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호하는 비밀경호국 요원들[사진=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호하는 비밀경호국 요원들[사진=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폴리뉴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 시사평론가] 자업자득!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총기 테러, 첫 소감이다. 자신이 퍼뜨린 분노가 돌고 돌아 자신에 대한 테러로 당도한 순간에도, 그는 그것을 선거에 이용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불끈 쥔 주먹과 그 뒤에 휘날리는 성조기. 강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7개월 전인 1월 2일 유사한 사건이 터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칼부림 사건이다. 그로부터 불과 23일 뒤인 1월 25일에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머리를 가격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디 그뿐인가?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장 안팎에서는 몸싸움이 난무 중이다. 대통령이나 대선후보들에 대한 총칼 테러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당내 경선과 선거 본선 과정에서 벌어지는 지지자 간 몸싸움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두 가지 점에서 우려스럽다.

첫째, 사회적 병리 현상과 결합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한 폐해일 수도 있겠지만 양극화가 진행되는 속에 ‘외로운 늑대’ ‘오타쿠’ 역시 증가세다. 과거에는 이들이 완전 고립 상태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유사 집단 내 온라인 네트워킹이 가능해졌고, 실시간 정보 취득도 가능해졌다.

당연히 자신의 좌절감이나 분노감을 표출할 경로와 수단을 찾는 일도 쉬워졌다. 대상을 찾아 좌표를 찍고, 그에 대해 테러를 가하는 데 필요한 총칼을 구매하는 것도 온라인으로 가능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곳곳이 지뢰다.

이런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부 정치인은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분노를 유발해 지지층을 모으는 데 열중하고 있다. 사실상 목숨을 건 위험한 도박을 하는 셈이다. 그 정도로 강력하게 권력을 원하는 심정 이해한다. 다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둘째, 이것은 결국 정치의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의회가 만들어진 이유는 내전을 막기 위해서다. 총칼로 해결하는 것보다 말로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이득이라는 판단을 전제로 한 합리적 선택의 결과다. 의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총칼로 싸울 일이 없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국회에서 협치가 사라진 지 오래다. 정당 내에서도 협치가 사라진 것은 더 우려할 대목이다. 당 지도부를 장악한 특정 계파가 사실상 독재를 행사하면서, 나머지의 소외감과 분노감은 더 커지고 있을 뿐이다. 언제 폭발해도 놀랍지 않은 활화산을 보는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몸싸움은, 적어도 필자의 눈에는, 애교 수준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한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외로운 늑대’ ‘오타쿠’ 증가세를 고려한다면, 분노의 정치에 의존하는 일부 정치인은 모닥불 옆에서 폭탄을 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형국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최근 분노의 정치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유튜버까지 증가세라는 것이다. 조회수와 수익을 높이려고 일부 유튜버들은 사건 현장을 쫓아다니는 것을 넘어 조장하기까지 한다. 최근 발생한 전당대회 몸싸움 관련해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유튜버 3명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요청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정치인은 분노를 조장해 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특정 유튜버와 모종의 사건을 기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전한다. 이 한마디를 절대 잊지 말라. 자업자득!

이종훈 정치평론가
이종훈 정치평론가

이 종 훈

  정치평론가

  정치학박사

  명지대 연구교수

  정치경영컨설팅(주) 대표

  전 국회연구관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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