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G 기존보다 급 낮아져”.. “미, 한국에 NCG가 최선이라고 답한 것”
![한미정상회담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4/608472_408818_5232.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골자로 한 ‘워싱턴선언’에 대해 외교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원하는 것을 충분히 얻어내지 못했다”고 평가해 눈길을 끈다.
방미 전 윤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는 인터뷰를 하면서 동북아 긴장이 고조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다행”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공식 발표했다.
'워싱턴 선언'은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일부가 아닌 별도 문건 형식으로 도출됐다.
선언에는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한국의 미국 핵 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의 중요성, 필요성 및 이점을 인식한다"며 "미국은 미국 핵 태세 보고서의 선언적 정책에 따라 한반도에 대한 모든 가능한 핵무기 사용의 경우 한국과 이를 협의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한미 정상은 구체적으로 확장억제 관련 새로운 협의체인 '핵 협의그룹'(NCG) 설립을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핵협력 그룹(NCG)을 출범해 실시간, 정기적으로 핵 자산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방안으로 공동기획, 공동실행을 조금 더 강화하고 구체화해 한반도에 맞는, 북핵에 제대로 대응할 맞춤형 협력 방안이 강구됐다"고 말했다.
NCG에서 한국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같이 일한다는 것"이라며 "핵 우산에 기초한 기존의 확장 억제와는 좀 다르고, 좀 다른게 아니라 많이 다르다"고 했다.
반면, 같은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답변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워싱턴 선언'에 담긴 한국의 NPT(핵확산금지조약)의무 재확인 부문을 강조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대응차원서 말하자면 저희가 (한국과) 보다 더 많은 상의를 통해 어떤 단계를 취하든 협력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북한의 핵 위협을 방지하고 동맹국 보호를 위해 행동을 취함으로써 억지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협의를 공고히 할 것을 결의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내용이 발표되자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기존의 합의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최종건 “미, 자체 핵무장 반대 입장 밝힌 것”.. “NCG도 급이 더 낮아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제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27일 MBC 라디오 표준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워싱턴 선언은 “자체 핵무장 얘기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워싱턴 선언에 대해서도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발표된 내용을 확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발표된 선언문에는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을 고려하여 양 정상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하였고 필요시 미국의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하는데 한반도의 공약을 다시 확인하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 교수는 “(워싱턴 선언은) 북한에 대한 보내는 메시지도 있지만 우리한테 보내는 메시지가 더 크다”며, “자체 핵무장 얘기하지 말고, 한미동맹이라고 하는 것이 오랜 역사를 통해 서로 공약을 확인하고 재확인하는 당연한 말씀을 해왔던 존재이므로 이거 이제 그만합시다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이 확장억제 강화를 명문화해 윤 정부에 힘을 싣는 한편,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론을 제어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차관보급으로 운영될 예정인 핵협의그룹(NCG)에 대해서는 “급이 더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한미 간 작동해 왔던 확장억제협의체(EDSCG)는 우리 국방부 차관과 외교부 차관, 미국 국방부 차관과 국무부 차관이 참여하는 차관급이었으나 새로운 협의체는 오히려 급이 낮아졌다는 것.
최 교수는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IRA와 반도체법 때문에 한국 기업이 고생하고 피해 받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국과 협력한 성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윤 대통령이)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의 입법 조치 때문에 많이 긴장하고 고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미국에 너무 투자하는 나머지 여기 공장을 안 세우니 상당히 나도 정치적으로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협력과 소통이 더 강화돼야 된다 라는 식의 메시지가 나왔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준형 “최악은 피해 다행”.. “워싱턴 선언, 우리 정부가 원하는 부분은 반영 안돼”
김준형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전 국립외교원장)는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악은 피했지만 실익은 없다”고 평가했다.
먼저, 김 교수는 ‘워싱턴선언’에 NCG 창설을 명시화한 것은 나름 의미는 있지만, 한국정부가 당초 목표로 한 ‘핵 공유’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NCG(nuclear consultation group)는 ‘컨설테이션(consultation)’라는 단어에서 보듯이 그냥 옆에서 우리가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지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며, “NPT(핵확산금지조약)라는 제약조건 속에서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에 어느 정도 들어가느냐의 문제인데 미국이 그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내놓은 것이 바로 NCG(핵 협의그룹) 창설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북한이 핵을 사용했을 때 공격 부분에 우리가 거의 핵 공유에 가까운 핵 확장 억제를 제도화시키기를 원했던 것 같은데 미국이 NCG를 만들어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울타리를 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도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한반도에 핵무기를 (상시적으로) 재배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NCG가 신설돼도 한국이 미국 핵무기 사용 결정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이어 김 교수는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하는 한편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는 언급에 대해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직접 지원과 대만 현상 변경 문제가 나오면 빼도 박도 못하는 문제”라며, “한중 관계와 한러 관계가 그냥 파탄으로 갈 수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로이터 인터뷰로 약간 간을 보시고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이 크니까 이번에는 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비판은 하겠지만 한중관계를 악화시킬 정도는 아니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걱정했던 부분인데 이 정도면 그냥 무난한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도 26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중국에 사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워싱턴 현지 프레스룸 브리핑에서 "미국이 오늘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기 하루 이틀 전에 중국에 '워싱턴 선언'을 대략 사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선언이 중국과 직접적인 충돌 요인이 아니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동맹 차원의 대비 방안이기에 중국으로서는 이를 우려하거나 아무런 문제 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겠다는 취지로 사전 브리핑을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