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의장 경축사 ‘헌법’·‘개헌’ 46번, 김진표 전 의장 ‘개헌’만 30번
18대 정의화 의장 “윤 대통령 임기 내 개헌하면 역사에 길이 남을 것”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받아들일 만한 협상 카드, 의장은 제시했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헌절 76주년 경축식을 맞아 1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헌절 76주년 경축식을 맞아 1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폴리뉴스 박상주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개헌’에 다시 불을 지폈다. 전임 김진표 전 의장 역시 지난해 제75주년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개헌절차법을 제정해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러 국회의장은 제헌절마다 으레 개헌을 제안하지만 실제 개헌 논의로 확대되지 않았다. 

김 전 의장은 1년 전 국회에서 열린 제75주년 제헌절 경축사에서 “국민이 직접 개헌을 주도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개헌 공론화 과정을 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며 개헌절차법 제정 추진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의장은 지난 4월 개헌절차법을 대표발의했다. 개헌절차법은 22대 국회로 넘어와 계류돼 있다. 

김 의장은 당시 “상반기 내내 충분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친 만큼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지난 18대 국회부터 현행 21대 국회까지 모든 국회가 개헌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또 추진했다. 저를 포함해 국회의장 여섯 분이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고, 지난 정부에서는 대통령께서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의 당시 경축사를 분석해보면, ‘국민’이라는 단어를 32번 쓴 데 이어 ‘개헌’을 30번 썼다. 우 의장은 17일 경축사에서 ‘국민’(28), ‘국회’(28), ‘헌법’(24), ‘개헌’(22)이라는 단어를 썼다. 개헌과 관련해 ‘헌법’이라는 단어가 관계성이 높으니 개헌을 더욱 강조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김 전 의장이 개헌절차에 대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면, 우 의장은 개헌과 관련한 논의를 대통령과 시작해보자는 제안으로 발전했다. 

18대 국회의장을 지낸 정의화 전 의장은 지난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내에 개헌에 성공한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대통령의 의지다. 국회의장이 제헌절마다 개헌을 제안했지만, 제안을 받아들인 대통령은 없었다. 개헌 내용 중에 대통령의 임기 단축 이슈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개헌의 대의에 찬성하더라도 본인의 임기를 줄일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임기 1년은 소중한 ‘안전판’이다. 여당 대선 후보를 고르면서 퇴임 이후 보장책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소중한 1년을 내어줄 리 만무하다.

그러나 모든 한국의 대통령은 임기말 ‘레임덕’을 겪었다. 정권 재창출이든 정권 교체든, 임기를 마치고 나면 본인이나 측근 비리 수사가 이어졌다. 업적 지우기과 정책 뒤집어 놓기에 시달렸다. 퇴임 후에 시달리지 않은 전임 대통령은 이무도 없었다. 

그러니 개헌의 관건은 단순하다. 어떤 시점의 어떤 대통령이 나서 임기 단축을 감수하고 고질적이고 연쇄적인 고리를 끊을 것인가. 혹은 여야가 어떻게 현직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인가다.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라면 개헌만 제안할 것이 아니다. 대통령과 대화를 하기 전에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가령, 대통령과 영부인 등 그 측근의 허물을 일부 감싸며 퇴임 이후를 보장해줄 방법이나, 대통령을 탄핵해버리자는 야당을 설득할 방안 등이 있겠다. ‘으레적인 개헌 제안’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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