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오찬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오찬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보수 지지층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한국갤럽이 6월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8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표 선호도를 물은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59% 지지율로 압도적 1위였다.(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초기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직후 이미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고,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꾸준하게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22대 총선 패색이 짙어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을 기용한 이유도 바로 이 지지율 때문이다.

한 전 위원장이 총선 판에 등장하자 보수 지지층은 열광했다. 적어도 그들 사이에서는 압승 분위기가 역력했고, 위기를 초래한 윤석열 대통령을 버리고 한동훈으로 갈아타는 사람도 증가했다. 그 결과가 바로 ‘한동훈 대세론’이다. 지는 해 윤석열을 대신할 유일 대체재로 등극한 순간이다.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한동훈은 이미 차기 대통령이다.

거침없이 한동훈에 판돈을 거는 보수 지지층을 보며 드는 생각은 이것이다. 가볍다.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변덕이 죽 끓듯 하니, 솔직히 갈피조차 잡기 어렵다. 불과 2년 전 ‘어대윤’(어차피 대통령은 윤석열)을 외쳤던 그들이 요즘은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변하는 데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과 그 전신인 보수 정당들이 자주 비판받았던 이유다. 다만, 숙명적일 수 있는 그 보수적 유전인자가 유독 인재를 소비하는 방법에서는 달리 작동하는 듯해 신기하다. 효용 가치가 있으면 잽싸게 데려다 쓰고, 그 가치가 떨어지면 곧바로 버린다.

이준석 전 대표를 그렇게 쓰고 버리더니, 윤석열 대통령도 그렇게 쓰고 버릴 태세다. 보수 진영에 인재가 넘쳐나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인재를 소비하는 것이 보수 정당과 보수 정권의 미래에 바람직한지는 잘 모르겠다.

무릇, 신중하게 인재를 쓰되 일단 기용한 뒤엔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정작 신중하게 골라야 할 때 조급함에 눈이 멀어 대충 선택하고, 기다려야 할 때 또 다른 조바심으로 갈아치우기를 거듭하면, 스트레스만 쌓이고 성과는 나지 않는 법이다.

앞선 칼럼에서 보수 복원의 키워드로 ‘실력’을 제시했다. 보수가 실력을 되찾으려면 실력 있는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일단 대통령감을 신중하게 잘 골라야 할 것이고, 그 대통령감의 주요 덕목 역시 인재를 잘 기용하는 것이어야 한다.

좋은 인재가 있어도 단순 변심 한 번으로 매도해버리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 박근혜를 예뻐할 때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말 한마디에 유승민을 배신자로 몰고, 당이 위기에 처하자 이준석을 대표로 만들더니 윤석열을 예뻐하기 시작하자 패대기 쳐버리는 식의 근본 없는 습관이다.

그런 점에서 보수 지지층에 묻는다. 한동훈이 최선인가? 다시 묻는다. 이번에는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나? 재차 묻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전 위원장이나 필자의 눈에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이종훈 정치평론가

 

이종훈

정치평론가
정치학박사
명지대 연구교수
정치경영컨설팅(주) 대표
전 국회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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