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유튜브 방송서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출산에도 사회적 관용 필요"
헌재,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임신 유지·종결은 전인적 결정"
김 후보자, 지난 15일에도 "사회적 낙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해당 안돼"
야당 "피해 여성 인권 침해 인식" "사회적 관용만 있으면 다 해결되나?" 비판
![김행 후보자가 '낙태'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다른 시각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9/620434_422045_4335.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회사 지분 가족 보유 의혹과 김건희 여사와 친분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한 유튜브 방송에서 "강간을 당해 임신해도 아이를 키울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파문이 일고 있다. 야당은 일제히 여성가족부 장관에 맞지 않는 인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행 후보자는 여성가족부장관 지명 후 자신에게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 '가짜뉴스'라는 입장을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설립한 회사 '소셜뉴스'의 지분을 1%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발언과 김건희 여사와 친분을 부인한 것은 언론을 통해 의혹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이번에 문제가 된 발언은 김 후보자가 자신이 창립한 온라인 뉴스 사이트 위키트리의 2012년 유튜브 방송에서 나왔다.
해당 방송은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합헌이라고 결정한 직후 촬영됐다.
당시 방송에서 김 후보자는 "여성단체가 (낙태죄 합헌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이유는 헌재에서 합헌 결정을 했어도 우리가 쉽게 낙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임신중지가 엄격하게 금지된 필리핀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필리핀에서는 산모가 낙태를 하러 오면 의사가 신고해서 다 잡혀가고 징역형을 받는다"면서 "우리나라 같으면 외국 사람이랑 잘못된 아이를 낳으면 버리거나 입양을 하거나 낙태를 할 텐데 필리핀은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임신을 원치 않지만, 예를 들어서 너무 가난하거나 남자가 도망갔거나 강간을 당한 경우라도 여자가 아이를 낳았을 때 사회적·경제적 지원 이전에 우리 모두가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톨러런스(관용)가 있으면 여자가 어떻게든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재,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임신 유지·종결은 전인적 결정"
김 후보자의 발언은 형법상 처벌 조항이 있는 '낙태죄'에 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한 헌법재판소의 최근 판단과 배치되는 면이 있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임신중지(낙태)를 전면 금지한 처벌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당시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종결을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 결정"이라며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낙태는 태아를 죽이는 살인'이라며 '낙태죄'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헌재는 일정 조건 하에서는 임신 여성이 '낙태'를 선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김 후보자의 발언은 헌재의 판결 보다 7년 이전의 것인 만큼 이후 그가 어떤 입장인지가 중요하다.
김 후보자, 지난 15일에도 "사회적 낙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해당 안돼"
김 후보자는 지난 15일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 출근 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신중단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여성 자기결정권이라는 미사여구 포장 뒤로 감춰진 낙태의 현주소를 여쭙고 싶다"며 "경제적 능력이 안 되거나 미혼 부모가 될지 모르는 두려움, 청소년 임신 등 어쩔 수 없이 낙태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낙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넣을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발언을 곱씹어 보면 헌재의 최근 판결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헌재는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 결정'이라고 존중 했지만, 김 후보자는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서'라는 이유는 '전인적 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논란이 커지자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준비단은 20일 설명자료를 내고 "과거 방송에서의 발언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의미가 전혀 아니며, 낙태 자체의 찬반에 대해 본질적으로 다룬 내용도 아니다"며 "출산과 양육의 의지가 있음에도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적 편견 등을 이유로 생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함께 보듬고 키우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임신중절 관련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다만 모든 생명은 소중하므로 청소년이나 미혼모 등에 대해 국가적 책임을 강화해서 이들이 출산의 의지가 있음에도 사회적·경제적 요인으로 생명을 포기하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21일에도 입장문을 통해 "'여성이 설사 강간당해 임신했더라도 낙태는 불가하며 무조건 출산해야 한다'는 생각을 단 1초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이 발언(위키트리 인터뷰)의 방점은 '여자가 아이를 낳았을 적에'에 있다. 이들은 위기 임산부, 위기 출생아로 당연히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며 "그리고 그 전에 우리가 이들에 대한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피해 여성 인권 침해 인식" "사회적 관용만 있으면 다 해결되나?" 비판
김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20일 성명을 내고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의 낙태에 관한 인식은 여성의 인권을 짓밟고 여성의 삶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끔찍한 발상"이라며 "변명은 필요없다. 후보자는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는 강간당한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행위이며 여성의 인권을 부정하고, 오히려 피해자인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는 발언"이라며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면 다 괜찮은 것인가. 여기서 여성은 출산의 도구일 뿐이다. 또한 잉태된 아이의 인권과 미래의 삶에 대하여서도 무책임한 인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근 영아유기 사건만 하더라도 생모는 처벌 대상이지만 생부는 어디에서도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며 "모든 것이 오직 여성의 책임인 이 사회에서 막다른 길에 내몰린 여성들의 비극적인 삶과 처지를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여성 기본권 부정과 반헌법적 입장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가장 결정적인 결격 사유"라며 "여성의 권리 증진에 앞장서야 할 여가부 장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하다. 더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장관 후보 지명 후 첫 번째 도어스테핑에서 임신중지권에 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그럴 듯한 미사여구라며, 사실상 임신중단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힌 것에 비추어보면 김행 후보자는 여성의 기본권과 헌법상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확고하게, 여전히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보당 인권위원회도 "김 후보자는 매년 1,000명 이상의 필리핀 여성이 제도 밖 임신중지 수술의 합병증으로 사망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알고는 있느냐"면서 "강간 등의 이유로 임신을 해도 출산을 강제해야 한다니 이 무슨 망발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사회적 관용만 있으면 어떻게든 여성이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정말 할 말조차 잃을 지경이다"이라며 "여성을 오직 출산을 위한 도구로만 바라보는, 그야말로 여성인권과 여성의 삶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존중조차 결여된 자"라고 비판한 뒤 당장 지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 김행 '주식 파킹 의혹'에 "나는 성공한 기업인".. 민주 "청문회가 아닌 수사대상"
- '주식 파킹·임금체불 의혹' 김행, 인사청문회 5일 열린다.. 민주, 단독 의결
- [이슈] 장관 인사청문회·이균용 대법원장 표결 이어 국정감사까지.. 10월 국회 '뜨겁다'
- [종합] 유인촌 청문보고서 채택, '적격-부적격' 병기.. 사상초유 청문회장서 도망간 김행 '김행방불명', 野 "사퇴촉구"
- [이슈] 여권 내부서도 김행 사퇴 요구 봇물.. '지명철회냐 임명강행이냐' 尹의 선택은?
- [속보]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尹에 누가 돼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