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영부인, 검증 사각지대...정치 수준 높이고 국민 알 권리 실현"
이재명 "말이 되는 얘기인가" 이준석 "김용태, 앞에 있었다면 혼났을 것"
김문수 "배우자 검증은 기본...거절할 필요 없어"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대통령 후보 배우자들의 TV 생중계 토론을 제안한 것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선거를) 장난치듯 이벤트화해선 안 된다"며 단칼에 거절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언제까지 망상 때문에 시간 낭비를 한 건가"라고 맹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TV생중계 토론 제안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영부인은 단지 대통령 배우자가 아니다"라며 "대통령 곁에서 국민과 가장 가짜운 자리에 서 있는 공인이다. 때로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향한 배려와 공감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상징적 역할도 수행했고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우리 정치에서 영부인의 존재는 오랫동안 검증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지난 시기 대통령 배우자 문제는 국민께 희망보다는 실망을 드렸고 통합보다는 분열을 안겨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더이상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대통령 배우자의 사회적 영향력은 크지만 이에 대한 검증은 턱없이 부족하다. 영부인의 역할과 관련한 법적 규정도, 제도도 미비하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설난영 여사와 김혜경 여사, 두 후보 배우자의 티비토론을 제안한다. 여성과 아동,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철학은 물론 영부인 역할과 책임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국민 앞에서 진솔하게 나눠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토론은 특정 배우자를 겨냥한 게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정치 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제도화하는 첫걸음이다. 국민이 대통령을 고를 때 그 곁에 설 사람에 대해서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상식적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TV토론은 사전투표 전에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며 "이재명 후보 측의 입장을 5월 23일까지 밝혀주기를 정중히 요청드린다. 민주당의 전향적 수용을 기대하며 국민 앞에 더 성숙한 정치 문화를 함께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설난영 여사와는 협의됐느냐'는 물음에 "선대위 차원에서 후보 측과 충분히 교감을 이뤘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오늘 제안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영부인 역할 관련해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여러 가지를 반성하고 대한민국의 정치 문화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고자 대통령 선거 일정 맞춰 국민들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자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토론을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 때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 제안하는 건 특정 배우자를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는 "그때는 제가 비대위원장이 아니었고, 제가 비대위원장이 돼서 빠르게, 놀랄 만큼 변화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며 "대한민국 영부인이 가진 사회적 위상과 역할이 있다. 거기에 대한 많은 갈등과 분열이 있었다. 저희도 반성하면서 제안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배우자가 없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관련해선 "개혁신당에서 특별히 추가할 부분, 의견이 있으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신성한 주권 행사에 장난치듯 이벤트화" 이준석 "망상으로 시간 낭비"
이재명·이준석 후보는 강하게 비판했고, 김문수 후보는 배우자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그러면 (배우자가 없는) 이준석 후보는 어떻게 하나"라며 "그것이 그 당의 문제다. 즉흥적이고, 무책임하고 대책 없고, 그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신성한 주권 행사의 장에 그런 식으로 장난치듯이 이벤트화해서는 안 된다. 격식에 맞게 말해달라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특히 김 위원장을 겨냥해 "그분이 '120원짜리를 8천원 비싸게 팔고 있다'고 내가 말했다고 조작한 그 분이죠"라며 "그거 처벌받아야 된다. 그럼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 있는 사람들은 선거에 이기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이런 '아무말 대잔치'를 하면서 선거를 이기겠다는 생각이 뭔지 모르겠다"며 "제발 스스로 작전이 안 나오면 돈 주고 컨설턴트를 쓰든지 했으면 한다"고 직격했다.
그는 "언제까지 국민의힘의 망상 때문에 시간낭비를 해야 하는 것이냐"라며 "김 위원장이 앞에 있었으면 저한테 엄청 혼났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친이준석계인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멤버였으나 이후 총선 국면에서 탈당하지 않고 국민의힘에 잔류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후보자 검증이 기본이지만 배우자, 가족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국민이 알 필요가 있고, 알고 투표하면 정확한 투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며 "저는 거절할 필요도 없고, 이런 부분이 엄정히 될 필요가 있다면 검증도 하고 토론도 하고 그런 건 기본적인 것 아닌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