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국회의원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와 시행을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8/703794_515379_444.jpg)
[폴리뉴스 주성진 기자] 2025년 8월,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최종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한국의 산업 현장과 경제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법 개정은 노동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하청·간접고용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한다. 노동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정당한 권리를 되찾았다"고 평가한 반면, 재계는 기업 경영 불확실성 확대와 경제 전반의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개정을 "노동 기본권 회복의 분기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파업 등에 나선 노동자들이 개인적으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려야 했던 현실을 감안하면, 노조 활동의 위축을 막고 보다 실질적인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특히 하청 노동자나 간접고용 노동자들도 원청을 상대로 교섭하거나 파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산업 구조 내 노동권 사각지대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경제계는 극심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기업의 예측 가능성과 경영 안정성이 훼손될 것"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다수의 제조업체와 대기업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확대되면서, 생산 차질과 법적 분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글로벌 투자 환경에서도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기업 친화적 환경을 중시하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노사 분쟁 리스크가 증가할 경우 한국 투자를 신중하게 재검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노동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 평가를 위한 법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의 효과가 단기적 충격 이후 노동시장 구조의 중장기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노동권 강화가 곧바로 생산성 향상과 사회적 대타협으로 이어진다면 긍정적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노사 간 갈등이 증폭되고, 파업이 잦아질 경우 산업계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이 법안은 파업과 같은 정당한 쟁의행위조차 '불법'으로 간주되며 발생한 손해를 이유로 노동자 개인에게 수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돼온 현실을 문제 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사건,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파업, 그리고 화물연대 파업 등이 있다. 이들 사건에서 노동자들은 파업 후 수년간 소송과 가압류에 시달리며 생계에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법안 발의에 대해 노동계는 즉각적인 환영 입장을 밝혔다.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손배소는 노동자들의 입을 막고 삶을 파괴하는 도구로 전락해왔다"며 "노란봉투법은 헌법 정신을 되살리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노동자들은 수천만 원의 손해배상 판결로 인해 퇴직금이 압류되거나 주거지까지 경매에 넘어간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경제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 입장에서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구제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박탈당하는 셈"이라며, "파업의 범위와 정당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손배 청구를 제한하면 노조의 무리한 쟁의행위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일부 법학자들은 "개인에게 과도한 손해배상을 묻는 관행은 사실상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법안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당한 쟁의행위와 위법 행위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명확히 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라고 진단했다.
정치권은 이번에도 노란봉투법을 두고 강하게 갈라진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진보 성향 정당들은 법안 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반면, 보수 야당은 "불법 파업 면죄부를 주는 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여당 일부 의원들은 "노조의 법적 책임은 남겨둬야 사회 전체가 균형을 이룬다"며 대체 입법을 추진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의 자유'와 '기업의 손실 보전'이라는 두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다. 이번 발의를 계기로 손배소 제도 전반에 대한 사회적 성찰과 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권 보호와 기업의 책임 사이에서 사회적 합의가 어떻게 형성될지 주목이 된다.
아울러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는 한국 노동사에 있어 의미 있는 이정표로 평가된다. 하지만 법 시행의 진정한 성과는 현장에서의 균형 잡힌 적용과, 노동자와 기업 간 신뢰 회복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제도 운영 방향과 사회적 대화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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