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만나 "국민통합 위해 전 정권 장관 유임 필요"
현충원 참배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 실현" 의지 다져
우원식 의장과 첫 접견…"야당도 추경표결 참여해야"
이 대통령, 김 총리에게 "급한 업무 처리해 달라" 당부
李정부 첫 고위당정회의 6일 주재…물가·추경 집중 논의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임명동의안 투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임명동의안 투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의 첫 날 첫 행선지는 '민심 청취'와 '소통'이었다. 주요 공직에 임명된 이들이 의례적으로 현충원을 찾는 것과는 달리 신임 김 총리는 임명장 수여식 후 농성 중인 농민들과의 만남을 갖는 것으로 공식적인 첫 일정을 시작했다.

먼저 김 총리는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임명장 수여식에 배우자와 함께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 총리를 비롯해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윤창렬 국조실장,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등 7명의 정부 인사에게 임명장·위촉장을 수여했다.

임명식에는 정부 인사들과 배우자들이 참석해 이 대통령과 환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이 주요 공직자에게 임명장을 직접 수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명식 수여식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김 총리에게 임명장을 건네며 "잘 부탁드린다"며 손을 내밀었고, 김 총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악수를 나눴다.

이어 이 대통령은 김 총리 배우자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꽃다발을 받은 배우자가 두 차례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하자 이 대통령은 "고개 너무 많이 숙이지 마세요,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인다)"고 농담을 건넸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기념 촬영을 위해 다시 단상 위로 올라오던 김 총리 역시 함박웃음을 터뜨렸고 현장에 모인 다른 참석자들도 함께 웃으며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 총리 부인 이태린 씨.[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 총리 부인 이태린 씨.[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 대통령, 김 총리에게 "급한 업무 처리해 달라" 당부

이재명 대통령은 4일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국정운영에 속도를 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김 총리에게 "총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바뀐다"며 "장관이 임명되기 전이라도 차관들과 급한 업무를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김 총리는 "새벽 총리가 돼 국정운영의 체감 속도를 더 높이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국정 논의와 집행 과정, 절차 등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만약 업무에 착오나 오류가 있으면 빠르게 인정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책임을 지는 게 공직자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항의 집회 중인 농민단체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항의 집회 중인 농민단체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농민단체 만나 "국민통합 위해 전 정권 장관 유임 필요"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김 총리는 곧바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 결정 철회를 주장하며 농성 중인 전국농민회총연맹, 농민의길 등 농민단체를 만났다.

이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농업4법'을 '농망4법'이라고 했던 송 장관의 유임을 반대하며 송 장관이 물러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김 총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예정보다 늦게 와서 죄송하다"며 말을 건넸다.

잠시 자리를 정돈한 후 농민들과 함께 바닥에 둘러앉은 김 총리는 편하게 이야기 나누길 제안하며 겉옷과 넥타이를 풀고 다소 편안한 차림새로 자리했다. 농민들이 "총리께서 오셔서 긴장된다"고 하니 "긴장 마세요, 이재명 정부는 대화할 때 긴장을 푸는 정부예요"라고 하자 농민들도 함께 웃으며 다소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김 총리는 농민들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기거나 집중하는 모습, 때로는 눈을 마주치며 웃는 모습 등을 보이며 대화를 나눴다. 농민들이 송 장관에 대해 우려하는 점들을 전달하는 동안 김 총리는 직접 가져온 수첩에 메모하며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김 총리는 "내란 관여 등 여러 다른 조건을 고려해 송 장관을 유임하기로 했다"는 취지로 농민들을 설득했다.

농성자 대표는 "농민들의 얘기를 들어달라고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이재명 정부의 첫 선물이 송 장관 유임일지 몰랐다, 농민들의 기대가 처음부터 사그라졌다"고 말했다. 다른 농성자는 "총리께서 많은 농민들을 고려해서 (유임철회를) 도와 달라"고도 했다.

농민들은 "내란사태를 극복하며 들어선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정부로서 농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판에 내란 책임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농업 4법을 '농망 4법'이라 폄하하며 농민 가슴에 대못을 박은 송 장관의 유임 결정이 가당키나 하느냐"고 토로했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가 내란농정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한다면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해달라고 촉구했다.

30여 분간 농민들의 이야기를 수첩에 써내려간 김 총리는 "사실 나는 도시에서만 자라 정치를 하면서 농업과 농촌 경험이 없다는 한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완할지 늘 고민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김 총리는 송 장관 유임 건에 대해 농민들이 우려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힌 뒤 "저는 송 장관을 직접 임명한 사람은 아니라 이 대통령의 입장을 100% 대변하긴 어렵다"고 전제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여러분의 얘기를 들어보면 100% 공감이 간다, '왜 하필 송미령이지, 왜 우리에게 미리 설명을 안 해줬지'라는 마음이 클 것"이라며 "송 장관 유임이 이재명 정부의 새로운 농업 정책 방향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건 확실히 아니다"라며 "대통령께서는 단지 지난 정부의 장관을 유임하는 게 국민 통합 측면에서 의미 있다는 생각이 컸고 지난 정부가 특별히 잘한 분야가 없기 때문에 누굴 해도 쉽지 않을 거란 고민이 있었다"고 유임 배경을 설명했다.

