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與 36명 항의방문 “일제 재판관보다 못하단 목소리 나와”
권영세 “‘탄핵심판 불공정’ 의견 40%를 넘어”
권성동 “문형배, 다분히 감정적이고 편파적 진행”
문형배 향해 ‘음란물에 댓글‧색깔론’ 공격, 논란 이어져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나경원, 김기현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최소한 방어권 보장 촉구 및 불공정성 규탄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면담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2.17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2/681840_491379_208.jpg)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자 국민의힘이 헌재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17일 헌재 항의 방문에 이어 연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공격하고 있다. 이같은 국민의힘의 ‘헌재 때리기’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흔들고, 탄핵 인용에 대비해 지지층의 결속을 쌓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국민의힘의 이러한 태도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헌재 항의 방문 "'尹 파면' 결론 정해놓고 무조건 돌진" 주장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나경원, 김기현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최소한 방어권 보장 촉구 및 불공정성 규탄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면담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2.17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2/681840_491380_2119.jpg)
국민의힘 의원 36명이 17일 헌재를 항의 방문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공정성 등을 지적했다.
김기현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의 가장 높은 곳에서 추상같은 엄중함과 대쪽같은 공정함을 보여야 함에도 부실한 심리를 거듭 반복하면서 '답정너' 속도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건에서 대통령측 변호인과 아무런 협의없이 8번의 따발총식 변론기일을 일방적으로 지정했고, 더불어민주당과 마치 약속 대련이라도 하듯 탄핵소추서의 핵심이었던 내란죄 철회를 유도했다"며 "재판 당사자인 대통령의 증인 신문 참여라는 헌법적 기본권을 하위 법령에 근거한 '소송지휘권'이라는 빌미로 불법 박탈해 버렸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한 재판을 진행하면서 증인 신문 시간을 고작 90분으로 제한하고 초시계까지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탄핵의 트리거나 다름없었던 이른바 '체포명단 메모'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증인들의 말 바꾸기와 거짓 진술, 심지어 민주당의 증인 회유설까지 등장했다"며 "오염된 증거, 회유로 만들어진 거짓 증거에 대한 진위를 가리는 것이 순리임에도 헌재는 이조차도 무시하고 이미 결론을 정해 놓은 듯 무조건 돌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탄핵심판과 관련해 형사소송법 준용 규정 준수, 오염증거·전문증거에 대한 증거능력 배척, 적법·공정한 증거조사 절차 진행을 촉구했다. 또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정족수 권한쟁의 심판 사건 우선 처리,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각하도 요구했다. 이날 헌재 항의 방문 의원은 조배숙·이인선·박성민·강민국·장동혁·정동만·이만희·정점식·박충권·조지연·강명구·송언석·박수영·박덕흠·김장겸·추경호·김정재·유상범·김석기·박대출·윤상현·서명옥·김위상·김승수·박준태·권영진·최수진·이종욱·나경원·이철규·김은혜·김기현·엄태영·김미애·정희용·김선교 등이다.
권영세‧권성동 “헌재 공정한 변론 진행 촉구”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17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2/681840_491381_2254.jpg)
국민의힘 지도부도 헌재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헌재 탄핵심판이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40%를 넘어 과반에 육박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판결이 갈등의 종결이 아닌,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탄핵 심판 관련 절차의 공정한 진행을 촉구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법적 절차에 입각한 공정한 변론 진행을 통해 헌재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관련 헌재의 형평성 상실을 강조하며 "대통령 탄핵은 이제 10번째 변론인데, 이 검사장과 한 총리는 이제야 첫 번째 변론"이라며 "특히 이 검사장과 검사들은 (탄핵소추) 74일 만의 첫 변론이다. 헌재가 형평성을 상실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는 탄핵 심판 과정에서의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의 태도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문 대행이 지난주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심판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감사원 간부에게 '재판 진행은 내가 하는 것', '여기는 증인의 충성심을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윽박질렀다. 다음날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는 대통령측 변호인이 항의하니 말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며 "다분히 감정적이고 편파적 진행"이라고 비판했다.
문형배 향해 ‘동창 온라인 카페 음란물 공유‧색깔론’으로 공격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3인에 대한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에 입장해 착석해 있다. 2025.2.17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2/681840_491382_2347.jpg)
특히 국민의힘은 최근 문 대행 관련 논란들을 연일 띄우고 있다. 문 대행이 가입한 고등학교 동창 온라인 카페에 다수의 음란물이 공유됐고, 문 대행이 이를 방조했다는 논란이다. 이와 함께 문 대행의 과거 SNS 게시글이나 연구단체 활동 일부를 들어 ‘친북·친중’ ‘왼쪽’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지난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도마 위에 오른 문 대행의 아동·청소년음란물 시청 파문과 정치적 편향성 발언은 헌재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문 대행을 겨냥해 "자신의 정치적 편향성을 과감히 드러냈을 뿐 아니라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시청 및 탄핵 심판 변론 중 댓글을 삭제했다는 의혹으로 공직자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주진우 의원은 지난달 28일 “(문 대행은) 이재명, 정성호 의원과 가깝고, 우리법연구회 중 가장 왼쪽에 있다”며 문 대행과 민주당 정치인들이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국민의힘의 ‘헌재 때리기’에는 가짜뉴스를 확산하기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박민영 대변인은 지난 13일 논평에서 “문 대행이 동문 온라인 커뮤니티(카페)에서 미성년자 음란 게시물에 직접 댓글을 달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작된 것으로 확인돼 결국 본인과 당 차원의 사과가 나왔다.
이에 앞서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문 대행이) 이 대표 모친이 돌아가셨는데 상가에 방문한 걸 자랑삼아 헌재 관계자에게 얘기할 정도로 가깝다”고 했다가, 헌재가 반박하자 “잘못 전해 들은 것 같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17일 문 대행의 고교 동창 온라인 카페에 성착취물이 게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서 “문 권한대행 전화번호로 욕설·협박을 한 경우 경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하거나 신변에 위협을 가하겠다는 문자 폭탄을 문 대행에게 보냈다”는 취지의 게시글 등에 관해서도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문 대행은 지난 13일 헌재 공보실을 통해 “해당 카페는 동창 카페로서 경찰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해주기 바라며, 아울러 카페 해킹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헌재 압박으로 ‘지지층 결속’ 노리지만…당내 우려도 이어져
국민의힘이 이처럼 헌재와 문 대행에 연일 공격 수위를 높이는 것은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불복할 명분을 축적해나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절차적 논란에 대한 해소 없이 탄핵 심판 결론이 날 경우 보수 지지층의 반발 등 후폭풍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헌재와 문 대행에 대한 공격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상욱 의원은 지난 14일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헌재는 헌법 가치 수호, 민주주의 수호와도 연결되는 곳이고, 재판관 한 분 한 분의 의미는 더더욱 중요하다”며 “헌재 판단을 흔들려는 목적 또는 헌재 권위를 훼손하게 하려는 목적은 법치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지난 4일 CBS 라디오에서 “헌재가 법치주의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최후의 보루인데, 결정에 승복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자체가 붕괴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