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헬기 vs 무인 소방 드론..."드론은 밤하늘 공백 메워줄 유일한 대안"
헬기와 드론 도입가격과 유지비, 드론 1년 운영비의 수십 배
드론이 아닌 헬기를 고집하는 이유... '운용조직과 시스템이 없기 때문'
산림청-소방청 '권한싸움'에 불타는 산..."지휘체계 일원화해야"
드론이 날 공간을 규제로 틀어막아... "법과 제도의 정비가 선행돼야 "
"산불진화 전담조직,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2025년 산불진화 통합훈련 장면. [사진=연합뉴스]
2025년 산불진화 통합훈련 장면. [사진=연합뉴스]

"드론은 이미 하늘 위에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드론은 여전히 서류 위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정책 의지의 부재다. 기술이 아니라 의지가 날아야,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드론업계 관계자의 날선 지적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무관심한 정부 당국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드론은 재난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고, 전쟁터에서 판세를 바꾸며, 산업 현장에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하늘의 혁신'을 펼쳐내고 있다.

드론은 이제 단순한 촬영기기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재난 대응, 산업 경쟁력의 축이자 데이터 주권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한국의 드론산업은 여전히 규제와 제도, 예산의 벽에 막혀 '하늘을 날지 못하는 기술'수준에 머물러 있다.

< 폴리뉴스 >는 이번 [드론특집] 시리즈를 통해, '영흥만 해경 순직사건'에서 드러난 구조용 드론 도입 지연부터, 산불 진화·국방·산업용 드론의 부재까지, 하늘을 통한 생명과 안전의 혁신이 왜 멈춰 있는지를 짚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 3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영남권을 강타했다. 3월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산청, 하동,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울주 등 8개 시군에서 산불이 나 피해면적이 총 10만4천ha로, 축구장 약 14만5천개에 달하는 산림이 불탔다. 산불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7년 이후 최대규모의 피해면적이다. 특히 사망 31명, 부상 52명 등 유례없는 인명피해가 발생해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많아지면서 산불이 대형재난으로 번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0년대 대비 2020년대 산불 발생 건수는 440건에서 520건으로 18%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평균 피해면적은 8배나 늘었다. 이처럼 산불이 크게 번지고 있는 데는 야간 산불진화가 거의 불가능했다는 점도 한 요인이 되었다는 게 화재전문가의 지적이다.

"야간에는 헬기가 못 뜹니다." 매년 대형산불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익숙한 답변이다. 그러나 산불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타오른다. 대낮에만 헬기를 띄워서 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소방 헬기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소방 드론은 여전히 '시범사업'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 이유는 산림청과 소방청의 권한 다툼이 끊이지 않고, 항공법상 야간 비행 금지 규제, 그리고 "혹시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고질적인 관료주의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 드론산업협회 관계자는 "재난이 점점 대형화되고 있지만 예산은 여전히 헬기로만 흘러간다"면서 "정작 드론은 법적 지위가 없고, 담당 부서조차 없다"고 개탄했다. 이 관계자는 "야간에도 대형산불을 끌 수 있는 기술은 이미 준비돼 있다"면서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행정의 의지, 그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관료주의"라고 꼬집었다.

소방헬기 vs 무인 소방 드론..."드론은 밤하늘 공백 메워줄 유일한 대안"

산불진화 훈련하는 산림청 헬기.[사진=연합뉴스]
산불진화 훈련하는 산림청 헬기.[사진=연합뉴스]

산불은 주로 야간에 더욱 크게 번지는 속성이 있다. 문제는 조종사·기관사가 반드시 탑승해야 하는 헬기의 야간 비행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는 데 있다. 산악 지형의 강풍, 연기, 불길은 언제든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산불 재난현장에서는 헬기추락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적지않다.

14일 국가항공사고조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9-14년) 국내 헬기 사고 총 15건 중 국가기관(산림청·소방방재청 등) 소속 헬기 사고는 5건, 민간소유 헬기 사고는 10건으로 집계됐으며, 이 기간 사망자 22명·부상자 14명으로 총 3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3월 의성 산불현장에서도 산불을 진압하던 소방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지기도 했다. 