김 총리는 "상대적으로 내란 과정에 관여 정도가 덜한 것 아니냐는 판단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조건을 고려했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송 장관을 (유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농민들을 달랬다.

김 총리는 농민들의 염려를 충분히 듣고 난 뒤 농민단체에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농업4법' 개정의 취지와 송 장관의 유임 배경 등을 설명하며 우려사항은 전달하되, 정부의 추진 방향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공감해줄 것을 요청했고 농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농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정부의 입장을 이해시키기 위한 첫 발걸음으로, 김 총리는 집회를 멈출 것을 설득했고 농민단체는 당장 농성을 중단하겠다는 확답은 하지 않았지만 50여 분 가량 서로 대화를 나누며 정책이 방향성과 민심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총리는 취임 뒤 '2주일 이내의 만남'을 요청하는 농민들의 의견을 그 자리에서 수락하며 "취임 이후에는 세종시에서 1주일간 머물며 농식품부 등 정부 부처들의 업무를 파악하고 송 장관에게 우려 지점을 확실히 이야기 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충원 참배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 실현" 의지 다져

농민과의 대화를 마친 김 총리는 오후 12시 15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현충원 방명록에는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 꼭 실현하겠습니다"라고 작성했다.

조용히 현충탑 분향을 마친 김 총리는 국회로 이동해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방명록에 남긴 글. [사진=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방명록에 남긴 글. [사진=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이 4일 국회의장실을 예방한 김민석 국무총리와 인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이 4일 국회의장실을 예방한 김민석 국무총리와 인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원식 의장과 첫 접견…"야당도 추경표결 참여해야"

이후 국회로 이동해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김 총리는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우 의장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을 피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위해 국회 담을 넘은 것을 언급하며 "역사의 귀한 장을 열어줘 감사하고 영광이다, K-민주주의 역할을 해줬다"고 치켜세웠다.

김 총리는 "헌법상 국가서열이 대통령, 대법원장, 국회의장, 국무총리인데 한국이 민주공화국으로 입법부와 사법부를 중시하는 성격을 반영한 것 아닌가 한다"며 "총리도 행정부 수반과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으로 가장 중요한 헌법기관인 국회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 의장이 우리가 함께 걸어갈 민주주의의 힘을 잘 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민생경제 하면 우 의장"이라고 덧붙였다

우 의장은 "대한민국은 대내외적 불확실성 등 복합위기에 맞물린 때"라며 "국민들은 정부가 하루빨리 위기를 돌파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고, 국회도 그런 염원을 알아 무겁게 받아들이며 임명을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판단해 총리 인준 절차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총리로 균형을 잘 잡고 위기를 극복해 민주주의를 넘어서고 국민의 삶을 잘 살피는 변화를 끌어내는 국정운영 중심에 설 것이라 믿는다, 각 부처는 물론 국회와도 활발히 소통해 국정 안정, 민생 회복 과제를 균형 있게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김 총리는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우 의장은 사회적 대화에 관심이 많고 저도 행정부 내에서 총리로 해야 할 일로 사회적 대화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어 함께 논의하고 협력하고 적절하게 분담할 영역이 많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추경안을 두고 여야 협상이 결렬된 것과 관련해선 "어제 총리 인준 표결도 (국민의힘이)들어와서 표결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아쉽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해야 민주주의를 온전히 발현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참여가 다 이뤄지지 않은 것이 단독이라 표현할 수 있나, 다 참여해 가부간 결정되는 것이면 국민이 더 보기 좋을 것"이라며 추경 표결에 국민의힘이 참여해 줄 것을 촉구했다.

김 총리는 오후에 열릴 본회의에서 민생회복지원금 예산 등이 담긴 추경안이 상정돼 의결되면 인사말을 전할 것으로 전해졌다.

李정부 첫 고위당정회의 6일 주재…물가·추경 집중 논의

오는 6일에는 김 총리가 처음으로 주재하는 이재명 정부의 첫 고위당정협의회가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다.

당·정·대 간 회동을 열고 민생 등 현안 논의를 할 에정이며 협의회에서는 추가경정예산안의 집행 방안과 물가 대책, 폭염과 수해 등 재난안전대책 등이 폭넓게 논의될 전망이다.

고위당정회의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과 김윤덕 사무총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 등이 자리한다.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등이 참석한다.

정부 측에서는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을 비롯해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겸 1차관,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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