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9번째 거부권.. 윤 정부 40번째
민주 "대행으로 자질과 자격 없어" "법원 판결 부정 국회 무력화 시도"
이진숙 "국회 몫 방통위원 추천해 5인 체제 복원해야"
국민의힘, 여당 몫 방통위원 후보 공개모집

최상목 권한대행이 방통위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진=연합뉴스]
최상목 권한대행이 방통위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방통위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권한대행으로 벌써 9번째 거부권이며, 윤석열 정부 들어 40번째다.

최 권한대행은 거부권의 이유로 "위헌성이 상당하다"고 밝혔으나 정작 본인은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20일 넘게 무시하고 있다. 이에 야권에서는 최 대행을 향해 날선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여당몫 방통위원 후보를 공개모집하기로 했다.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9번째 거부권.. 윤 정부 40번째

최상목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방통위법 개정안은 위헌성이 상당하고,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방통위의 안정적 기능 수행을 어렵게 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국회에 재의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주도로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 전체 회의를 상임위원 3명 이상이 있어야만 열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방통위는 위원장과 4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5인 합의체기구다. 위원장과 상임위원 1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상임위원은 국회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한다. 국회 추천 몫 상임위원은 본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지난 2023년 8월 말 기존 상임위원들의 임기가 끝난 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추천한 상임위원을 임명하지 않았다. 최민희 과방위원장도 야당 몫 상임위원으로 추천됐으나 7개월 넘게 대통령 임명을 기다리다 스스로 물러난 바 있다. 

현재는 윤 대통령이 지명한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의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국회 추천 위원이 없는 기형적인 2인 체제에서 YTN 최대주주 변경·공영방송 이사 선임 등 주요 의결이 이뤄지며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에 야당은 반드시 국회 추천 위원이 포함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이날 최 대행이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최 대행은 "개정안과 같이 개의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국회의 위원 추천 없이는 회의를 개회조차 할 수 없게 돼 방통위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이유를 들었다. 

이어 "결국 방송사업자 허가, 위법 행위 처분, 재난 지역 수신료 면제 등 위원회의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돼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의 의사 정족수를 전체 위원의 과반수 등 엄격하게 법에 명시한 전례 또한 없다"며 "엄격한 개의 요건은 헌법이 정부에 부여한 행정권 중 방송·통신 관련 기능을 국회 몫 위원 추천 여부에 따라 정지시킬 수 있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또 "국회가 추천한 후보를 30일 이내에 임명하지 않을 경우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 또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권력분립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로써 최 대행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권한대행직을 수행한 이래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9개로 늘었다.

앞서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전 권한대행)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까지 더하면 현 정부 들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모두 40개로 늘었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민주 "대행으로 자질과 자격 없어" "법원 판결 부정 국회 무력화 시도"

최 대행이 '위헌성'을 운운하며 거부권을 행사하자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작 최 대행 본인이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20일째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광주 5.18 묘역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상목 권한대행은 말하기가 거시기하다"며 "대행으로서 자질과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본인이 헌법재판소가 명령한 헌법재판관 임명 안 하는 등 헌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자리 가서는 헌법을 준수하자고 한다"며 "보통의 상식적인 사람이 이야기하면 당연한 말로 들릴 텐데 그분이 얘기하면 소위 흰소리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최상목 대행은 사실상 방통위 2인 체제가 '정상'이라고 주장한 셈"이라며 "내란 수괴 윤석열의 거부권 남용 못지않은 헌정사의 오점"이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이는 2인 방통위 체제가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법원의 판결을 부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정안을 내놓은 국회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대행은 대체 어디까지 윤석열을 따라하려 하나"라며 "최 대행은 불법 행위를 즉각 멈추고 방통위 정상화에 협조해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여당 몫 방통위원 후보 공개모집

이진숙 "국회 몫 방통위원 추천해 5인 체제 복원해야"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여당 몫 방통위원 후보를 공개모집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부터 우리 당 몫 방통위원 1명에 대한 공개모집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지난 1월 23일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기각 이후 야당에 줄기차게 국회 몫 방통위원 3인 선임을 위한 추천 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야당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고 방통위 2인 체제가 위법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방통위를 마비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방통위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방통위법 개정이 아니라 국회 몫 상임위원 3인을 조속히 추천해 방통위 5인 체제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 의사정족수를 3인으로 엄격하게 규정하는 것은 중앙행정기관으로서 상시적인 기능 수행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이번 개정안대로라면 어떠한 사유로든 위원 3인이 참여하지 못하면 회의를 열 수 없어 심의·의결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이 여당 몫 방통위 상임위원 1명에 대해서 공개모집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매우 바람직하다"며 "더불어민주당에도 민주당 몫 상임위원 추천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