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회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9/662426_469108_3353.jpg)
[폴리뉴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 시사평론가] “최근에 계엄 얘기가 자꾸 얘기되고 있고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에 보면 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국회의원들은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 구금하겠다는 그런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9월 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가진 대표회담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준비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이 대표의 발언이 나오기 열흘 전인 8월 21일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 회의 석상에서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국방부 장관으로의 갑작스러운 교체와 대통령의 뜬금없는 반국가세력 발언으로 이어지는 최근 정권 흐름의 핵심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다.”
김 최고위원의 계엄령 빌드업 발언이 나오기 일주일 전인 8월 15일에는 예비역 육군 대장 출신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한 방송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탄핵 대비용 계엄 준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만약 윤석열 탄핵으로 간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상황이 오면 계엄을 선포한다든가 비상에 대한 어떤 걸 한다든가 할 그런 우려가 있다. 친정체제가 완전히 구축되면 그런 것들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김 의원은 계엄 빌드업의 첫 징후로 김용현 전 경호처장의 전격적인 국방부장관 임명을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전 차장은 대통령실 내 실세로서 국방 인사에 개입하며 군 내 ‘충암파’ 결집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의원은 그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용현 경호처장은 윤 대통령 충암고 한 해 선배, 예전 기무사 보안사로 불렸던 방첩사령관도 충암고, 대북 특수정보를 다루는 핵심 777사령관도 충암고다. 군내 핵심 정보라인을 충암고가 다 장악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군 인사 당시 충암고 출신 여인형 중장을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에 임명했다. 지난 4월에는 또 다른 충암고 출신 박종선 소장을 777사령부 사령관에 임명했다. 두 부대는 군의 핵심 정보기관이다.
이처럼 정보기관을 먼저 장악한 뒤, 김용현 국방부장관 취임을 계기로 오는 10월 군 인사를 통해 군 전체에 대한 장악력을 높임으로써, 계엄령 준비를 마치려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계엄 빌드업’ 가설이다. 나름 정황 증거가 있는 가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기무사가 계엄 대비 문건을 작성한 것은 사실이다. 당시 계엄령을 선포할지 모른다는 설이 세간에 파다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계엄령 선포를 실행하지는 않았다. 아니, 못했다.
보수 세력까지 동참한 촛불혁명에 대항해 계엄령을 선포하면 오히려 더 강력한 시민적 저항에 봉착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군이 적극적으로 나서 줄 리도 만무했다.
민주당의 계엄령 빌드업 가설이 실제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계엄령 선포는 불가능할 것이다.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인기 없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 카드를 꺼내 드는 순간, 오히려 그것이 강력한 촛불혁명을 촉발할 것이 분명한 때문이다. 한 줌 ‘충암파’에 군 전체가 부화뇌동할 리도 물론 없다.
이 종 훈
정치평론가
정치학박사
명지대 연구교수
정치경영컨설팅(주) 대표
전 국회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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