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8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표결을 하루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고 쓴 피켓을 앞에 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6년 12월 8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표결을 하루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고 쓴 피켓을 앞에 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되기 무섭게 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 카드를 꺼내들었다. 9월 21일 국회 본회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 그 사유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을 탄핵한 나라다. 대통령까지 탄핵한 마당에 누구라도 탄핵을 못할 이유는 없다. 우리 헌법이 제65조에서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탄핵 대상을 지정해놓기도 했다.

대통령 이외에도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 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 등이다.

헌법 정신이 이렇다면, 탄핵 사유가 발생했을 때 국회가 나서지 않으면 오히려 그것이 직무유기다. 그래서인지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제1당이라는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윤석열 정권 초기부터 탄핵 카드를 적극 활용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월 이태원 참사 당시 추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이다. 현직 국무위원에 대한 첫 탄핵이라는 전례를 남긴 이 탄핵안은 5개월 뒤인 7월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판결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9월 20일 사상 처음으로 검사 탄핵안도 통과시켰다. 안동완 전 부산지검 2차장검사이다. 탄핵소추 사유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보복 기소했다는 것이다.

만약에 한동훈 장관 탄핵안까지 처리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들어 1년 6개월 사이에 통과시킨 탄핵안만 3건이다. 실제로 탄핵안을 처리하지는 않았지만 탄핵을 거론한 사례는 이루 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윤석열 정부 탄생 불과 20일 뒤인 지난해 5월 31일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방선거와 관련 이렇게 지적하고 나선 것이 그 시작이다. “AI윤석열이 윤 대통령으로 가장해 국민의힘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동영상이 퍼지고 있다. 알고도 묵인했다면 탄핵까지도 가능한 중대 사안이다.”

이번에 탄핵소추를 저울 중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경우에도 이미 오래 전부터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탄핵 주장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이 정도면 거의 중독 수준이다. 그들은 어쩌다 탄핵 중독증에 걸린 것일까?

첫째, 향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결과 손쉽게 집권할 수 있었던 달콤한 과거에 대한 향수다. 이번에도 그런 요행수가 혹시 얻어걸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각보다 넓게 자리 잡은 듯하다.

둘째, 두려움이다. 문재인 정권 시절 이뤄진 각종 비리와 실정에 대한 방어가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윤 정권 초기 법사위원장 자리 고수에 나섰을 때, 이미 나왔던 지적이다.

셋째, 오만이다. 정권을 잃었지만 제1당으로서 지위를 활용해 국회에서 윤 정권의 여러 시도를 무산시키는데 성공한 더불어민주당이다. 그 결과 야당이 되었지만 야당이라는 생각을 별로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탄핵이란 단어 사용 일상화에 따른 부작용은 없을까? 무엇보다 남발로 정치적 효능감은 한없이 떨어지는 중이다. ‘탄핵’은 본래 무서운 단어였지만, 이제 누구도 탄핵이라는 단어에 위축되지 않는다. 탄핵 대상들도 그저 코웃음만 칠뿐이다. 좋은 약도 남용하면 독약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정치학박사
명지대 연구교수
정치경영컨설팅(주) 대표
전 국회연구관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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