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025년 시행 예정 '금투세' 폐지 결정.. 세수 1조5천억 펑크, 상위 1%만 혜택
대통령실 "감세로 소비 늘고 투자 활성화".. 시민단체 "부자 감세" "세수기반 훼손"
민주 "민생 경제 활력 위해 정부 재정 정책 필요.. 감세 고집은 민생 방치"
![윤석열 대통령, 2024 증시 개장식 축사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1/630472_433431_3619.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건전재정'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새해 들어 연이은 감세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감세를 통해 소비와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권과 시민단체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금투세 폐지는 4월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尹, 2025년 시행 예정 '금투세' 폐지 결정.. 세수 1조5천억 펑크, 상위 1%만 혜택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새해 첫 업무보고에서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만 금지했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전산화시스템이 완벽히 구축될 때까지 금지하겠다고 알렸다. 이와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도입됐다.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 수익이 5000만원 이상일 경우 20%, 3억원을 초과할 경우 25%로 세금을 일괄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당초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증권업계 준비 미비, 투자자 반발 등을 고려해 여야 합의로 2년간 시행을 유예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발표하기 전까지 기재부 내에서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기재부가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경방)에는 금투세 폐지 관련 내용이 전혀 없었다. 불과 6개월 전 발표한 '2023년 세제개편안'에서도 금투세는 2025년 1월 시행으로 못 박혀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한마디에 상황이 뒤집어졌다.
기재부가 경방을 발표하던 2일 윤 대통령은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인 상생을 위해 내년 도입 예정이던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식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 상향(10억→50억 원)도 마찬가지다. 추경호 전 부총리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발언한 뒤 고작 열흘 만에 대통령실에 의해 갑자기 추진됐다.
문제는 금투세 폐지로 1조 5천억원의 세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세 대상은 전체 투자자의 1% 남짓인 15만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초고소득자에 대한 대규모 감세 혜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기재부의 경방에는 다수의 세금 감면, 면제 대책이 포함되어 있다. 기업의 일반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액에 적용하는 세액공제율을 기존에 비해 10%포인트 높이기로 했으며 상반기 카드 사용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 이상 증가하는 경우 증액분에 대해 20% 소득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4년 전 이미 대폭 확대했던 간이과세자 기준(4,800만→8,000만 원)도 1억 원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당시 국회예산정책처는 간이과세자 기준을 높이며 2021년부터 2025년까지 1조1,226억 원의 세수가 덜 걷힐 것으로 예상했는데 앞으로 세수 감소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대통령실 "감세로 소비 늘고 투자 활성화".. 시민단체 "부자 감세" "세수기반 훼손"
대통령실은 이번 감세 정책으로 "소비가 늘고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4일 KBS에 출연해 "소비와 투자가 늘게 되어 경기가 좋아지고 성장세가 확산되면 세금이 많이 들어오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수석은 "예를 들면 우리 R&D 예산 같은 경우에 세제 혜택을 주는데 시간이 지나면 중장기적으로는 R&D 투자가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성장에 도움을 주게 된다"며 "선순환을 노린다는 정책 내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년에는 경제 상황이 작년보다 좀 좋아진다"며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위주로 해서 지원을 강화해 성장의 온기가 골고루 퍼져나가도록 할 수 있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부자 감세" "세수기반 훼손"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왕좌왕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모두를 놀라게 할 정도로 일관성 있는 태도를 견지하는 점이 딱 하나 있다"면서 "그것은 감세정책이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거의 종교처럼 신봉하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연구개발투자(R&D)에 대한 지원을 대폭 깎으면서 부자들의 주머니만 두둑하게 만들어 주는 게 과연 어떤 근거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구조개혁의 동력이 될 세수기반을 훼손할 감세 정책만 내놓고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와 정책은 없어 민간과 시장을 활용하겠다는 내용으로 가득한 이번 경제정책방향은 결국 무책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 "민생 경제 활력 위해 정부 재정 정책 필요.. 감세 고집은 민생 방치"
더불어민주당도 윤석열 정부의 2기 경제팀이 내놓은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비난했다. 민생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없어 오히려 국민경제를 위험으로 빠뜨릴 것이라는 비판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 회복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보면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나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정부의 재정 정책을 비판하며 정부가 정책의 방향을 바꿀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민생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재정 수단이 중요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감세 정책을 고집한다는 건 곧 고물가·고금리로 도탄에 빠진 국민의 민생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감세 정책으로 나라 곳간이 텅텅 비어감에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어디도 찾아볼 수 없다"며 "한국은행과 같은 중앙은행, 경제 전문가들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정부는 이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같은 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강 대변인은 "정부가 세제개편안, 예산안에 이어 재벌·대기업을 위한 '세금 깎아줄 결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서민과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망국적 포퓰리즘'이고 재벌·대기업만을 위한 감세는 '투자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냐"며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 힐난했다.
그러면서 "차갑게 얼어붙은 민생과 경제를 외면한 채 재벌·대기업 감세로 국민을 기만하는 윤석열 정부가 마주할 것은 국민의 냉혹한 심판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여야 '금투세 폐지' 충돌.. "투자자 고려" vs "총선용 표퓰리즘 감세 정책"
여야는 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대상 현안보고에서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추진을 두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총선 표심을 의식해 국회와 협의 없이 즉흥적으로 '표(票)퓰리즘 감세 정책'을 내놓았다고 비판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일반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맞섰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금투세를 도입하면서 여야가 유예 기간을 합의해 시행이 1년도 안 남았는데 불현듯 이렇게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얘기했다. 정책이 일관되지 않고 즉흥적"이라며 "이 정부에서 일관된 건 고소득자에 대해 세액을 감소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태년 의원은 금투세 폐지를 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 "시행도 안 했는데 금투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의 원인이라고 말하면 어떻게 하나"라며 "금투세와 거래세, 양도소득세가 패키지로 묶여 있는데 정부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설계 없이 발표한 것 아닌가. 금투세 폐지로 3년간 4조원 가까이 되는 세수 감소 대책을 어떻게 세울 건가"라고 따졌다.
고용진 의원도 "아무리 선거철에 대통령실의 요구가 있다고 해도 기본은 지켜줘야 하지 않나"며 "시행도 안 한 금투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니 국제적 웃음거리"라고 가세했다.
반면,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한 번 정해진 경제정책이 1년, 10년, 100년 변함 없이 간다고 생각하나.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정책으로 변화하는 건 많은 사례가 있다"며 금투세 폐지 를 옹호했다.
이어 "주식 투자자가 10배 이상 늘었고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금투세가 과세되면 자본시장이 위축되고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며 "정부는 사전에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배준영 의원도 "금투세와 관련해 당시 한 5만명이 국회 청원을 했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상당수의 일반 투자자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금융계 인사로부터 '금투세 도입이 기회의 사다리를 차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 부분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힘을 보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야당 비판에 대해 "금투세는 부자 감세가 아니고 1천400만 투자자를 위한 '투자자 감세'"라며 세수 부족 우려에 대해서도 "당장 올해 영향을 주는 건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