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해상 순항미사일 발사 현지 지도.. "해군 핵 무장화는 절박한 시대적 과업"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제 미사일 사용 확인.. 미 "북-러 무기 거래로 전쟁 장기화 우려"
中 왕이 만난 설리번 "러와 밀착하는 북한에 중국이 영향력 행사 해야"
한반도 전쟁 가능성 논란.. "핵전쟁 염두" VS "러시아 돈줄 잡은 북, 전쟁 가능성 없어"

북한 김정은,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핵잠수함 건조 지도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핵잠수함 건조 지도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북한이 28일 해상에서 전술핵 탑재 신형 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을 쏘아 올리며 미사일 능력을 과시했다. 지난 24일 지상에서 시험 발사에 이어 이번에는 잠수함에서 발사한 것이다.

군사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와의 무기거래를 통해 경제 성장 효과뿐만 아니라 미사일 능력도 고도화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데다 美 본토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도 커지자 다급해진 미국은 외교 채널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전쟁위기 고조설'이 대두되는 가운데 한반도정세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다. 

김정은, 해상 순항미사일 발사 현지 지도.. "해군 핵 무장화는 절박한 시대적 과업"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8일 오전 8시께 잠수함 관련 시설이 밀집한 함경남도 신포시 인근 해상에서 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다.

이에 대해 북한 관영 매체인 노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된 잠수함 발사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24일 개발 중인 불화살-3-31형을 처음으로 시험발사했다. 첫 시험발사 때는 평양 인근 내륙에서 서해상으로 쏜 것으로 우리 군 당국은 추정했다.

불화살-3-31형은 기존 전략순항미사일인 '화살-1·2형'의 개량형이다. 명칭 뒤에 '31'이 붙은 것은 북한이 작년에 공개한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추정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진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핵동력 잠수함과 기타 신형 함선 건조사업과 관련한 문제들을 협의하시고 해당 부문들이 수행할 당면 과업과 국가적 대책안들을 밝히셨으며 그 집행 방도에 대한 중요한 결론을 주셨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해군의 핵 무장화는 절박한 시대적 과업이며 국가 핵전략 무력 건설의 중핵적 요구로 된다"며 "군 핵 무장화 실현과 국가 핵 억제력의 작용 공간을 다각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데서 나서는 강령적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신문이 전했다.

북한 매체의 보도 사진을 보면 전날 발사된 불화살-3-31형은 해상에서 자욱한 연기를 내며 비스듬한 각도로 솟아올랐다. 미사일이 잠수함에서 발사된 것인지 시험 발사용 바지선에서 발사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합참 관계자도 "발사 플랫폼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 중"이라며 "사출장치(바지선)에서 시험발사했을 수도 있고, 실제 잠수함에서 쐈을 수도 있다. 정확한 것은 분석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만일, 북한이 수중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잠수함에서 정밀 타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새로운 위협으로 평가할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쏜 미사일의 잔해에서 발견된 한글 'ㅈ' 표기 [사진=CAR]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쏜 미사일의 잔해에서 발견된 한글 'ㅈ' 표기 [사진=CAR]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제 미사일 사용 확인.. 美 "북-러 무기 거래로 전쟁 장기화 우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면서 미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면서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데다 미사일 능력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전쟁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영국의 무기감시단체 분쟁군비연구소(CAR)가 최근 공개한 '우크라이나에서 기록한 북한 미사일'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떨어진 탄도미사일에서 북한제 무기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인 한글 표기가 발견됐다.

CAR이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를 향해 지난 2일 러시아가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잔해를 분석한 결과, 미사일 잔해 부품에 한글 '지읒'(ㅈ)으로 보이는 문자가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일련번호처럼 숫자와 기호들의 앞에 적혔다.

또 미사일 잔해 여러 부품에서 '112'라는 숫자도 발견됐다. 이는 북한의 연도 표기 방식에서 2023년을 가리키는 '주체 112년'이거나 룡성기계연합기업소 산하 군수공장인 '2월 11일 공장'을 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CAR은 "우크라이나에서 북한 미사일이 명백하게 사용됐음을 보여준다"며 "러시아의 이런 무기 사용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체제를 저해하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크라이나전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의 러시아 지원으로 전쟁이 길어질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싱 부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처음에는 북한의 지원이 전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한 적은 없다"면서 "다른 국가들이 무고한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살해할 수 있는 탄약을 러시아에 제공하는 것은 우려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中 왕이 만난 설리번 "러와 밀착하는 북한에 중국이 영향력 행사 해야"

다급해진 미국은 중국에 적극적인 역할을 부탁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6~27일 태국 방콕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진행했다.

