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의원측, 혐의 일부 인정하며 검찰에 입증 책임 돌려
재판부 "윤 의원이 돈봉투 살포에 권한 있었는지가 쟁점"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윤관석 의원에게 6천만원 전달" 법정 진술
검찰, 7일 송 전 대표 보좌진 압수수색.. 조만간 송 전대표 소환할 듯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윤관석 의원이 재판에서 돈봉투 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 살포를 지시했다는 것은 부인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으로부터 100만원씩 담겨 있는 돈봉투 20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기존에는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했으나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자신이 돈봉투 살포를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을 검찰에게 돌렸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판사 김정곤·김미경·허경무)는 정당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 의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5월에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 송영길 전 당대표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관계자에게 불법 정치자금 마련을 지시해 2회에 걸쳐 3000만원씩 총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윤 의원이 본관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과 의원회관에서 의원들에게 각 지역 대의원들을 상대로 투표할 후보자를 제시하는 '오더'를 내리라는 명목으로 300만원씩 들어있는 봉투 20개를 건넨 것으로 보고 수사해 왔다.

이날 윤 의원 측은 "범행에 가담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다소 과장된 부분을 제외하고 사실관계 대부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봉투엔 300만원이 아닌 100만원이 들어있었다"며 "300만원짜리 돈봉투 이야기는 과장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돈 봉투 살포를) 지시하거나 권유한 것이 아니고 협의만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즉, 윤 의원측은 돈봉투 20개를 받은 혐의는 인정하되 금액은 6천만원이 아닌 2천만원으로 축소했다. 또, 돈봉투를 수수한 것은 맞지만 금품을 요구하거나 살포를 지시하지 않고 협의했기 때문에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결국, 자신이 돈봉투 살포를 지시했다는 것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할 경우 재판 결과는 윤 의원측에 유리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날 재판부는 "돈봉투 지급 대상과 방법까지 다 정해진 상태에서 윤 의원이 배달만 했다면 처벌 대상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며 "하지만 윤 의원이 수수한 돈을 본인 판단에 따라 어떤 의원에게 교부할지 결정할 권한이 있었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정당법에 따르면 선거운동 관계자 등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지만, 이런 행위를 지시·권유·요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어 처벌이 더 무겁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금품 제공과 관련한 정당법 위반 부분은 수수자 관련 수사와 함께 계속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 의원이 혐의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은 지난 12일 송영길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씨가 무소속 윤관석 의원에게 6000만원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인정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씨 측 변호인은 박씨가 2021년 4월 송 전 대표의 전당대회 당선을 위해 스폰서로 불리는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한 사실에 대해 인정했다.

또 이 돈에 캠프 자금을 합쳐 6000만원을 마련하고,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거쳐 윤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보석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재판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의원은 지난 15일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한편, 윤 의원이 이날 돈봉투 수수 혐의를 큰 틀에서 인정하면서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의 사실상 수혜자인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금품수수 의원 특정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핵심 증거인 '이정근 녹취록'과 국회에서 확보한 의원들의 동선 자료 등을 교차 검증하며 무소속 이성만 의원을 포함한 최대 20명의 수수 의원을 특정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수수 국회의원 특정을 위해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진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 송 전 대표가 21대 국회의원이던 2020∼2022년 당시 보좌진으로 일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끝내는 대로 보좌진들을 소환해 돈봉투 전달 경위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이후 최종 수혜자로 꼽히는 송 전 대표도 피의자 신분으로 직접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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