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윤석열 대통령에 추모제 초청장 전달
“우리는 참사의 근본적 이유를 알고 싶을 뿐”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해 진실 찾는 것이 진정한 애도”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기자회견에서 한 유가족이 1주기 시민추모대회 초대장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기자회견에서 한 유가족이 1주기 시민추모대회 초대장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장문영 기자] “1년 동안 외치고 외쳤지만…윤 대통령 꼭 참석해달라”

10.29이태원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앞에 모인 유가족들이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에 협력하고 수용할 것’, ‘독립적인 특별조사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출범하도록 보장할 것’ 등을 촉구했다.

“1년이 다 되도록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 눈물 한번 닦아 준 적 없지만, 유가족들이 간절히 바라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한마디 한 적 없지만, 민주주의 직접 선거로 국민이 선출한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을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초대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오는 29일 열릴 1주기 추모식에 윤석열 대통령을 초청했다. 또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신속하게 제정해 가슴에 맺힌 한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 국회와 여당에 당부해 달라”고 호소했다.

"왜 2022년 10월29일밤, 159명이 세상을 떠났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특별법 제정하라"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표로 발언한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이주영씨 아버지)는 “지금까지도 진정성 있는 반성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는 기가 막힌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유가족들은 1년 동안 긴 고통의 시간을 겪으며 진상규명 촉구를 끝없이 외치고 또 외쳤지만 여전히 (정부는)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는 왜 2022년 10월 29일 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쓰러져 159명이 세상을 떠났고 수백, 수천 명이 부상과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으며 살아가게 되었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싶을 뿐”이라고 절규했다. 

이어 “끝내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명백한 사실 앞에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한 공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며 “국정운영의 한 축인 여당은 참사의 진실을 밝히자는 시민들의 요구를 불온한 주장으로 매도하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었고 패스트트랙을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라며 “대통령이 유가족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특별법이 하루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서 발언자로 나선 유가족 김호경(고 김의현씨의 어머니)씨는 지난 1년간 윤 대통령이 유가족들을 한번도 만나지 않은 일을 지적하면서 추모대회 참석을 요청했다.

그는 “참사 이후 (윤 대통령이) 한 번이라도 유가족에게 어떠한 설명을 한 적이 있는가”라며 “우리 유가족들은 카메라 앞에서, 마이크 앞에서가 아닌 유가족 앞에서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위로를 기다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통령의 자리는 국민의 목소리를 통합하는 자리”라며 “추모대회에 윤 대통령이 꼭 참석해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진상규명의 시작을 약속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승훈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참사의 진상 조사를 위한 독립적인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참사 당일) 구조의 골든타임은 허무하게 지나갔고, 책임자 처벌의 길도 여전히 소원하다”면서 “진상 조사를 위한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기 위해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 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해 298명의 모든 국회의원에게 추모대회 초청장을 전달했다.

"정부가 준비해야 할 1주기 추모, 유족·시민이 직접"...'특별법' 계류 중

유가족 박영수(고 이남훈씨의 어머니)씨와 임익철(고 임종원씨의 아버지)씨는 “진실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애도”라며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사회적 참사와 재난은 갑자기 일어난 사고도, 피해자가 운이 나빠 생긴 일도 아니”라며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해 “정부가 준비해야 마땅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행사를 유가족과 시민들이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는) 우리가 준비한 추모대회 자리에 와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희생자들 영전에 국화꽃 한 송이 올려달라. 또한 ‘특별법을 신속하게 제정해서 유가족 가슴에 맺힌 한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국회와 여당에 당부해달라”고 강조했다.

앞서 유가족들은 윤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직접 만든 추모대회 초청장을 준비했다. 대통령실에는 ‘초청장을 받아 윤 대통령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였다.

기자회견이 끝나갈 무렵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이 현장을 찾았고, 유가족들은 초청장을 그에게 전달했다. 행정관은 이정민 위원장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악수를 나누고 초청장을 전달받았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김덕진 시민대책회의 대외협력팀장은 “그동안 이런 경우가 흔치 않았다고 들었는데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여기(대통령실 앞)까지 왔으니까 (대통령실에서도) 직접 나오신 것 같다”라며 “윤 대통령에게 전달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1주기 날인 오는 29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추모대회를 열 계획이다. 보다 앞서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선 4대 종교 기도회가 열리고, 오후 3시부터는 이태원역~대통령실~서울광장으로의 행진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참사 발생 300일을 넘겨 지난 8월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독립적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운영, 희생자 명예회복과 추모, 피해자 회복을 지원할 법적 근거를 담았다. 아직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통과해야 한다.

지난 4월 유가족협의회의 청원에 따라 야당 측이 공동 발의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안은 올해 6월 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됐다.

그러나 “독소조항이 많고 정치적 의도가 담겨 편파적”이라는 여당 측 반대가 이어지며 3개월 넘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대통령실도 특별법에 대해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특별법에는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비롯해 특별검사(특검) 수사가 필요할 경우 특검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용산경찰서장 등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6명의 핵심 피고인은 모두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9개월 넘게 재판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서너차례 이상 공판을 거쳤지만, 재판을 맡은 서울서부지법은 참사 책임을 밝히는 작업에 매우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경찰이 검찰에 넘긴 일부 피의자는 아직도 기소 여부가 결론 나지 않은 채 수사 중이다.

그러나 책임의 중심에 섰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민적 비난과 분노 속에서도 지난 7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청구 기각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국가뿐 아니라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우리 사회의 2차 가해 역시 유족들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다. 어느누구도 제대로된 책임을 지지 않은 '이태원 참사'가 이제 1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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