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호 혁신안 "내년 총선서 과학기술 전문가 전략 공천할 것"
2호 혁신안 '희생' 내년 총선 수도권 등 험지에 출마·불출마 선언
'제3지대' 양향자 "미래 위한 국가 예산 고심해야"
인요한 혁신위 내달 11일 전후 조기 해산 검토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0차 전체회의에서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11/625815_428430_2451.jpg)
[폴리뉴스 장문영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가 내년 총선 과학기술 전문가 전략 공천 요구에 대해 5호 혁신안을 발표하고, 지도부와 중진,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에 대해 2호 혁신안 '희생'을 당에 공식 요구하기로 했다.
혁신위는 23일 회의에서 2호 혁신안에 대해 "일주일의 시간을 더 드리고, 다음 주에 정식으로 의결해서 최고위원회의에 (문서로) 송부하기로 했다"는 결론을 냈다고 김경진 혁신위원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 2호 혁신안 '희생' 다음주 중 공식 요구…총선 험지 출마·불출마 여부 관련
혁신위가 공식 혁신안으로 의결을 추진하는 '희생'은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등 험지에 출마하거나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이다.
혁신위는 지난 3일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세비 삭감, 현역의원 하위 20% 공천 배제 등 '2호 혁신안'을 의결하면서 이 같은 희생 요구를 인요한 위원장이 '구두 권고' 형태로 발표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와 중진 및 친윤 의원들 사이에선 인 위원장의 권고에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인 위원장은 "지금까지 온 반응에 대해 (혁신위원들이) 굉장히 냉담하다. 우리가 일한 만큼 돌아오는 표현에 성의가 없었다"며 "어떤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다음 주 목요일 회의에서는 아주 강한 메시지가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이날 친윤(친윤석열)·중진 의원들의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안을 다음주 회의에서 정식 의결해 최고위원회의에 송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지도부는 친윤·중진의 불출마와 관련된 혁신위의 권고는 최고위 의결 사안이 아니고,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혁신위는 권고안이 아닌 정식 혁신 안건으로 의결해 당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거다.
김 혁신위원은 "지도부 말이 맞을 수 있지만 어찌 됐든 혁신위에서는 국민들에게 우리 당 주요 인사들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내년 총선 승리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정치적으로 분명한 메시지를 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혁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에 관한 질의에는 "그렇다면 내년 총선에서 굉장히 불리한 위치에 처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선거기획단 또는 공관위에서 관련 규정을 마련해달라는 취지도 포함해 의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혁신위는 이날 '5호 안건'으로 내했다. 앞서 혁신위는 지난달 말 1호 안건으로 '당내 화합을 위한 대사면'을 제시한 바 있다.
2호 안건 키워드는 '희생'으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세비 책정, 현역 국회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을 제안했다.
3호 안건에는 청년 비례대표 50% 의무화, 우세 지역의 청년 전략지역구 선정 등이 포함됐다. 4호 안건은 전략공천 원천 배제를 위한 상향식 공천이 골자다. 대통령실 출신 인사에 대한 특권을 배제하겠다는 취지다.
현재까지 지도부가 받아들인 안건 1호 하나뿐이다.
◇ '제3지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강연 "합당 아닌 정책 연대, 국가미래를 위한 예산 고심해야"
이에 앞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난데 이어 23일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를 만났다.
