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유엔군 부대 정문 탱크로 공격.. 현재까지 5명 부상
UNIFIL 40개국·안보리·EU 등 국제사회, 이스라엘 강력 규탄
헤즈볼라 드론에 방공망 뚫리며 이스라엘군 4명 사망
이스라엘, 레바논 북부 보복 공습.. 가자 지구 병원도 폭격
이란-美, 비밀 '휴전 회담' 중단.. 유엔 "가자·레바논, 휴전만이 고통 끊는 유일한 길"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주변을 바라보는 유엔 평화유지군 대원 [사진=로이터=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10/667300_474788_1640.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레바논 헤즈볼라와 연일 교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는 유엔군을 또 다시 공격하며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유엔 안보리와 유럽연합이 보다 강경한 목소리를 내며 이스라엘을 향한 압박 강도를 내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이어가면서 민간인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를 중단시킬 휴전 회담은 별다른 성과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어 민간인 사망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유엔군 부대 정문 탱크로 공격.. 현재까지 5명 부상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은 13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군 탱크가 남부 접경 지역의 부대 정문을 부수고 강제 진입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UNIFIL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이스라엘군에 해명을 요청했으며, 이스라엘군이 자신들의 활동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UNIFIL은 지난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33일 전쟁 이후 같은 해 8월 유엔이 설정한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의 사실상 국경에 주둔하며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은 UNIFIL에게 해당 지역에서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헤즈볼라와 본격적인 지상전을 벌일 경우 피해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에서 레바논 전투 지역에 주둔한 UNIFIL 군인들이 헤즈볼라의 인질이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UNIFIL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안드레아 테넨티 UNIFIL 대변인은 12일 "(이스라엘이) 현위치에서 철수하거나 최장 5㎞까지 물러날 것을 요청했다"며 "우리는 만장일치로 머문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UNIFIL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자 국제 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레바논 남부에 투입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의 지상전이 본격화하면서 현재까지 UNIFIL 대원 5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군이 UNIFIL 벙커 외부 감시 카메라에 총을 쏴 망가뜨리는 등 고의로 공격을 가한 사례도 있다고 전해진다.
UNIFIL 40개국·안보리·EU 등 국제사회, 이스라엘 강력 규탄
연합뉴스에 따르면 UNIFIL에 자국군을 파병한 세계 40개국은 12일 공동성명에서 "역내 긴장 고조 상황을 고려할 때 UNIFIL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며 "UNIFIL에 대한 최근 일련의 공격을 강하게 규탄하며 적절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UNIFIL의 주요 파병국인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통화로 UNIFIL에 대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으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전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통화에서 이스라엘군이 UNIFIL 진지들을 겨냥해 발포했다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해진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남부 공격 과정에서 UNIFIL 대원들이 다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안보리는 14일 성명을 통해 "유엔 평화유지군과 유엔 건물은 절대 공격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라며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 국경의 평화 유지를 위해 2006년 채택한 안보리 결의안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14일 이스라엘을 한목소리로 강력히 비판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외교장관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UNIFIL의 임무는 매우 중요하다"며 "유엔군을 공격하는 건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UNIFIL의) 잔류 여부를 결정하는 건 유엔 사무총장이 아니라 안전보장이사회의 권한"이라며 네타냐후 총리의 철수 요구를 비판했다.
회의에 참석한 EU 각국의 외무장관들도 일제히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카스파 벨트캄프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가급적 빨리 (공격을)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고,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평화유지군을 향한 공격은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우방국인 오스트리아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외무장관도 "UNIFIL은 철수하지 않을 것이며 계속해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국도 이스라엘을 향해 UNIFIL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14일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UNIFIL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라 권한을 위임받아 평화 유지 임무를 수행한다"며 "이스라엘은 응당 실질적인 조처로 부대 인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공습에 불탄 난민촌 [사진=AP=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10/667300_474789_1641.jpg)
헤즈볼라 드론에 방공망 뚫리며 이스라엘군 4명 사망
이스라엘, 레바논 북부 보복 공습.. 가자 지구 병원도 폭격
헤즈볼라와 교전이 4주째 지속되면서 민간인 피해는 물론 이스라엘의 피해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 12일 레바논에선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최소 51명이 사망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헤즈볼라는 13일 이스라엘 북부에 자폭 무인기(드론)를 날려 이스라엘군 4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쳤다.
그러자 이스라엘군은 14일 레바논 북부 즈가르타의 아이투 마을을 공습해 21명이 사망했다. 아이투 마을은 레바논에 분포한 가톨릭의 일파인 마론파 신도들이 사는 곳으로 이번 공격은 이주민 임대주택으로 쓰이던 아파트 건물이 표적이 돼 대부분 민간인 희생자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같은 날 가자지구의 병원도 폭격했다.
이날 공격으로 병원 건물은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병원 주차장, 마당 등에 설치된 피란민 텐트촌이 직격탄을 맞아 최소 4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격이 병원 인근 주차장에 자리한 하마스 지휘 본부를 노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美, 비밀 '휴전 회담' 중단.. 유엔 "가자·레바논, 휴전만이 고통 끊는 유일한 길"
이처럼 이스라엘과 하마스, 헤즈볼라 사이의 교전이 격화되고 있으나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배후에 있는 이란과 미국의 비밀 휴전 회담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민간인 피해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은 오만의 중재 하에 휴전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이란이 자국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가능성이 커지자 이를 중단했다고 밝힌 것이다.
14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 국영 언론 IRNA과의 인터뷰에서 휴전 협상 중단 사실을 전했다.
지난 1일 이란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맹폭으로 사망한 데 대한 보복 차원으로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 미사일 약 180발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이 즉각 재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즉, 이날 이란 외무장관의 발언은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재보복이 임박했음을 시사한다.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강해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는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HCR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전쟁을 통해 평화를 위한 길을 찾겠다는 건 끔찍한 거짓말"이라며 "휴전만이 폭력과 증오, 고통의 악순환을 끊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그란디 최고대표는 "가자지구에 이어 레바논까지도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는 게 무의미해졌다"면서 "더 넓은 지역으로 분쟁이 번지기 전에 긴급히 휴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