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자 "내년 예산 반영한 것은 '하라'는 뜻"
민주 "국정조사로 의혹 해소 먼저".. 박 후보자 "국정조사 아니어도 규명 가능"
한준호 "종점 변경 과정 검토 해야" 이소영 "국토부가 여당 홍보 수단으로 전락"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인사청문회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12/628503_431318_3648.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인사청문회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장관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한 이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특혜 의혹을 지속적으로 언급해 온 사안에 대해 재추진 의지를 보인 것이다.
박 후보자는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의 질의에 "내년에 60억원가량의 예산이 반영돼 있는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적지 않은 예산을 반영해 주셨다는 것은 '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무엇이 제일 합리적인, 타당한 안인지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부터 우선 뜻을 모은 뒤 방법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내년도 예산안에 123억원을 편성했으나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에서 절반인 61억원이 삭감된 상태다. 노선이 확정되지 않아 구간별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박 후보자는 '빠르게 전문가 검증을 거쳐 노선 최적 안을 찾고 사업을 진행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후속 질의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신속한 사업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민주 "국정조사로 의혹 해소 먼저".. 박 후보자 "국정조사 아니어도 규명 가능"
하지만, 민주당은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홍기원 의원은 "이 사업을 조속히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했는데, 저도 이렇게 생각한다"며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사업중단 배경인 대통령 일가 특혜 의혹 해소가 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강상면 종점 일대에 대통령 처가 땅이 있어 국민이나 야당 입장에서는 특혜 의혹을 가질 수 있지 않으냐"고 질의했고,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상식 수준에서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하다"고 답했다.
홍 의원은 "나중에 자세히 보고 받아야할 텐데 핵심은 그거다. 타당성 조사 중 여러 중간보고서들을 보면 원안과 또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대안을 비교하는 여러 평가지표가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강산면 종점으로 유리하게 바뀐다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또 "대통령 처가의 양평 고흥지구 부동산 개발 특혜 의혹에 불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기소가 된 양평구청 안철영 도시건설국장과 대통령과 친밀함을 과시한 김선교 전 의원(당시 양평군수)이 노선 변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여러 조항들이 나와 있다"며 "이런 것들이 해소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노선을 원안대로 간다면 특혜 의혹이 해소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특혜 의혹이 해소될 수가 없다. 이것을 위해 국정조사를 해서 이런 의혹을 명확하게 해소하고 추진하는 것이 사업을 조속히 재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 후보자는 "저는 국정조사라는 단계까지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또 여러 실체적 진실을 밝혀낼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갈등해결을 위한 프로세스를 구성하면 그 과정에서 여러 팩트들이 확인될 것이고 팩트 기반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대안도 도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이 "국정조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인가"라고 묻자 박 후보자는 "국정조사는 국회 의결 사항이기 때문에 제가 장관에 취임한다 하더라도 그걸 받겠다, 안 받겠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지난여름 일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약간 '정쟁을 하는구나'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일단은 그것까지만 짚겠다"고도 했다.
같은 당 맹성규 의원은 "양평고속도로 예산이 반영되어 있어서 추진하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는데, 많이 반영되어 있어서 반드시 추진해야 된다는 게 아니다"라며 "반영된 예산은 갈등이 없는 40여%에 대한 설계비"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쪽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한 예산이 아니다. 그러니까 명확하게 알고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이 혼란을 빨리 수습하려면 16번 회의를 한 국토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처음부터 들여다보면 된다. 다시 한 번 지켜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준호 "종점 변경 과정 검토 해야" 이소영 "국토부가 여당 홍보 수단으로 전락"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이날 오후 질의에서 "국토부가 안고 있는 현안들 중 전세사기 부분과 대통령 부부 일가 땅이 포함된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문제가 있다"며 "저는 이 문제에 대해 국토부 내에서 명확하게 바로잡아서 내부적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희룡 전 장관께서 국토부가 과업 지시를 한 것을 용역사가 시행했고, 용역사는 양평군이 만들어 놓은 자료를 참고해서 하루 정도 보고 나서 고속도로 종점을 바꿨다고 답변한 게 있다"며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해야 한다. 살펴볼 의향이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후보자는 "네"라고 답했다.
한 의원은 "청문회 준비하면서 새삼 느꼈다. 우리 사회가 더 투명해지고 날카로워져서 과거에 하던 대로 해서는 해명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이 생긴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용역 같은 것도 각각 기준을 잘 세워서 정확하게 서류보고 받고, 지시할 때 정확하게 하는 행정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해 "국토부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 채널이 여당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야당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의혹 제기를 '사실무근의 괴담'이라 표현한 국토부 홈페이지 공지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국토부 유튜브 채널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선동의 오염덩어리'라고 언급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소영 의원은 "이런 건 국토부 홈페이지나 공식 SNS에 올리지도 말고, 올라가 있는 것도 검토해 문제가 있으면 삭제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박 후보자는 "그렇게 하겠다. 정치적인 오해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국토위는 이날 박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이날 바로 처리하지 않고 추후 간사 간 협의를 통해 작성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