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1호 쇄신안 사실상 거부 되며 '무용론'에 '해체론'까지 등장
장성철 "1호 요구사항 거부, 혁신위 끝났다"
비명계 31명 및 최대모임 더미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친명계 압박

비명계 31명 및 최대모임 더미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친명계 압박 [사진=연합뉴스]
비명계 31명 및 최대모임 더미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친명계 압박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출범 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 혁신위가 쇄신안 1호로 '전 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제시했지만 지난 13일 민주당 의총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혁신위는 "불체포특권 포기 계속 거부 시 조치"하겠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으나 당내에서는 혁신위 '해체론'까지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비명계 의원 31명은 이날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며 친명계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혁신위가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13일 '정책 의원총회'(의총)를 열고 김은경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가 지난달 23일 1호 쇄신안으로 제안한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제출'과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 요구'를 의결하려 했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자 혁신위는 13일 성명을 내고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민주당의 혁신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안으로) 내놓은 것을 안 받으면 민주당이 망한다"고 까지 경고했으나 1호 혁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혁신위의 추진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민주당은 이 문제를 다음 의총에 우선순위 안건으로 상정할 방침이지만 혁신위가 시작부터 당내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면서 당초 취지대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혁신위가 공천룰 변경이나 대의원제 개편 등 제대로 된 혁신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에 '무용론'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헌법에 보장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불편함도 표출되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새로 개설한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에는 혁신위가 '불체포특권포기'를 요구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한 당원은 "당원들이 원하는 대의원 폐지, 공천룰 개혁 안하실거면 (혁신위를) 해체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당원들이 언제 국회의원들한테 헌법에 보장 된 불체포 특권을 내려 놓으라고 했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원도 "민주당 관련 인사들만 표적수사, 기소, 구속 당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 불체포특권 포기하라고? 꼼수탈당 하지말라고?"라며, "일반 당원보다도 못한 정치적 이해력을 가진 혁신위로 뭘 하겠다는건가? 이건 진짜 아니지 않나"라고 불만을 표했다.

당내의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김은경 위원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당한 검찰권까지 상대로 하라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했으나 정당함과 부당함을 구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 혁신위가 2호 쇄신안으로 제시한 '꼼수탈당 방지'도 최근 민주당이 김홍걸 의원 복당을 허용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김홍걸 의원은 2020년 9월 재산 축소 신고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됐다. 비례대표인 김 의원은 자진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잃지만 당에서 제명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어 당 지도부가 봐준 ‘꼼수 탈당’이란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7일 김 의원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면서 복당을 허용했다. 당과 혁신위가 따로 놀면서 이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고 약속한 혁신위의 존재감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혁신위 해체하라" "혁신위 끝났다" 무용론 넘어 해체론까지 나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혁신위가 이제 끝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2일 <폴리뉴스>의 김능구와 장성철의 <직언직썰>에서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이것이 만약에 당론으로 결정 안 되면 혁신위원장 사퇴하겠습니다’라고 배수진을 쳤어야 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 그냥 ‘이거 왜 당론으로 처리 안 합니까?’ 이런 얘기만 하고 있다. 그러면 '(혁신위는) 끝난 거다'. 가장 중요한 1호 요구 사항이 안됐다? 그러면 그다음에 2차, 3차 뭘 요구할 수 있겠나. 그래서 끝났다고 본다. 권위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그간 민주당 내에서는 비명계를 중심으로 혁신위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됐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1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우리 당의 위기의 원인, 고질병의 원인은 대충 다 안다"며 "거기에 대해 애써 외면한다고 볼 수 밖에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

또, KBS라디오에서는 "도덕성 상실이나 당내 민주주의 문제, 팬덤의 문제 등 체질의 문제가 있는데 뾰루지 난 것만 보는 느낌"이라며 "대선과 지선의 패배를 분석하고 이재명 체제 1년이 어땠길래 지금 혁신위가 나오게 됐는지를 반추하면 (문제의 원인은) 다 나온다"며 이재명 대표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쾌한 결별'을 주장해온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혁신위에 대해 “도와주려는 당이 오합지졸이다, 콩가루 집안이다, 이렇게 하면 자가당착이다”며 “이재명 대표 체제가 여전히 잔존하는 한 거기서 배태된 혁신위는 매우 제약적일 것이다”고 혁신위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했다.