'제3지대' 신당 한국의희망을 창당한 양향자 의원이 23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초청으로 강연에 나섰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과의 협업 외에 당 합류나 합당 가능성에 대해 “저희는 완전히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가치와 비전을 보고 창당했다. 국민의힘과 합당 얘기는 합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이날 오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과학기술 인재육성과 정치’를 주제로 한 초청 강연을 마친 직후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또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에 따라서 어떤 세력과도 정책적 토론과 연대를 포함해 모든 것엔 열려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 대표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의 초선 의원이다. 지난 2016년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입 인재로 민주당에 입당한 이후 지난해 탈당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았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추진 중인 외연 확장을 위한 ‘빅텐트’ 공략 대상으로 양 대표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양 대표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외에는 정당 차원에서 강의를 요청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당 차원의 특강 요청은 국민의힘 혁신위가 처음이다. 가장 혁신적”이라며 “정의당은 저와 금태섭 전 의원 등이 다 함께 하는 금요연석회의가 있는데, 내년 총선 정치개혁을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양 대표는 강연에서 “반도체 산업은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죽고 사는 문제이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패권을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인적 자원이고, 어떤 식으로 육성한 것인지를 (되물었다)”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혁신위가 제시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학기술 인재 청년에게 비례대표 몇 번을 주겠다는 게 혁신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한정된 자원 내에서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하고 교육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했다”며 “혁신위에서 단기 처방보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가 국가 운영을 하는 데 있어 그런 방향으로 혁신안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진영논리와 부패에 빠진 나쁜 정치, 낡은 정치, 특권 정치를 바꾸겠다'며 한국의희망을 창당한 양 의원은 최근 여권의 중도 보수 '빅텐트론'이 부상하면서 국민의힘과의 연대 여부로 관심을 끌어왔다.
양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혁신위 강연을 한 뒤 기자들이 '국민의힘과의 합당 가능성'을 묻자 "완전히 다른 정치 패러다임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가치와 비전을 두고 창당한 상황에서 합당을 이야기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그러나 어떤 가치와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에 따라서 어떤 세력과도 토론할 수 있고, 정책적 연대라든지 모든 것에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금태섭 전 의원,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이상민 의원 등과 함께 하는 '금요연석회의'에 대해선 "내년 총선 밖에 우리가 정치개혁을 해낼 기회가 없는데 그때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5호 혁신안' 연구개발(R&D) 예산 등 과학기술계 육성
양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이틀 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찾아 과학기술인과 간담회를 열고 '5호 혁신안'에 연구개발(R&D) 예산 등 과학기술계 내용을 넣겠다고 예고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과학기술 인재 육성과 정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양 의원은 강연에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국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목표가 없으니 로드맵이 없고 인적 자원 육성 방향이 안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단기 처방보다 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 이런 방향의 혁신안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또 "반도체는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죽고 사는 문제'"라며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교육 구조를 지금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R&D 예산이 삭감된 것을 두고는 "어떤 예산이든 일괄적으로 30%, 50% 이렇게 삭감해버리면 부정적 시각이 있지만,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30% 예산 삭감이 충격파를 던지는 것은 맞다"며 "모든 출연연구소와 과학기술계 분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그동안의 일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부터가 문제다. 정말 필요한 국가 미래를 위한 예산, 미래세대를 위한 준비 예산은 잘 살려내야 하는데 과연 지금 국회에서 그런 일들이 가능한지에 대해 굉장히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우리 당 내부에서도 여러 고민과 고뇌가 있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상당히 세부적으로,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세부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세부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강연 시작 전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만나 "인 위원장과는 동향이기에 정서적 교감과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요한 위원장은 지난 21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R&D 거버넌스 체계 개선'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비례대표와 정부에 과학자들이 참여해야 한다"며 "과학자들이 필요한 지원을 받는 것이 상식"이라고 밝혔다.
김경진 혁신위 대변인도 같은날 "청년 비례대표 50% 의무화 안에 과학계 출신 만 45세 미만 청년들이 비례대표로 적극 발탁됐으면 한다는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20일 5호 혁신안 발표를 위해 마련된 온라인 화상회의에서는 R&D 분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안건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출신 정치인 탄생을 위한 제도적 방안과 전자 정당 플랫폼 필요성, 건강한 정당 내 거버넌스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 인요한 혁신위 다음달 11일 전후 조기 해산 검토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이르면 다음 달 11일 전후로 조기 해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과 혁신위에 따르면, 혁신위는 다음 달 초까지 혁신안 발표를 마무리 짓고 해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혁신위가 조기 해산하려면 혁신위원 과반의 동의가 필요하다.
당 관계자는 혁신위가 다음 달 11일쯤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며 혁신위 조기 해산 직후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3일 출범한 혁신위의 활동 기한은 60일로 다음 달 24일이 활동 종료일이다.
혁신위 조기 해산 방안은 출범 초기부터 논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