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박광온, 홍익표, 전해철, 김두관, 윤관석, 이원욱, 김경협 등 물망
'친명' 후보 부재 속 '비명' 후보들 경쟁
당 다잡을 '리더십'·'해결사' 면모 내세울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23.2.22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23.2.22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서정순 기자] '4월 조기 경선론'이 대두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자리를 노리는 후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본래 민주당 당헌 상 원내대표는 매년 5월 둘째 주 선출하게 돼 있고, 지난 해 3월 대선 패배로 인한 지도부 총사퇴 후 선출된 박홍근 원내대표의 임기도 5월까지다. 하지만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할 때는 최고위원회 의결로 선거일을 변경할 수 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로 당이 어수선한 상황임을 감안해 하루라도 빨리 원내 리더십을 단단하게 구축해 '민생 국회'로 전환, 내년 총선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는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임기가 4월 7일까지이므로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이때 선출될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와 임기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과도 연결된다.

이에 따라 물밑 경쟁을 벌였던 후보들이 하나 둘씩 수면 위로 떠오르며 당심 구애를 시작하고 있다.

22일 민주당에 따르면 4선 안규백 의원과 3선 김경협·김민석·박광온·윤관석·이원욱·전해철·홍익표 의원, 재선 김두관 의원 등이 자천타천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박광온 의원은 일찌감치 출마를 확정하고, 가장 활발히 선거운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해철 의원 역시 자신이 이사장을 맡은 친문(친문재인)계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 등을 교두보 삼아 의원들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두 사람은 지난 17일 당내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워크숍을 찾기도 했다. 박·전 의원은 정치성향이나 당 내 친한 의원들이 상당 부분 겹치는 게 변수다.

윤관석·이원욱·홍익표 의원도 주변에 출마 의사를 밝히며 선거운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재까지 뚜렷한 친명(친이재명)계 후보는 없는 상태다. 당내 분열을 우려하는 이재명 대표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국회 처리를 앞두고 당의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굳이 친명계 후보를 내 대립각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선거에서 중립을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이유로도 원내대표 후보를 친명계에서 내기는 쉽지 않다. 친명계는 대부분 초·재선이라 3선 이상을 선호하는 원내대표 특성 상 경쟁력이 떨어진다. 또 3선 이상은 이미 주요 당직 등을 맡고 있어 출마가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초반 판세는 박광온·홍익표 의원 양강 구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의원은 당내 장악력 등에서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홍 의원은 소통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의원 다 친문재인·친이낙연계로 분류된다. 박·홍 의원에 더해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전 의원까지 3파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홍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 체제에서 함께 대변인을 지낸 이재정, 이해식 의원과 가까워 이들을 교두보로 친명계 모임인 '처럼회'에 얼굴을 비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정식·김성환·정태호 등 이해찬계가 지도부에 있다는 점도 홍 의원에겐 유리하다.

민주당의 원내대표 선거는 교황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 형식을 빌려 진행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3.2.8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3.2.8 [사진=연합뉴스]

체포동의안 처리 후 본격 레이스...'이탈표' 따라 구도 결정될 듯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27일 표결을 앞두고 있고,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계속되는 등 사법리스크가 고조되는 국면은 의원들의 원내대표 표심 흐름과 밀접한 연관을 맺을 수밖에 없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는 상황에선 말할 것도 없고 가결된다고 해도 이탈표가 예상 외로 많이 나온다면 이 대표와 친명계를 주축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냐는 당내 위기감이 거세질 수 있다. 이 경우 당이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우려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의원들의 표심은 친명계에서 멀어질 수 있다.

'이재명 체제'에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온 이원욱 의원은 이런 지점을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후 원내 대표 본격 레이스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친명 주자는 없어도 당내 최대 계파로 자리 잡은 친명계의 표심은 선거의 중요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당 안팎에서 "친명계가 물밑에서 누구를 밀고 있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는 이유다.

원내대표 후보들이 계파별 구체적인 선거 구도를 현 시점에서 결정하기엔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라는 변수가 있다. 하지만 친명계와 등을 질 수 없는 비명계 의원들은 자신이 '통합형' 후보, '범이재명계' 임을 강조한다. 이 대표와 각을 세우기보다 당의 화합을 강조하며 '통합 리더십' 적임자임을 내세우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 지지도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분열하면 필패'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윤관석·홍익표 의원은 이 같은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친명계와 비명계 등 당내 모든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는 점을 어필한다.

다만 지난 해 3월 원내대표 선거는 이 대표가 0.73%p 차이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아깝게 패한 직후라 친명계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지지를 몰아주는 분위기였지만 현재는 이 대표가 수많은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어 분위기가 다를 것이란 전언이다.

원내대표직을 두고 경쟁하게 될 의원들은 분명한 숙제를 안고 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이재명 방탄’ 비판을, 가결되면 수장이 부재할 가능성에 당 전체가 혼란에 빠질 우려를 각각 감수해야 한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불가피하게 당면하게 될 당의 어수선함을 얼마나 잘 정리할 수 있는지, 해결사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원내대표 선거 후보들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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