미중간 외교안보 최고위급 회담이 열린 것인데 이날 회담에서는 미중간 소통문제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홍해 예멘 후티 반군, 대만, 남중국해, AI협력 등 다양한 주제를 두고 논의가 펼쳐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제공하고 있는 북한 문제가 핵심 논의주제였다.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회담 브리핑에서 "양측은 북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최근 무기 시험, 북한과 러시아 관계 강화와 이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해 이러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북한에 대해) 러시아의 역할과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 역시 분명히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중국이 이를 이용해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평양을 방문한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베이징으로 돌아오면 미국이 외교 채널로 접촉할 것이라고 밝혔다. 쑨 부부장은 지난 16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을 만나고 돌아온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26일에 만났다.

북한 중앙TV, ICBM '화성-18형' 발사 영상 공개 [사진=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 중앙TV, ICBM '화성-18형' 발사 영상 공개 [사진=조선중앙TV=연합뉴스]

한반도 전쟁 가능성 고조.. "핵전쟁 염두" VS "러시아 돈줄 잡은 북, 전쟁 가능성 없어"

북한의 대남 도발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 15일 평양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강조해야 한다.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하고 평정해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는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2024년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시그프리드 헤커 교수도 최근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 "한반도 상황이 1950년 6월 초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다"며 "(김 위원장이) 1950년에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전쟁을 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정은 정권이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하며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반도 전쟁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자회사인 피치 설루션의 북한경제 전문가 안위타 바수는 북한 경제가 러시아에 대한 무기 판매, 중국과의 무역 재개에 힘입어 올해 0.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전망치는 핵 개발에 따른 유엔의 대북 제재가 강화된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에 대한 무기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위성사진 데이터에 따르면 북한과 러시아 사이 교역이 꾸준히 지속하면서 북한이 200만 발 이상의 포탄과 탄도미사일 수 개를 러시아에 공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탄도미사일의 경우 미사일 한 발당 가격이 수백만 달러에 이르며, 여기에다가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스템도 구매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사용하는 155㎜ 포탄의 경우 1발당 가격이 3천∼4천 달러(약 400만∼535만원)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미사일·포탄 등의 가치는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2년 한국은행이 북한의 경제 규모를 약 245억 달러(약 32조8천억원)로 추산한 것에 비추면 엄청난 금액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북한이 러시아와의 교역으로 장기간 정체됐던 경제에 활력을 얻고 있어 북한 정권의 호전적인 발언은 그저 '공갈'일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블룸버그에 김 위원장이 "핵무기 사용이나 전쟁이 그의 정권의 종식을 뜻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는 '집단 자살'을 선택할 정도로 절박하지 않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지난 16일 KBS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헌법에 대한민국을 제1 적대국으로 명기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 "북한 내부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라며 전면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신 장관은 "북한이 앞으로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계속 부각해서 불만을 잠재우고, 북한 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며 "북한이 만약 전쟁을 하려 한다면 필수적인 포탄 수백만 발과 가장 성능 좋은 미사일을 생산 즉시 러시아에 전량 수출할 수 있겠냐"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일각에서는 한미가 북한에 대한 압박 중심의 대응이 위험 가능성을 키운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미는 (북한에 대한) 억제 조치 강화와 기타 압박 전술이 고조된 긴장을 완화하고 상황이 위기로 번지는 것을 봉쇄하기에 충분하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이런 압박 기반의 강압적인 방법은 위험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21일 WP에 밝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가장 큰 문제는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통제되지 않은 확전으로 악화될 가능성"이라며 "남북한의 충돌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 장치인 9·19 군사합의가 파기 되면서 북한의 도발과 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전쟁을 예방하는 것"이라며 "이는 전쟁이 두려워서 아니라 정부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미국은 최근 남북협력이 한반도 평화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에 대해 적대적 입장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상황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만 그러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장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지금 해야할 일은 위기를 관리하고, 대결적 언행을 자제하면서 사소한 오해가 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대화 채널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최근 한반도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전쟁 가능성이 높다는 국내외 지적을 윤 대통령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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