반면 무인 소방 드론은 인명피해 위험이 없다. 소방드론에 열화상 감지카메라를 장착할 경우 화점을 식별해 정밀하게 소화약제를 투하, 산불진화에 활용할 수 있다. 소방드론이 도입된다고 해서 소방헬기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방헬기가 비운 밤하늘을 소방드론이 지킬 수 있다면 소방드론 도입을 미룰 이유가 없다.

 헬기와 드론 도입가격과 유지비, 드론 1년 운영비의 수십 배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격이 훌쩍 뛰어오른 헬기에 비해 소방드론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30kg소화탄을 투하할 수 있는 소방드론의 경우 대당 약 1억 5천만원이면 구매 가능하다.

유지보수비용도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하다. 중형 소방헬기의 유지비는 연간 수십억 원대에 이른다. 반면 드론의 경우 충전식 배터리 기반 운용으로 유지비가 헬기의 1/30~1/50 수준에 불과하다.

헬기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100억원 수준에 이르는 헬기 한 대 값이면 50대 이상의 드론을 운용할 수 있고, 인명 피해 우려도 없다. 

산림청-소방청 '권한싸움'에 불타는 산..."소방청 일원화해야"

지난  10일 낮 강원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에서 산불이 나 산림·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제공]
지난  10일 낮 강원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에서 산불이 나 산림·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제공]

그동안 우리의 산불 대응지휘 체계는 지휘체계가 통일돼 있지 않았다. 현행 법령상 산불진화 주관기관은 산림청이다. 그러나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림피해 면적이 100ha 이하일 땐 기초자치단체장 또는 산림청 소속 국유림관리소장, 100ha이상~1천ha미만일 땐 광역자치단체장, 1천ha일 땐 산림청장이 지휘권을 갖는다. 소방청은 산불진화 지원부처로서 산림주변 가옥이나 시설물 방호를 담당한다. 한마디로 말해 '탁상공론'식 지휘체계였다.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시·도 경계없이 빠르게 확산하는 데, 지휘체계가 통일돼 있지 않으니 대형산불이 날때마다 누가 지휘해야할지 갈팡질팡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산불확산에 대한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국회의원들 역시 지휘체계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은 이와 관련, "현장에서 산불을 많이 접해본 입장에서 예방과 복구는 산림청이 맡고, 진화는 소방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며 "행안부에서 현장의견을 듣고, 지휘체계를 다시 한번 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형재난으로 번지는 산불에 한해 지휘체계를 산림청장으로 통합하는 대책을 내놨다. 산림청은 지난 달 22일 행정안전부, 국방부, 소방청, 경찰청, 기상청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기후 위기로 대형화되는 산불 재난 대응을 위한 산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재난성 대형 산불이 우려되는 봄철 시기에는 산림청장이 10∼100㏊ 규모의 소규모 산불이라도 지휘체계를 가동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산림청은 1천ha 이상 혹은 두 개 시도 이상 걸친 규모의 산불로 확산하기 전까지는 개입할 수 없었다. 다만 소방기본법을 개정해 소방의 업무를 기존 민가 방어 위주의 지원활동에서 적극적 산불 진압으로 확대했다.

 드론이 아닌 헬기를 고집하는 이유... '운용조직과 시스템이 없기 때문'

지난 4월 대구 산불진화에 동원된 군헬기의 산불진화 장면.[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대구 산불진화에 동원된 군헬기의 산불진화 장면.[사진=연합뉴스]

산불진화 책임을 맡고있는 산림청이 유사시 조종사 생명을 걸어야 하는 소방헬기 중심 체계를 고수하는 이유는 뭘까. 헬기의 경우 산림청내에 산림항공본부가 조직돼있고, 전국에 설치된 11개 산림항공관리소에서 헬기를 관리하는 등 조직과 운용인력 체계가 완비돼 있다.

