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전력 실제 수요 대비 과도…전면 재점검 후 연간 3억 원 절감 효과 확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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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산하 공공청사에서 실제 사용량보다 높은 계약전력이 수년간 유지되며 전기요금 수억원이 불필요하게 지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시의 관리 체계 부재가 가져온 명백한 행정 낭비로, 뒤늦게 전면 점검에 나선 결과 연간 약 3억원의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24일 세종시에 따르면 관내 공공청사 103곳 중 절반을 넘는 53곳이 실수요보다 훨씬 높은 계약전력을 설정해 한국전력에 기본요금을 과도하게 납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계량기 데이터와 청사별 실수요 전력 현황을 비교한 결과 상당수 시설에서 계약전력이 준공 당시 수치 그대로 방치돼 왔으며, 이후 실제 전력 사용 패턴 변화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공공기관은 대규모 행정 기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한전과 계약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 문제는 이 계약전력의 최소 30%가 기본요금 기준전력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초기 설계나 준공 당시 과하게 잡힌 계약전력은 곧바로 매달 고정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대표적 사례가 2019년 준공된 세종시 보건환경연구원이다. 연구원 청사는 건축 규모를 기준으로 950㎾에 맞춰 계약전력을 설정했는데, 이는 준공 이후 실제 월평균 사용량(205㎾, 최대 250㎾)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다. 기본요금 기준전력만 해도 284㎾가 책정돼 있었으나, 실사용량을 고려하면 최소 절반 수준으로 재조정될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 기관 누구도 계약전력 적정성 여부를 점검하지 않았다. 연구원이 운영을 시작한 이후 수년간 실사용 데이터가 축적됐지만, 전력 관리 주체는 이를 분석하거나 한전에 조정을 요청하는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고정요금이 매달 반복적으로 나가며 혈세가 누수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문제 인식은 지난 5월 시 감사위원회가 정기 감사를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감사위는 보건환경연구원을 포함한 청사들의 계약전력 산정 근거를 검토한 뒤, 실수요를 반영해 계약전력을 950㎾에서 550㎾로 낮추도록 한전에 조정을 요청했다. 조정 이후 기본요금 기준전력은 165㎾로 줄었고, 결과적으로 매월 약 30만원, 연간 400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보건환경연구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감사위가 공공청사 전체 103곳을 대상으로 추가 점검을 진행한 결과, 52개 기관에서도 계약전력이 과다하게 설정돼 있었다. 일부 청사는 실제 사용량을 2배 이상 초과한 계약전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특히 준공 이후 장비 운영 방식이 크게 변했는데도 초기 수치를 그대로 적용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감사위는 이들 53개 공공청사의 계약전력을 모두 조정할 경우 매달 약 1억5000여만 원, 연간 3억원을 넘는 전기요금이 절감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단순 숫자 조정만으로도 상당한 예산을 아낄 수 있음을 의미하며, 공공시설 전기요금 구조 관리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셈이다.

세종시는 향후 공공청사 계약전력 관리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청사뿐만 아니라 기존 건물도 매년 실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약전력의 적정성을 평가하도록 하고, 장비 교체나 사무공간 재구성 등으로 실수요가 변한 경우 즉각 조정을 요청해 예산 낭비를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번 감사 결과가 올해 하반기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단순한 전기요금 절감 효과뿐 아니라 공공시설 운영 전반의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다.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일괄적으로 높게 책정돼 있던 계약전력을 실사용량에 맞게 조정함으로써 전기요금 누수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다"며 "향후에도 공공청사의 에너지 관리 체계를 면밀히 점검해 불필요한 예산 지출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지방자치단체의 세밀한 에너지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지속적인 점검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작은 부주의가 곧바로 수년에 걸친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세종시의 이번 조치는 지방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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