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대북 확성기 상시 시행할 준비·태세 갖춰...대북전단 살포도 "
국가안보실 "오물풍선 살포와 GPS교란은 몰상식적이고 비이성적 도발행위"
합참 "오물풍선 600여개 남쪽으로 살포...접촉말고 신고해달라"당부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 [사진=연합뉴스]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북한이 지난 1일 저녁 남한으로 오물풍선 600여 개를 남쪽으로 날려 보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대통령실이 2일 긴급 안전보장회의를 열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최전방 북한군 부대와 접경지역 북한 주민이 방송 내용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두려워하는 위력적인 심리전 도구로 꼽힌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장호진 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특히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와 GPS 교란 행위는 정상 국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몰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이며, 북한 정권은 이러한 저열한 도발을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 실제적이고 현존하는 위협을 가함으로써 국민의 불안과 우리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지난 5월 31일 정부 입장을 통해 예고한 대로,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들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이 대북 심리전단을 살포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등 대북 심리전 강화를 고려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회의 참석자들은 “북한의 어떠한 추가적 도발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위해 확고하고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실 수 있도록 국민 안전에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김선호 국방부 차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 김명수 합동참모의장, 김태효 NSC 사무처장,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왕윤종 국가안보실 3차장, 이도운 홍보수석 등이 참석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확대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확대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NSC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물 풍선 대응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는 당연히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화한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그게 아마 북한 측에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3년 박정희 정부 때 시작돼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에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중단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천안함 피격 도발(2010년)과 지뢰 도발(2015년), 북한의 4차 핵실험(2016년)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일시적으로 재개됐다.

대북 확성기는 최전방 지역 10여곳에 고정식으로 설치돼 있었고, 이동식 장비도 40여대가 있었지만, 2018년 4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고정식 확성기는 철거돼 창고에 보관 중이고, 이동식 장비인 차량도 인근 부대에 주차돼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관련해 "우리 군은 상시 시행할 준비와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방송 재개 준비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창고에 보관된 고정식 확성기를 재설치하고, 이동식 장비를 다시 가동하는데 만 하루의 시간도 걸리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위해서는 2018년에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의 관련 조항 효력 정지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부는 조만간 관련 조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북 확성기 방송은 주로 대한민국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북한 체제를 고발하는 내용이었고, 한국 가요를 틀어주거나 기상정보를 송출하기도 했다. 고출력 스피커를 이용한 대북 확성기 방송은 장비와 시간대에 따라 청취 거리가 10∼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오물풍선 600여개 남쪽으로 살포...접촉말고 신고해달라"당부

이에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밤사이 오물 풍선을 600개 이상 부양시켰다"며 "오물 풍선을 발견하면 접촉하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합참은 북한이 전날 저녁 8시부터 오물 풍선을 띄우기 시작했고, 이날 오전까지 약 600여 개가 서울·경기 지역 등에서 식별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날려 보낸 오물풍선(260여 개)의 2배가 넘는 양이다. GPS 전파 교란 공격은 없었다.

오물풍선 발견 장소는 경기도 파주시 운정동을 비롯해 서울 양천구 목동, 서초구,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성동구 용답동·마장동, 중랑구 중랑체육공원 등이다.

북한은 지난달 28∼29일 오물과 쓰레기가 든 풍선 260여 개를 남쪽으로 살포한 데 이어, 전날 저녁 8시부터 또 다시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낸 것이다. 이번에 살포한 풍선에도 지난번과 유사하게 담배꽁초, 폐지, 비닐 등 오물·쓰레기가 들어있다고 합참은 밝혔다.

지난 달 28~29일 오물풍선 260여개, 전파교란공격에 단거리 미사일 18발 발사

북한은 지난 달 26일 남한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대응'을 예고하고, 지난달 27일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이후, 28일 밤부터 29일까지 오물풍선 260여개를 남쪽으로 날려 보냈다. 지난달 29일부터 전날까지 나흘째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는 남쪽을 향해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을 벌였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9일 담화에서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며 “(오물풍선 살포는) 성의의 선물로 여기고 계속계속 주워 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인 초대형 방사포(KN-25) 18발을 일거에 동해상으로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최근 북한 도발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해 일련의 도발에 유감을 표하며 “북한이 멈추지 않는다면,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모든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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