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30년 몸 담았지만 ‘독고다이’로 계파 없이 활동
나경원 “돌아와달라” 호소하며 ‘홍심 잡기’ 총력
洪 당 지원해달란 요청들에 “국힘 정나미 떨어졌다”
洪, 정계은퇴 선언에도 여전히 소통 중…‘복귀 가능성’도 시사
![국민의힘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후 당을 탈당하고 미국으로 떠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해 여야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홍 전 시장은 어떤 곳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5/693717_504188_83.jpg)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정치권이 국민의힘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후 당을 탈당하고 미국으로 떠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응답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탈락 직후 탈당 및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대선이 끝나고 돌아오겠다”며 미국 하와이로 떠났지만 오히려 은퇴 선언 후 몸값이 오르고 있다.
보수 진영은 물론이고 정치적 대척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낭만의 정치인 홍준표를 기억하며’란 제목의 글에서 “상대 진영에 있는 분이지만 밉지 않은 분이다, 미국에서 돌아오면 막걸리 한잔 나누자”고 말하는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홍 전 시장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탈당 후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진 홍 전 시장은 ‘홍카콜라’라는 별명처럼 때로는 강한 표현과 직언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홍 전 시장이 대선 전에 돌아올지 또 그의 발걸음이 어느 곳으로 향할 지에 따라 표심의 향배가 갈릴 전망이다.
보수 30년 몸 담았지만 ‘독고다이’로 계파 없이 활동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홍 전 시장에게 함께 해주길 요청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홍 전 시장은 30년 가량 보수 진영에 몸담았지만 특별한 계파를 만들지 못하고 ‘독고다이’로 활동해 왔다.
올곧은 성정 탓에 당내 인사들에게 거침없는 비판 발언을 쏟아낸 점이나 보수 진영에서도 ‘할 말은 한다’는 이미지들이 민주당 입장에선 매력적인 카드다. 이번 대선을 좌우 대결이 아닌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구도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오랜 시간 보수에 몸 담으며 TK 지역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한 홍 전 시장을 영입해 ‘확실한 표밭’을 지키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나경원 “돌아와달라” 호소하며 ‘홍심 잡기’ 총력
당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 김용태 비대위원장도 홍 전 시장을 향해 “당으로 돌아와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15일 라디오에 출연해 “저도 탈당하고 싶었으니까 홍준표 시장의 섭섭함을 이해한다, 대선 승리를 위해 섭섭함과 노여움을 다 묻어놓고 당을 위해 돌아와 달라”고 간청하며 “지금은 사사로운 섭섭함을 내려놓고 그래도 우리 당의 큰 어른이셨고 저희 당을 누구보다도 사랑하셨던 분이고 저는 홍준표 후보님의 애국심을 믿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실 것을 간곡히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대선 승리를 위한 빅텐트에 대해 “통 큰 연대 말씀 드린 바 있는데 그동안 당의 판단으로 배신자 낙인 찍혀 떠나신 분들, 뿌리는 다르지만 가치가 같은 분들, 성찰한 분들 모두 저희가 통 큰 연대로 이기겠다”며 “특히 당내 경선을 함께 치른 한 전 대표나 홍 전 시장님을 모실 수 있도록 하겠다”며 경선 후보 중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은 두 사람을 향해 함께 해주길 요청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준표 후보가 당에 느끼는 서운함이나 배신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당이 홍 후보님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같이 고쳐 나가고 당장 미국이라도 가서 홍 후보님 마음을 사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며 대선 승리를 위해 선대위에 합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권 원내대표도 14일 페이스북을 글에 올리고 “선배님께서 앞장서서 지켜주셨던 이 나라, 이 당의 역사만은 버리지 말아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 드린다”며 “선배님은 2017년 보수정당이 궤멸의 위기에 내몰렸을 때 당과 나라를 위해 경남지사직을 버리고 흩어진 보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해주신 보수의 영웅”이라며 캠프 합류를 호소했다.
