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반값등록금’ 추진.. 靑-政-친이, ‘표퓰리즘’

황우여 원내대표는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친서민 정책 1호로 반값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반값등록금’ 정책을 정부 출범 후 폐기했었던 것을 재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황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이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서민, 복지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며 당청간에 협조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황 원내대표는 "당은 등록금 문제,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 육아 문제, 전·월세 문제, 퇴직 후 사회보장문제 등 생애주기형 정책접근을 하려고 한다"며 “당은 등록금 문제 등 서민경제에 대해 중점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 당정간 협조가 긴밀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
특히 박근혜 전 대표는 황 원내대표의 ‘반값등록금’ 추진 발표 하루 전인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대학 교육정책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반값등록금’ 문제는 정국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반값등록금은 2006년 박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5.31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유럽 순방 중 기자들을 만나서도 높은 대학 등록금 문제를 언급했다. "가난 때문에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새희망 장학기금'을 설치해서 초·중·고교와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작년 지방선거에서 약속했던 대학등록금 반값 정책도 저소득층 자녀에게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가 선언한 ‘반값등록금’은 사실, ‘박근혜發 이슈’다.
황 원내대표는 친박과 소장파, 중도파들의 ‘반이 연합세력’에 의해 당선이 되었기 때문에 박 전 대표와는 우호적 관계라 할 수 있고, 그는 취임 후 줄곧 박 전 대표와 같은 ‘서민, 복지정책’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청와대와 정부, 친이계내에서는 5조원 가까이 드는 재원마련과 포퓰리즘이라는 이유를 들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뿐만아니라 청와대는 대선공약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의 복지론 이후 파장을 불러일으킨 ‘무상급식’ 논란과 최근 ‘감세정책’ 논란에 이어 다시 ‘반값등록금’ 논란까지 불붙으며 ‘정책을 통한 이념논쟁, 당 정체성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20대 학생과 이들 대학생을 자녀로 둔 40-50대층을 겨냥한 선거전략으로‘票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고있다.
여권의 이념정책논쟁의 본질은 현재권력 대 미래권력의 싸움, 즉 ‘이명박 대 박근혜’ 전선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청와대와 정부, 친이계는 발끈하고 있고, 급기야 친이계 대선주자인 오세훈-김문수 두 주자도 ‘반값등록금’ 논쟁에 합세했다.
황우여, 서민정책 1호 ‘반값등록금, 포퓰리즘 아니다’.. 반드시 추진할 것
황우여 원내대표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쇄신의 핵심은 등록금 문제”라며 “대학등록금 부담을 최소한 반값으로 줄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대학생의 등록금은 중산층도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중하다”면서 “대학 교육이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처럼) 유상인데 (유럽에는) 무상으로 하는 나라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수요일(25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가 미래에 대한 설계 차원에서 등록금에 대한 화두를 던지겠다”고 덧붙였다.
반값등록금에 소요되는 국가 재정은 4조9천억원대다. 막대한 정부 재정이 들어가는 반값등록금에 대해 아직 정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다.
한나라당의 반값등록금 현실화 방안은 ‘차등지원’에 있다. 소득수준 하위 50% 이하 소득자 자녀에 대해서는 정부재정으로 차등지원한다는 것이다. 등록금을 무조건 반값으로 인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지원 폭을 확대하되 소득수준, 성적 등을 고려해 차등지원하겠다는 방안이다.
황 원내대표는 23일 김황식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반값 등록금 제안 등은 적절하게 제시한 정책이며, 정책 방향성과 전략을 철저히 준비해서 포퓰리즘으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청와대와 정부가 (정책을) 결정해서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발표했지만 앞으로는 여당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청와대·정부와 협의한 후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발표하는 게 맞다”며 당정청 관계 변화도 강조했다.
