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후 17일 만...사회 정의 강조 '레오 13세' 계승
20년간 페루 빈민가서 사목...프란치스코 측근 '중도파'
새 교황, 2년 후 한국 방문 예정...방북 프로젝트 재가동 되나
국제 사회 "어려운 시기에 희망" 기대감
![새 교황 레오 14세 [사진=로이터=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5/692878_503258_2931.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후 실시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서 제267대 교황으로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됐다. 첫 미국인 출신 교황이다.
레오 14세는 첫 일성으로 "평화"를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새 교황의 탄생을 축하하며 "어려운 시기에 희망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새 교황 레오 14세는 2년 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대회 참석 차 방한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진했던 방북프로젝트가 재가동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후 17일 만...사회 정의 강조 '레오 13세' 계승
바티칸에 따르면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은 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새 교황으로 선출했다. 콘클라베 이틀만이자, 네 번째 투표 만에 결정됐다.
교황의 즉위명은 '레오 14세'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새 교황명 '레오 14세'는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 교황(재위 1878-1903)을 계승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레오 13세는 노동자의 정당한 임금과 인간다운 노동 조건 보장의 필요성, 노동조합 설립 권리 인정, 사유재산의 권리를 인정하되 '공동선'을 위한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했다.
미국 출신 교황은 사상 처음이다. 1955년 미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 교황은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일원이다.
레오 14세는 미국 국적이지만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다. 2015년 페루 시민권을 취득하고 같은 해 페루 대주교로 임명됐다.
새 교황이 탄생한 건 지난달 21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17일 만이다.
교황 즉위 미사는 일반적으로 선출 후 일주일 내에 이뤄진다. 레오 14세 교황은 9일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들과 미사를 공동 집전하고 오는 11일 성 베드로 대성전의 발코니에서 첫 축복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한편, 레오 14세는 즉위 후 첫 일성으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로 나와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첫인사였다"며 "자신의 평화 인사도 모두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년간 페루 빈민가서 사목...프란치스코 측근 '중도파'
미국인이지만 페루 빈민가에서 20년간 사목한 그의 발자취가 교황 선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선종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페루에 파견된 것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였으며, 지난 2023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교황청 주교부는 신임 주교 선발을 관리·감독하는 조직으로, 교황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 중 하나로 꼽힌다.
또 주교 선출을 심사하는 주교부 위원에 여성 3명을 추가하는 등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작업을 도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이면서도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이어서 교회 내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인물로 평가된다.
새 교황, 2년 후 한국 방문 예정...방북 프로젝트 재가동 되나
레오 14세는 오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방한이 성사된다면 그는 한국에 오는 역대 3번째 교황이 된다.
세계청년대회는 전 세계 가톨릭 젊은이들의 신앙 대축제로 교황과 청년들이 만나는 행사로 유명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재위 중인 1984·1985년 바티칸으로 세계 각국 젊은이들을 초청한 것을 계기로 1986년 정식으로 시작됐다.
세계청년대회는 제1회 행사가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열린 이후 대략 2∼3년에 한 번, 7∼8월 무렵 개최지를 바꿔가며 열렸다.
레오 14세가 세계청년대회를 위해 한국에 오면 교황의 역대 4번째 방한으로 기록된다. 1984년과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에 왔다. 2014년 프란치스코가 찾아온 이후 13년 만에 교황의 방한이 다시 이뤄진다.
이번 방한에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모했으나 성사되지 못한 교황 방북 프로젝트가 다시 추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교황의 방북은 북한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외교적 카드여서 성사 여부는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를 비롯한 국제 정세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국제 사회 "어려운 시기에 희망" 기대감
새 교황의 탄생에 세계 각국 정상들은 축하 메시지를 잇달아 내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특히 미국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이 선출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나는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 그것은 매우 의미있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크렘린궁이 발표한 메시지에서 "러시아와 바티칸 사이에 구축된 건설적인 대화와 협력이 우리를 하나로 묶는 기독교적 가치에 기초해 계속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바티칸이 그의 리더십 아래 도덕적·영적 지원을 유지하기를 희망한다"고 썼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유럽연합(EU) 지도부는 공동성명에서 "레오 14세 교황 성하의 가톨릭교회 수장 선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교황께서 교회의 평화, 인간 존엄성, 국가 간 상호 이해의 가치를 증진하고 더 정의롭고 자비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데에 힘써 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교황이 어려운 시기에 전세계 수백만명의 신도에게 희망과 방향성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도 엑스에 "교황이 희망과 단결이 필요한 세계에서 대화와 인권 수호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엑스에서 "레오 14세 교황 선출을 축하하며 예루살렘 성지에서 축복을 보낸다"면서 "우리는 이스라엘과 바티칸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이스라엘 유대인과 기독교인의 유대감이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