이처럼 당 인사들이 홍 전 시장의 합류를 호소하고 있지만 그는 국민의힘과의 ‘절연’을 강조하며 캠프 합류에는 뜻이 없음을 밝혔다.
洪 당 지원해달란 요청들에 “국힘 정나미 떨어졌다”
이에 권영세가 홍 저격, 이준석은 반격
중간에 끼인 권성동, 노여움은 제게 풀라
홍 전 시장이 탈당 후 김문수 후보의 캠프에 합류하지 않은 채 미국행을 결정하자 당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수차례 캠프 합류 제안이 잇따르자 홍 전 시장은 “나는 당과 절연했다”고 선을 그으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그는 지지자들과의 소통 채널인 ‘청년의꿈’에 지난 14일 “두 번 탄핵 당한 당과는 절연하지 않을 수 없다, 다급하니 비열한 집단에서 다시 오라고 하지만 정나미 떨어져 근처에도 가기 싫다”고 했다.
이어 “한 번은 내가 일으켜 세웠지만 두 번째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그 당을 나왔다”며 “탈당만 하면 비난할 테니 정계 은퇴까지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시장의 발언을 놓고 전 지도부였던 권영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당에서 두 번의 대권 도전, 두 번의 광역단체장 당선, 여러 차례 국회의원 당선을 한 분이 이제 와서 이러면 안 된다, 타고난 인성은 어쩔 수 없나 보다”라며 수위 높은 비난의 말을 올렸다.
이에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였다. 홍 전 시장의 출국을 앞두고 직접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던 이 후보는 “본인들이 러브콜 했다가 응하지 않으니까 ‘인성’ 운운하는 건 무슨 황당한 일이냐, 사기 경선 피해자인 홍준표 시장님께 감히 ‘타고난 인성’을 말할 자격이 있냐”며 공개 저격했다.
이 상황을 수습하고 나선 것은 권성동 원내대표였다. 그는 “선배님의 기나긴 정치 여정에 있어 제가 그동안 불편함을 끼쳐 드린 부분이 있었다면 모든 노여움은 오롯이 저에게 담아달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국민의힘을 탈당했지만 여전히 지지자들과 소통하며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5/693717_504189_856.jpg)
洪, 정계은퇴 선언에도 여전히 소통 중…‘복귀 가능성’도 시사
홍 전 시장은 정계은퇴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과시하며 “하와이는 대선을 피해 잠시 망명온 것”이라며 “대선이 끝나면 돌아가겠다”고 고 말해 정계복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14일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이 자신을 저격한 것을 두고 15일 소통채널 ‘청년의꿈’에 글을 올려 “3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권유를 따라 꼬마 민주당에 갔다면 이런 의리, 도리, 상식이 통하지 않는 당에서 가슴앓이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보수 인사인 홍 전 시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1995년으로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알리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든 정당이 그를 영입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을 때 노 전 대통령의 ‘꼬마 민주당’도 손을 내밀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이력이나 기득권에 맞선 경력으로 봤을 때 민주당 입당을 고민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는 거역하지 못해 김 전 대통령의 손을 잡으며 보수 정치인의 길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위원장과 설전을 벌이며 15일에 올린 글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라 민주당을 갔다면 이런 의리, 도리,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당에서 오랫동안 가슴앓이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시절을 회상했다.
이어 “다섯 번의 국회의원은 당의 도움 아닌 내 힘으로 당선됐다. 두 번의 경남지사는 친박들의 집요한 견제와 음해 속에 내 힘으로 경선에서 이겼고 대구시장도 당의 방해와 15% 페널티를 받고도 경선에서 승리했다”며 “그 당(국민의힘)이 내게 베풀어 준 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3년 전 윤석열에게 민심에서 압승하고 당심에서 참패했을 때 탈당하려고 했으나 마지막 도전을 위해 보류했다”며 “이번 경선에서도 사기 경선을 하는 것을 보고 내 청춘을 묻은 그 당을 떠났다”고 전했다.
당장은 대선에 관여하지 않겠단 뜻을 전했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귀국 후 정계 복귀가 이뤄질 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