황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재차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당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공론을 모으고 6월중 국민공청회를 열어 최종적인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반값 등록금에 대해 ‘국민 여론’ 수렴부터 하겠다는 것. 그는 “청년 대학생이 가장 문제로 삼는 등록금 문제가 잘 정리되기를 바란다”며 “당과 국회는 대학생과 학부모, 대학당국의 이야기를 듣고 당정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쇄신파인 ‘새로운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새나라 소속 김세연 의원은 “국민들의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치권의 역할”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정부-친이계 발끈, 5조원 예산 누가 감당하나... MB대선공약 아니다
한편, 청와대는 발끈하고 있다. 국가 재정과 관련된 정책을 당에서 일방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는 과정이나, 이명박 대통령 대선공약이라고 전제를 단 것 등에 대해서 모두 불쾌한 반응이다.
이 대통령이 2007년 ‘반값등록금’을 대선공약으로 약속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에서 당론으로 채택했던 반값 등록금 정책의 내용 중 '저소득층에 대한 장학금 확대'부분만 떼어내 '맞춤형 국가장학제도' 공약으로 수용했지만, 반값 등록금이라는 용어를 대선 공약집에서 쓰지 않았다는 것이 청와대 입장이다.
이 대통령도 지난 2008년 9월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겠다는 공약을 한 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23일 김황식 총리는 황우여 원내대표단과 만찬회동에서 반값등록금 추진에 난색을 표했다.
김 총리는 “당이 반값 등록금이라고 입장을 밝혀 놓으면 정부가 맞춰가야 하는데 가능할지가 문제”라며 “여건과 한계를 감안해 ‘정교하게 프로그램’을 디자인해서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김 총리는 “당정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 추진을 약속하면 정부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등록금 부담 완화는 좋지만 무작정 재정 지원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선진국은 고등학생들의 30%정도가 대학을 가지만 우리나라는 80%가 가지 않느냐.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대규모 정부 재정을 투입해 등록금을 최소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당의 복안에 대해 "수조 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하기가 그렇게 쉬우면 아예 등록금을 무상화(化)하지 그러느냐"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친이계인 심재철 전 정책위의장은『정책 1호가 표(票)퓰리즘인가』라는 글에서 “아무리 표가 급해도 우리 재정에 맞지 않는 ‘표(票)퓰리즘’을 내세우면 나라만 결딴난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년 총선과 대선 때문에 대학생에 대한 이같은 방안을 생각해낸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그런다고 표심이 돌아올지도 극히 의문"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그간 야당의 이른바 '3+1 복지'의 '반값 등록금'에 대해 비현실적인 정책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그러다가 이렇게 민주당의 비현실적 주장과 동일한 것을 내세우면 결국 야당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우리가 입증해주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또 친이계 조해진 의원도 “취지엔 동감하나 당내 논의가 없다시피 하다 야당이 치고 나오니까 임기응변식으로 꺼내든 것이 문제”라며 “지금처럼 해서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 자체가 모호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4일 ‘친이계’ 대선주자인 오세훈 시장, 김문수 지사가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오 시장은 간부회의에서 “복지와 성장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한나라당이 무상복지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일자리와 노인, 보육 등 더 시급한 현안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대학 등록금이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비싼 것은 사실”이라면서 “공부보다 등록금 마련이 더 걱정인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문수 지사도 이날 한양대 안산캠퍼스에서 열린 실국장회의에서 “학교를 공짜로 다니면 제일 좋지만,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며 “황우여 원내대표가 집 팔아서 줄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나도 월급 타서 딸 하나 대학 보내는 것도 힘들더라. (등록금)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것은 같은 생각”이라면서도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률이 82%로, 60%가 안 되는 미국, 독일, 일본 등과 비교해 세계에서 대학을 가장 많이 가는데 거기다 전부 학비를 주고 반값을 하자고 하면 그 돈은 어디서 구하느냐. 이는 간단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렵지만 공짜가 좋은 것이 아니다. 다 공짜로 하면 나라가 문 닫는 수가 있다. 자칫 공짜심리가 바이러스처럼 전염되면 나중에 나라가 어려워진다”며 “특히 내년에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포퓰리즘 (정책)이 많이 나올 것이다. 여러분을 겨냥해서 선심성 정책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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