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특별 사면 이후 ‘중앙일보’와 첫 단독 인터뷰… “직분 끝까지 못해 진심으로 송구”
“여성이다보니 남성 비서관에 시키기 어려운 일 있어… 사적 심부름 위해 최서원 찾게 돼”
친박계 정계 복귀와 관련해선 “내 명예 회복 위한 길이라는 얘기는 안 했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양원모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것에 대해 “좌파 정권이 연장되지 않고, 보수 정권으로 교체된 것에 안도했다”고 말했다. 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내 불찰”이라며 사과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중앙일보>와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박 전 대통령이 2021년 12월 31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풀려난 뒤 처음 진행하는 언론 인터뷰다. 

박 전 대통령은 “먼저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해 맡겨 주신 직분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많은 실망과 걱정을 드렸던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탄핵 반대 집회에 유명한 달리한 다섯 분과 유족들께도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탄핵 사태의 시발점이 된 최서원씨와 관련해 “최태민 목사의 딸이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처음부터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며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나오면서 최씨 어머니, 당시 최씨 남편인 정윤회 실장이 나를 도와줬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과 함께 청와대로 들어오면서 ‘사적 심부름’을 위해 최씨를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여성이니 (남성) 비서관들한테 시키기 어려운 것이 있지 않겠나”며 “대통령이 되기 전에 최씨가 나를 이용해 사적 잇속을 챙긴다거나, 이권에 개입한 적이 없었기에 사심 없이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섰던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과 관련해 “재단 이사진을 최씨에게 추천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검증을 거쳤다”며 “그 분야에 전문성이 탁월한 분들이라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최씨가 재단을 통해 사적 이익을 챙기려고 했다면 그것을 알지 못한 내 책임이고, 사람을 잘못 본 내 잘못”이라며 “모든 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내 불찰이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선고 7개월 뒤인 2017년 10월부터 재판 출석을 거부한 이유가 법원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 운영을 하면서 일부 실수는 있었겠지만, 뇌물죄로 기소되고 탄핵당할 정도의 잘못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주일에 네 번의 재판도 감수하면서 버틴 것”이라며 “그런데 나중에 법원이 추가 구속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공정한 재판이나 결론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실패한 정부’라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내가 임기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내가 받아들인다”며 “그러나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다’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정책이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박 전 대통령은 “통합진보당 해산, 공무원 연금개혁,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은 국운이 달린 문제”라며 “어떤 것을 무릅쓰고라도 꼭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재판에서 자신에게 45년형을 구형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나서 당선된 것에 대해 “우선은 좌파 정권이 안정되지 않고, 보수 정권으로 교체됐다는 데 안도했다”며 내년 총선과 관련해서도 “별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전 대통령은 “(과거) ‘정치적으로 친박은 없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 과거에 정치했던 분이 다시 정치를 시작하는 문제는 개인 선택이기 때문에 제가 언급할 일이 못 된다”며 “다만 정치를 다시 시작하면서 이게 내 명예 회복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명예 회복을 당 기치로 내걸고 있는 우리공화당과 관련해 “탄핵 무효를 주장하면서 고생을 많이 한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일반 국민 입장과 정치인 입장은 순수성에서 다르다”며 “내년 총선에서 정치인은 자기 정치를 하면 된다”고 정치권과 엮이는 것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개인적인 삶보다는 공적인 삶을 살아온 것 같다”며 “정치 일선은 떠났지만 나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려고 한다. 그것이 국민들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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