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분쟁 매듭…"리스크 해소 선택" vs "수익성 희생 우려" 줄다리기
![미국 웨스팅하우스 원전 [사진=EPA/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8/704524_516334_4141.jpg)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올해 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국전력(한전)은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을 공식 종결하는 '글로벌 합의문'을 체결했다. 이 합의에는 한국이 개발한 차세대 원전, 특히 소형모듈원전(SMR)의 해외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받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합의문에는 한국 기업이 SMR을 독자 개발해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여부를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됐다. 만약 양측 간 이견이 발생하면 미국에 위치한 제3기관을 통해 기술 자립 여부를 재검증할 수 있는 절차도 포함됐다. 이는 곧 SMR이 기존 대형 원전 기술을 단순히 축소한 수준인지 여부를 '웨스팅하우스가 인정하느냐'가 수출 여부의 핵심 변수가 됐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합의문에는 원전 1기 수출 시 물품·용역 계약으로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원)를 웨스팅하우스와 맺고, 기술 사용료로 1억7500만 달러(약 2400억원)를 지불하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은 무려 50년에 달하는 장기 조건이다.
이 같은 조건들은 한수원·한전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협상 과정에서 타결된 합의의 실질적 내용으로 풀이된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 기술 기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를 종식하기 위한 절충의 대가로 이 같은 조항들이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익 없이 수출만 늘어날 수 있다"며 비판적인 지적도 나온다. 원전 수주는 구조상 여러 기업과 협력해야 하며 저가 전략으로 수주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너무 많은 로열티와 일감을 제공하면 이익률이 극도로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원자력 수요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재권 분쟁이 수출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근거로, 분쟁을 조속히 정리하고 해외 진출 장벽을 낮춘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SMR 수출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가 일정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구조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합의 기간인 50년 계약도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고 말한다.
원전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합의를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동시에, 향후 조건 재협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SMR 관련 조항은 "웨스팅하우스의 허가를 언제나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해석이 있어 실제 운영과 수출 전략에 의해 조정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은 SMR 개발에 있어 표준 설계, 안전 규제 대응, 비용 효율성 등에 집중하는 반면, 세계 각국은 누가 먼저 상업용 SMR을 상용화하느냐에 방점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루마니아 SMR 프로젝트나, 공장 제작 후 트럭으로 현장 반입하는 방식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번 글로벌 합의는 수출 문 닫힘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한국형 SMR의 독립성과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향후 로열티 구조, 검증 절차, 장기 계약 조건에 대한 전략적 재검토와 협상이 필요할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면서도 기술 주권을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지는 정부와 업계 모두에게 남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