이상민 의원은 14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혁신위 1호 쇄신안인 '불체포 특권 포기'가 의총 통과가 불발된 것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불체포특권이라는 것을 과감히 내려 놓겠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혁신위에서도 1호 안건으로 했고 더한 것도 하겠다라는 각오 보여줬어야 하는데 매우 아쉽고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당내에 불체포특권 혁신위가 제시한 포기, 다짐 그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빨리 하자라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백척간두에 서 있는 절박한 심정인데 불체포특권 포기 정치적으로 다짐하는게 대단한 거라고 애지중지 집착하고 그러냐”고 비판했다.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이재명 호신위원회인 민주당 혁신위 해체해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이재명 호신위원회에 불과한 민주당 혁신위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혁신'을 하겠다는 기구의 수장이 당내 건전한 의견을 도리어 탄압하고 있으니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그는 "(혁신위가) 존재 이유조차 상실한 채 갈팡질팡하며 허공을 떠도는 미아가 되어 버렸으니, 딱하기 짝이 없다"며 "1회 혁신안이라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무시·거부당해도 항의조차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호 혁신안이라는 '꼼수 탈당 방지'를 발표하자마자 이재명 대표가 김홍걸 의원을 꼼수 복당시켜 버리고 있는데도 찍소리조차 못하고 있다"며, "이쯤 되면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총사퇴하고 혁신위를 해체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비명계 31명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친명계와 갈등 재개

이런 가운데 의원총회에서 혁신위 1호안인 '불체포 특권' 통과가 거부된데 반발, 비명계 의원 31명은 14일 돌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 등 31명은 이날 오후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불체포특권 포기는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1호 혁신안"이라며 "당차원에서 추가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민주당 의원들이 혁신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비춰지고 있다. 저희 의원들이라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들은 국민이 국회를 신뢰할 수 있는 첫걸음으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헌법에 명시된 불체포의 권리를 내려놓기 위한 실천으로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 구명 활동을 하지 않겠다. 본회의 신상 발언에서도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겠다"고 했다.

이날 불체포특권 포기에 동참한 이들은 강병원·고용진·김경만·김종민·김철민·민홍철·박용진·서삼석·송갑석·신동근·양기대·어기구·오영환·윤영찬·윤재갑·이동주·이병훈·이상민·이소영·이용우·이원욱·이장섭·조승래·조오섭·조응천·최종윤·허영·홍기원·홍영표·홍정민·황희 민주당 의원이다.

이들은 "향후 당차원에서 의원총회 개최 등을 통해 방탄국회 방지, 불체포특권 포기 등에 대한 민주당 전체 의원의 총의가 모아지기를 바란다"며 "동참 의원들도 추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 최대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도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불체포특권 포기 의총 결의'를 촉구했다.

더미래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13일 개최된 의원총회에서 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내용으로 하는 혁신위 1호 쇄신안이 추인되지 못했다"며 "민주당이 이 시점에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을 혁신하겠다는 혁신위의 첫 제안인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마저 하지 않는다면 정부·여당을 향해 날리는 날선 비판도, 국민의 삶을 고민하는 대안 제시도 진정성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검찰정권의 부당한 영장청구, 야당 의원의 탄압에 대한 우려는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불체포특권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당의 역량을 총동원해 당당히 맞서야 한다. 국민께 한 약속의 중요성을 인식해 불체포특권 포기 의총 결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더미래는 86그룹(운동권 출신 60년대생·80년대 학번) 초·재선 의원이 주축인 당내 최대 연구 모임이다. 현역 의원 50여명이 소속돼 있고 강훈식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다.

비명계가 주축이 돼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비명-친명간 계파 갈등이 다시 한번 불거지게 됐다. 그간 비명계는 꾸준히 불체포특권 포기를 주장해 왔다. 반면 친명계는 신중론을 펴왔다. 이날도 혁신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비명계 황희 민주당 의원은 성명에 동참했지만 친명계로 분류되는 같은 혁신위원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빠졌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