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의견 엇갈려 "2인 체제 위법성 없어" vs "3인 이상 돼야"
법원, 방통위 2인 체제 '위법성' 지적
이진숙 "기각 결정, 국민이 내려준 것".. 야당 문제 제기 지속될 듯
4대4 결론, 尹 탄핵에도 영향 미칠까
대통령실 "헌재 결정 존중..방통위 기능 회복하길"
與 "민주당 무리한 탄핵 사과해야"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1/679124_488304_5820.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헌법재판소가 2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즉시 직무에 복귀했다.
재판관 8인 중 보수 성향의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기각 의견을 냈고, 진보 성향의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인용 의견을 내면서 4대4 동수로 기각됐다.
이 위원장이 직무에 복귀하게 됐으나 탄핵 사유의 핵심인 '방통위 2인 체제' 위법성에 대한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법원이 최근 여러 판결을 통해 '2인 체제'의 위법성을 지적한 만큼 야권의 문제 제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헌재의 판결이 향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재판관 의견 엇갈려 "2인 체제 위법성 없어" vs "3인 이상 돼야"
법원, 방통위 2인 체제 '위법성' 지적
헌법재판소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 위원장 탄핵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법에 따라 파면 결정에는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기각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탄핵소추안 의결 174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다.
이날 탄핵 소추의 핵심인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에 대해 재판관의 의견은 엇갈렸다.
보수 성향의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2인 의결'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3조 2항이 정한 정족수를 충족한 것이라고 봤다.
방통위법은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국회측은 '재적 위원'이란 법으로 정해진 5명의 상임위원이 모두 임명된 것을 전제하므로 의결을 위해서는 5인의 과반수인 3인 이상 필요하다며 '2인 체제'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기각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은 "재적위원은 문제 되는 의결의 시점에 방통위에 적을 두고 있는 위원을 의미한다"며 "방통위의 재적 위원은 피청구인(이 위원장)과 김태규 2인뿐이었다"고 했다.
이어 "재적위원 전원의 출석 및 찬성으로 이뤄진 의결이 방통위법상의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은 법규범의 문리적 한계를 넘는 해석"이라며 "재적위원 2인에 의해 의결을 한 것이 방통위법 13조 2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김형두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2인 의결'이 방통위법에 위반된다고 보더라도 "의결의 위법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드러나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이 위원장이 의결정족수에 관한 해당 법률을 위반했다며 인용 의견을 냈다.
이들은 "위원장, 위원장이 아닌 위원 1인만 재적하는 경우 방통위가 독임제 기관처럼 운영될 위험이 있다"며 "적법한 의결을 위해서는 3인 이상 위원이 재적하는 상태에서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으로서는 방통위 구성·운영의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최소화하고 방통위를 온전하게 구성해 적법한 의결을 할 수 있도록, 국회에 방통위 위원 추천을 촉구하는 등 '2인 체제' 해소를 위한 노력을 했어야 할 것"이라며 "피청구인의 법 위반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해 피청구인에게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했다.
이날 헌재가 '2인 체제'의 위법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 것과 달리 법원은 여러차례 '2인 체제'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방통위 결정에 제공을 걸어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지난 12월 19일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으며, 같은 법원 행정5부도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같은 취지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했다.
법원이 두 사람의 손을 들어준 건 2인 체제 방통위의 해임 처분이 위법해 취소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법원은 방통위가 방문진의 차기 이사진을 임명한 데 대해서도 야권 성향의 이사 3인이 낸 임명 효력 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제동을 걸었다.
당시 법원은 방통위의 '2인 체제' 의결을 두고 합의제 의결 기관인 방통위의 구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진숙 "기각 결정, 국민이 내려준 것".. 야당 문제 제기 지속될 듯
4대4 결론, 尹 탄핵에도 영향 미칠까
이날 이 위원장이 직무에 복귀하며 그간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김태규 부위원장과 다시 2인 방통위원 체제를 갖추게 됐으나 야당의 문제 제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방통위 회의에서 새로운 심의 의결이 이뤄지면 민주당 주도의 야권이 재차 위원장 탄핵소추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국회가 2인 체제 해소를 위해 보궐 방통위원 선임을 추진하더라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을 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여야가 방통위원 충원에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여야 합의'를 이유로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통위 의결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여야가 맞서고 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각 결정은 국민이 내려준 것"이라며 "국민을 생각하며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큰 이슈가 됐던 게 2인 체제였는데 재판관님 설명을 들어보면 국회에서 방통위 상임위원 3인을 임명하지 않더라도 2인으로도 최소한 행정부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판단을 내려주신 의미 있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날 헌재의 기각 결정이 현재 진행 중인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성향 재판관 4명과 진보 성향 재판관 4명의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차 변론기일부터 직접 출석해 적극적으로 비상계엄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즉, 거대 야당의 무리한 탄핵소추로 국정 기능이 마비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을 하며 이진숙 위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만일, 보수 성향 재판관 중 3명 이상이 윤 대통령의 주장을 인정한다면 탄핵은 기각된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향후 탄핵심판에서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발했다는 주장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이 위원장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법원이 '내란 수괴' 혐의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또,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고위 장성과 경찰, 국정원 등 곳곳에서 공개적인 증언이 나오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 참여하는 것은 내란죄 형량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22일 C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은 탄핵 심판에서 유리한 결론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란 수사의 방어를 위한 논리를 제공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헌재 결정 존중..방통위 기능 회복하길" 與 "민주당 무리한 탄핵 사과해야"
이날 헌재의 기각 결정에 대해 대통령실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며 "방통위가 제 기능을 회복해 산적한 현안을 잘 처리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독주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무리한 탄핵 소추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당연한 것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탄핵 소추안에 대해서도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결정이 나서 국정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리한 탄핵 소추를 한 민주당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세력의 탄핵 남발 입법 독주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만시지탄이지만 오늘 기각 결정이 이재명 세력의 탄핵 독재와 방송 탄압의 경종을 울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위원장은 단 3일 근무했는데 (탄핵 소추됐고) 상식적으로 당연한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172일 걸렸다"면서 "이 기간 동안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을 마비시킨 것만으로도 민주당 이재명의 정략적이고 악의적인 이진숙 탄핵은 성공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너무 당연한 결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이 단순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미룬 헌재에도 상당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했다.
그는 "그 이후 민주당이 방통위뿐 아니라 굉장히 많은 정부 고위직을 탄핵했다. 예를 들어 감사원장,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장관을 19번이나 탄핵했는데 사실상 민주당의 국정 마비 시도였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재의 결정은 다행이나 너무나도 당연한 결정이 5개월 만에 이루어졌다는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며 "한덕수 총리 등 탄핵심판 또한 하루속히 기각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은 그동안 29번의 탄핵으로 국정을 마비시켰고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오직 이재명을 위한 조기 대선만을 목표로 난폭운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난폭운전의 결과가 이재명과 민주당의 동반 추락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