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한미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11/713737_527621_5758.jpg)
지난 29일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행사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 초청으로 방한했다. 나는 두 정상의 만남을 앞두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수트와 넥타이 컬러에 관심이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으레 그의 심볼 컬러인 '핫 레드' 타이를, 이재명 대통령은 평소에 즐기던 감청색 수트에 클래식 스타일의 블루 타이를 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타이는 빨간색 대신에 파란색을 맨 차림새였다. 한국 여당(더불어민주당)의 심볼 컬러인 파랑을 의식한 듯 상대 국가를 배려한 메시지로 비쳤다. 반면에 이재명 대통령은 감청색 정장을 입지 않고, 회색 정장에 '파스텔 톤'의 노란색 넥타이를 맸다.
나는 이대통령의 패션이 클래식한 스타일일 것으로 추측했다가, 회색 정장에 부드러운 황금색 타이를 본 순간 아쉬움을 느꼈다. 글로벌 한국 대통령으로서의 파워가 느껴지지 않은 차림새였기 때문이다. 이대통령은 왜 감청색 정장을 입지 않고 회색 정장을 선택했을까, 예의상 감청색 정장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감을 높여주려는 패션 전략인가 싶었다.
![지난 29일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11/713737_527622_5843.jpg)
그리고 두 정상의 회담이 이루어졌고 이대통령이 트럼프대통령에게 금관 선물을 하는 장면에서 비로소 이재명 대통령이 황금색 타이를 착용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대통령의 황금색 타이는 신라 금관 선물을 상징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황금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한 패션 전략이었던 것을 알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황금사랑'은 유명하다. 그가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에 살았던 자택의 인테리어도 온통 황금색으로 장식할 정도였으니. 아무튼 황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무궁화 대훈장'과 '천마총 금관' 선물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그가 받은 선물은 해외 언론에서도 널리 다루어졌고 특히 미국 언론에서는 트럼프를 반대하는 '노킹스' 시위와 맞물린 시점에서 금관 선물을 받아 대서특필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관 선물을 쳐다보며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대통령의 황금 선물이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상의 설득 도구가 된 셈이다. 한국에게 좀 더 유리하도록 미국 관세율을 낮추는 협의를 이끌어냈고, 한미 정상회담 결과는 전반적으로 한국의 국익을 위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국내에서도 이대통령은 이전보다 높은 국정 지지율까지 챙겼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킷 컬러에 따라 황금색 타이의 부각 정도가 달라 보이는 두 이미지 [왼쪽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11/713737_527623_5913.jpg)
이번에는 이대통령의 패션에 대해 아쉽다고 표현한 점을 짚어보자. 위의 왼쪽 사진은 이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입었던 회색 재킷이고, 오른쪽 사진은 감청색(네이비) 재킷으로 변환해본 이미지다. 이날 회담을 위한 이대통령의 패션 이미지 컨셉은 황금색 타이! 하지만 회색 재킷이 황금색 타이를 잘 부각하지 못했던 점을 강조하고 싶다.
위 두 장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동일한 황금색 타이라도 어떤 컬러 재킷과 연출하느냐에 따라 황금색 타이의 선명도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회색 재킷과 매치한 황금색 타이는 '색상 대비 효과'로 인해 탁해 보이고, 감청색 재킷과 매치한 황금색 타이는 좀 더 맑고 선명해 보인다. 따라서 황금색 타이를 부각하기 위해서는 네이비 재킷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또한 회색 재킷은 이대통령의 얼굴을 흐릿한 느낌으로 어필했다. 회색은 감청색보다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감청색 수트는 신뢰감과 품격을 더해준다. 그래서 정치인과 정치인(특히 정상과 정상)과의 만남에서는 감청색 정장이 베스트다. 이대통령이 감청색 재킷(오른쪽 사진)을 입었다면 얼굴의 인상이 한결 또렷해 보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한국 대통령의 위상에 걸맞은 패션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29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최고경영자) 서밋' 개회식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11/713737_527625_028.jpg)
한편 이대통령은 같은 날 'APEC CEO(최고경영자) 서밋' 개회식 행사에 참여했을 때는 동일한 회색 정장을 입고 감청색 바탕에 딥퍼플 스트라이프 무늬의 타이를 맸다. 경제인들과의 만남에서는 권위감이 배제된 딥톤(Deep Tone)의 어두운 회색 정장이 최상이다. 그는 APEC 개최국가의 수장이지만 최고경영자들을 위한 행사에서는 가장 조화를 잘 이루는 차림새를 연출했다.
나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서 옷을 가장 잘 입는 정치인으로 이재명 대통령을 꼽는다. 대통령으로서 품격을 갖춘 옷을 입는 능력 또한 리더의 중요한 직무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훗날 이대통령으로 인해 '옷 잘 입는 대통령이 정치도 잘한다'는 공식이 성립되기를 바란다.
정연아 대표
대선 후보를 비롯한 정치인의 퍼스널 브랜딩, CEO 등 VIP 이미지컨설팅을 진행했다. 저서로는 총 8권이 있으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