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절 기념사 이어 "日, 공동이익 추구 파트너".. 과거사 언급은 없어
日 언론, 과거사 언급 빠진 尹 경축사 일제히 보도
민주당 "우리와 일본이 공유하는 가치, 공동 이익이 뭔가?"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향한 과거사 언급 없이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향한 과거사 언급 없이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일제 치하에서 해방을 기념하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이 우리를 북한으로부터 지켜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또, 역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언급이 이어져 왔으나 올해는 그러한 내용 없이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이같이 언급하며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일본을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소개했으며, 올해 3·1절 기념사에서는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주요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규정했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밝혔다.

특히, 한반도에서 일본의 역할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며 "북한이 남침을 하는 경우 유엔사의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개입과 응징이 뒤따르게 되어 있으며, 일본의 유엔사 후방 기지는 그에 필요한 유엔군의 육해공 전력이 충분히 비축되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축사에는 위안부 등 과거사와 관련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와 관련해 자주 언급해온 '김대중-오부치 선언'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에 "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과거사와 결부된 한일관계의 좁은 시각에서 보지 않고 독립운동이라는 큰 틀에서 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 간에 긴밀한 정찰자산 협력과 북한 핵 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며 "사흘 뒤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될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반도와 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3국 공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日 언론, 과거사 언급 빠진 尹 경축사 일제히 보도

이날 윤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일본에 대한 비판이 전무했던 사실에 주목했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의 통치로부터의 해방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연설을 펼치며 안보와 경제 등 분야에서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FNN은 이날 윤 대통령의 연설에서는 일본에 대한 비판이 '단 한 마디도 없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 신문도 "윤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에서 일본에 대한 비판적 발언은 없었다"면서 "윤 대통령은 한미일 3국의 북한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고 있는 후방기지의 중요성에 대해 윤 대통령이 강조했다면서 "한일 관계를 중시하는 윤 대통령은 올해 3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이래 한일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고, 7월까지 총 4차례 정상회담을 실시했다"고 주목했다.

극우 성향인 산케이 신문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광복절인 지난해 경축사에서 '일본은 이제 세계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힘을 모아야 할 이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고 짚으면서 윤석열 정권이 역대 정권과 다른 차원의 대일관계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우리와 일본이 공유하는 가치, 공동 이익이 뭔가?"

일본 언론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야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안,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 통과 등으로 민족 자존심이 훼손되고, 후쿠시마 오염수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며 "그런데 정부·여당은 일본의 입장만 강변하고 있는 현실이 광복 78주년을 맞는 한일관계의 자화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대체 우리와 일본이 공유하는 가치는 무엇이고 공동의 이익은 무엇인가. 윤석열 정부들어 일본으로부터 얻은 우리의 국익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면서 "굴욕, 친일 무슨 말을 들어도 일본의 입장을 강변하는 대통령을 도무지 이해할 길이 없다"고 직격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를 신냉전 체제 아래 열강의 각축장으로 만들고, 남북을 다시 대결의 시대로 밀어넣고 있다"면서 "광복절 직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부디 국익 우선 외교를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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