이에 반해 소방드론의 경우 조직 내에 드론을 운용할 조직과 인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무작정 도입했다가는 제대로 운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소방청의 한 관계자는 "소방드론을 도입해도 이를 운용하고 통합 지휘할 인력과 시스템이 없다"면서 "관제센터, 데이터망, 운용교육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비를 들여오면 창고에 쌓이는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즉, 소방드론이 개발돼 있는 데도 산불현장에 빨리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게 기술이나 장비때문이 아니라 이에 따르는 운용 조직과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드론이 날 공간을 규제로 틀어막아... "법과 제도의 정비가 선행돼야 "

국내서 개발된 소방드론이 화재현장에 소화탄을 투하하는 훈련을 실행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드론업체 제공]
국내서 개발된 소방드론이 화재현장에 소화탄을 투하하는 훈련을 실행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드론업체 제공]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드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산림청과 소방청 등이 수년간 수백억 원을 투입한 국책과제에서 소방드론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하지만 실제 재난현장에서 활용하는 소방드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왜 그럴까. 드론이 날 수 있는 공간을 법과 제도가 틀어막고 있기 때문이다. 

드론 활용의 촉진 및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이하 '드론법')과 항공안전법 시행령/시행규칙에 따라 규율되고 있는 드론은 자체 중량 150kg이하인 무인동력비행장치이며, 이 중량을 초과할 경우 무인항공기로 분류된다. 즉, 150kg 초과 구간에서는 단순 등록·시험을 넘어 비행승인, 운용허가, 운용조직 및 관제체계 등이 요구되며, 이 부분이 제도적 장벽으로 지적돼 왔다. 

또 산림청은 수년전 화약으로 작동하는 산불진화용 소화탄을 소방 드론이 화재현장에 투하하는 국책과제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된 군 당국이 "민간에서 화약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화약식으로 작동하는 소화탄 사용을 못하게 막았다. 결국 화약식 소화탄을 화재진화에 사용하려는 소방드론의 상용화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2일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 대표발의로 대형 산불 발생 등 긴급한 상황에서 화약류의 폭발력을 이용하여 진화약제를 분사하는 산불진화용 소화탄을 화재 진압용으로 개발된 소화탄을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현행법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상정해놓고 있으나 아직까지 상임위에 계류중인 상태다.  국회가 대형 산불확산을 우려하면서도 화약을 사용하는 산불진화용 소화탄 개발을 막는 규제 하나 빨리 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기술과 장비개발 연구는 진척, 실전투입은 '제로'

지난 3월 영남권 산림을 불태운 대형산불 이후 정부는 산불확산을 막기위한 국책과제로 100kg 이상 소화탄을 장착할 수 있는 대형 진화 드론과 고성능 분사 시스템 개발을 오는 2026년 완성토록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드론업계에서는 기술이 개발돼도 실전에 적용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드론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기술로도 100kg 이상 소화탄을 장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은 이미 돼있다"면서 "다만 드론 자체 중량이 150kg이 넘을 경우 시험비행 조차 할 수 없도록 규제가 돼 있어 기술이 있어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렇듯 드론자체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나, 정부의 실용화 정책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다른 변화가 없이 제자리에서 멈춰 있다.

법과 제도는 정부기관들의 규제 아래 묶여있고, 드론은 창고에서 잠자는 동안 불길은 온 산을 덮는다. 전문가들은 "드론 기술은 이미 하늘을 날 준비가 끝났다. 하지만 정부의 행정은 아직 활주로에 묶여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산불진화 전담조직,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직결된 재난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부 차원에서 산불진화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예산과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첨단 드론 시스템을 운용하려면 단순히 장비만 갖추는 게 아니라, 통합 지휘체계·인력양성·상시 운용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 한, 첨단 드론을 도입해봐야 "서류 속 장비"로 남을 뿐이다. 한국은 첨단 소방드론 기술과 예산이 있지만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그 결과, 국민의 생명과 산림은 매년 불길에 휩싸이고 있다.

"산불은 밤에 번진다. 그런데 우리의 드론은 낮에만 난다." 하늘을 막고 있는 건 예산이나 장비가 아니라 관료주의다. 야간에 강풍을 타고 거세게 타오르는 산불은 진화하기 위해서는 현재로선 소방 드론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헬기가 뜰 수 없는 밤하늘에 소방드론을 대거 투입해 인명피해 없이 화마를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드론업계 관계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폴리뉴스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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