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9/663843_470763_323.jpg)
[폴리뉴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 시사평론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조급함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연일 의정갈등 관련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 대표적이다. 가능하면 추석 연휴 전에 ‘여야의정 협의체’를 발족시켜 그것을 자신의 성과로 만들고 싶은 눈치다.
7월 23일 당선 이후, 한 대표는 나름 열심히 달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 차원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려는 시도도 여러 차례 감행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반대,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법 필리버스터 반대, 폭염기간 전기료 인하 추진, 2026년 의대정원 증원 유예 시도 등이다.
노력은 가상했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없다. 오히려 대통령실은 선을 긋고 당내에서는 친윤계가 면박을 주는 일만 무한 반복 중이다. 심지어 윤핵관 권성동 의원으로부터 연찬회 공식 석상에서 ‘말 한마디로 툭툭 던진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다소 모욕적인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정도면 당 대표로서 권위가 거의 바닥 수준이다. 그나마 한 대표를 방어해주며 리더십을 지탱시켜주려 애쓰는 이들은 소수의 친한파 의원 정도에 불과하다. 마치 물 위에 뜬 기름 한 방울 격이다. 적어도 친윤계가 압도적인 의원 집단 내에서는 그렇다.
‘나는 63% 득표율로 당선된 대표다!’ 맞다. 그런데,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는 당원과 한동훈 대표 사이에 의원 집단이 거대한 장벽이 존재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당원을 잘 결집하고 동원해 친윤계 의원 집단을 타고 넘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그 뜻을 거역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한 대표의 정치력이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스폰서다. 당내의 영향력 있는 누군가가 나서 당내 친한파 의원 규모를 키워주는 그림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대선 출마 과정에서 당내 조직 기반이 없어 애를 먹었다. 이때 스폰서로 나선 인물이 이해찬 전 대표다.
민주당 내 주력군 친노친문계 좌장인 이 전 대표는 2021년 5월 자신이 키워온 연구재단 ‘광장’ 조직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 붙여줬다. 이를 기반으로 전국 단위 조직 플랫폼 ‘민주평화광장’이 출범했고, 그때 함께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친명계 의원 모임 ‘성장과 공정 포럼’이 만들어졌다.
이해찬 전 대표 같은 중량급 정치인의 후원이 없었다면,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 상당한 애로를 겪었을 것이다. 대선 직후 패배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과 대표에 연이어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도 상당한 규모의 친명계 의원 집단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의원 집단의 규모가 어느 정도여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소수여도 역량이 출중하면 돌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친한계 규모가 친윤계 대비 과소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과연 이해찬 전 대표 정도의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누군가가 한동훈 대표를 위해 나설까? 만약에 나선다면, 언제쯤일까?
최근 당내 중진 김영선 전 의원이 총선 당시 김건희 여사로부터 받은 지역구 이전 관련 문자 내용이 보도를 타 논란이다. 제보자가 누구인지 의문인 속에 더 궁금해지는 것은 왜 이 시점에 이런 보도가 나왔는가이다. 누군가 ‘한동훈의 이해찬’이 되기를 꿈꾸며 행동에 나선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이유다.
이 종 훈
정치평론가
정치학박사
명지대 연구교수
정치경영컨설팅(주) 대표
전 국회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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