하면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만약 계엄해제를 요구했는데 안 하고 군대를 밀어넣는다면 이건 전형적인 헌법 위반이고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법을 위반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게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약간 무섭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며 “국회에서 국회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계엄을 해제해야 하고, 이를 받지 않는 것이 탄핵 사유가 된다. 지금의 계엄은 윤 대통령이 스스로 탄핵으로 걸어들어간 셈”이라고 평가했다.

민변 “비상계엄 선포, 헌법소원 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청구”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법조계의 비판 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비상계엄 선포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헌법재판소 모습. 2024.12.4 [사진=연합뉴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비상계엄 선포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헌법재판소 모습. 2024.12.4 [사진=연합뉴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회장 윤복남)은 4일 윤 대통령의 전날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날 새벽 4시 27분께 계엄 해제를 선포하고 이후 계엄 해제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으나 계엄 선포행위에 관한 헌재 판단을 받기 위해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취하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민변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에서 "'피청구인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터 잡은 계엄사령관 박안수 육군대장의 포고령 등 후속 조치는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로 위헌임을 확인한다'는 결정을 구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선고 시까지 비상계엄과 포고령 등 후속 조치를 정지해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다만 비상계엄이 이날 새벽 해제됨에 따라 가처분으로 요구하는 효력은 모두 달성된 것과 같아 별도의 판단을 구하는 의미는 없어졌다.

한국법조인협회 “헌법재판소에 尹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한편 청년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기원 변호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한법협은 "현 상태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전시, 사변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상황도 아니고, 계엄법에서 규정하는 적과 교전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다"며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전까지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고, 여당 대표도 국민과 함께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맞서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수반하는 공권력의 행사는 헌법과 계엄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무효의 공권력 행사에 해당해 즉시 해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법협은 "대법원·헌법재판소 등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수반하는 공권력의 행사가 위헌·무효임을 신속하게 확인해 줄 것을 촉구하며, 4일 오전 헌법소원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尹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을 위반한 행위”

대한변호사협회도 4일 성명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자유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위헌행위임을 선언하고, 대통령 스스로 비상계엄을 즉시 해제할 것을 촉구한다”며 “과연 지금의 상황이 헌법이 말하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인지 우리는 말로서 대통령을 반박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고 바로 이어서 국회를 폐쇄함으로써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물리적으로 막고 있다”며 “이로써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실체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모두 위헌임이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변협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을 위반한 행위임을 선언한다”며 “대통령에게 헌법과 법률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의 사명을 직시하고 스스로 즉시 계엄을 해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지방변호사회 “尹 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헌·위법”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위법해 무효”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우리나라의 헌법 질서 아래에서는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않고 폭력에 의해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떤 상황에도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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