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광복, 세계사적 관점서 보면 연합군 승리로 얻은 선물" 발언
金 "민족사적 시각과 다르다고 지적한 것...언론서 인용 부분만 발췌" 반박
민주당 "헛소리, 전 세계가 비웃을 일" "뉴라이트 친일 인사, 거취 결정하라" 

2024년 10월 22일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가보훈부, 독립기념관 등의 국정감사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4년 10월 22일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가보훈부, 독립기념관 등의 국정감사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윤석열 정부에서 지명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광복 경축 행사에서 "우리나라의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발언해 비판이 쏟아졌다. 김 관장이 "왜곡 보도"라고 반박했지만 여당은 정부에 파면을 촉구했다. 

김형석 관장은 지난 15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집에서 가진 광복 80주년을 맞아 '겨레의 빛' 경축 문화행사 기념사에서 "광복에 관한 역사 인식이 다름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관장은 이어 "이런 시각에서 해방 이후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들의 필독서이던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에는 '해방은 하늘이 준 떡'이라고 설명한다"며 "그러나 이 같은 해석은 '항일 독립전쟁 승리로 광복을 쟁취했다'는 민족사적 시각과는 다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민족은 세계가 주목하는 3·1운동으로 '자주 독립국'임을 선언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전개됐다"며 "중국 상하이에 세워진 임시정부는 독립을 위한 외교활동과 일제에 맞선 무장 항쟁을 병행하여 국제적인 여론을 환기시켰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또 "1932년 4월 29일 24살의 청년 윤봉길은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열린 일본 천장절 및 전승 기념식장에 폭탄을 투척하여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며 "그가 의거 직전에 '두 아들에게 남긴 유서'에는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여 에디슨 같은 발명가가 되어라'고 적혀 있었다"고 했다.

이어 "윤봉길이 조국 독립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희생하면서도 두 아들은 과학자가 되기를 소망하였던 것처럼 역사의 이면에는 다양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이해하는 데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그 다름이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역사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그 바탕 위에서 국민통합을 이루고, 진정한 광복의 완성인 통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 관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세계사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민족사적 입장에서 볼 때 우리 선열들의 투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제는 국민들이 독립 정신을 하나로 해서 앞으로 국민 통합과 통일을 향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관장은 이날에도 반박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해 "'해방은 하늘이 준 떡'이라는 함석헌의 해석이 '항일 독립전쟁의 승리로 광복을 쟁취했다'라는 민족사적 시각과 다른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3.1운동과 임시정부의 독립투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며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뒷부분은 모두 빼버린 채 '연합국의 승리로 광복이 됐다'는 인용 부분만 발췌해서 내용을 왜곡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또 윤봉길 의사의 유언에 대해서는 "'24살의 젊은 청년 윤봉길이 조국 독립을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하면서도 두 아들은 과학자가 되길 소망했다'라고 소개해, 윤 의사의 독립 정신과 더불어 휴머니즘을 강조한 것"이라며 "윤 의사의 유언을 폄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병기 "헛소리, 전 세계가 비웃을 일" 문금주 "뉴라이트 친일 인사, 거취 결정하라"

이에 대해 여당은 "매국노"라며 "정부는 김 관장을 당장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 관장이 반박 보도자료를 낸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설(妖說)'이라는 제목으로 "김형석이 자신의 궤변 비판에 반성은커녕, 자신의 광복절 기념사는 광복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상반된 시선을 지적하고. 국민 통합을 강조한 것이라고 항변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마디로 요설"이라며 "이런 X 소리에 대꾸해야 하는 현실에 분노한다.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이런 인간이 나대는 세상이 되었는지"라고 한탄했다. 

그는 "백 번을 양보해서 김형석 당신이 민간인이라면 혹 '그럴 수도 있나?'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신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왜곡하는 자들에게 독립운동의 숭고함을 앞장서서 설파해야 할 독립기념관장이다"라며 "당신이 중립을 가장해 현란하게 혀를 놀리며, 독립투쟁을 폄훼하려면 절대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신 같은 자는 반드시 파면시켜 역사의 기록에 남겨야 한다"며 "정부는 이 자를 최대한 신속하게 파면시킬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나라를 팔아먹어야만 매국노가 아니다"라며 "이런 자에게 국민 세금을 단 1원도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윤석열에 지명된 김형석이 한 일은 독립운동 부정이 전부"라며 "작년 광복절에는 개관 후. 처음 독립기념관 경축식을 취소했고, 올해는 경축사에서 항일 독립투쟁을 비하했다"고 직격했다.

이어 "'광복이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는 헛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는 자가 독립기념관장이라니. 전 세계가 비웃을 일"이라고 분개했다. 

김 원내대표는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매국을 방치한다면, 누란의 위기 때 국민께 어떻게 국가를 위한 희생을 요구하며, 누가 헌신하겠나"라며 "법적 권리 운운하며 세치 혀를 놀리는 김형석에게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느낀다. 순국선열을 욕보인 자는 이 땅에 살 자격조차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를 부정하는 김 관장을 포함한 뉴라이트 친일 인사들은 하루빨리 본인의 거취를 결정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 원내대변인은 "김 관장은 내란 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뉴라이트 친일인사로, 많은 국민의 공분을 사는 부적절한 망언을 일삼았던 전력이 있는 사람"며 "이러한 사람을 항일의 역사를 기념하는 독립기념관의 수장으로 임명한 윤석열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와 국민을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청산되어야 할 친일 인사에게 국민 혈세로 임금이 지급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들께서는 공분하고 계신다"며 "윤석열에 의해 임명되어 아직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김 관장, 박선영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장,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등 뉴라이트 친일 및 역사왜곡 세력들은 하루빨리 스스로의 거취를 결정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김형석 관장 기념사 전문]

<광복 80주년을 맞는 우리의 사명>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 자리에 참석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우리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이 땅의 국권을 되찾은 그날의 감격을 다시금 기리기 위해 독립기념관에 모였습니다. 우리 독립기념관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김구 주석이 1941년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미우스 신부에게 준 태극기가 소장되어 있습니다. 내용을 현대어로 의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우사 신부님에게 부탁합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복을 내려주려고 성심껏 도와주고 있으니, 이번에 여행하는 어느 곳에서나 우리 한인을 만나는 대로 이 말을 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망국의 설움을 면하려거든, 자유와 행복을 누리려거든, 정력·인력·물력을 모두 광복군에 바쳐 힘을 가진 세상의 나쁜 무리인 원수 일본을 타도하고 조국의 독립을 완성하자." - 1941년 3월 16일. 충칭에서 김구 드림

여기서 우리는 광복절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 배후에는 광복군 활동을 지원한 이름 모를 국내․외 후원자들과 벨기에 출신의 미우사 신부와 같은 세계인이 자리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광복은 세계사적인 사건입니다.

1945년 8월 15일 우리 조상들은 해방을 맞이했습니다. 36년의 일제 식민지 통치 아래 갖은 핍박과 고통을 이겨내고 불굴의 투쟁정신으로 독립을 쟁취한 날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민족의 얼'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던 민족주의 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위당 정인보 선생은 광복의 기쁨을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날이 사십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라고 노래하였습니다.

정인보가 "길이길이 지키자"라고 부르짖었던 대한민국은 지금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를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 대국' '문화강국'을 건설했지만, 자랑스러운 역사의 이면에는 '갈등 공화국'이라는 심각한 사회 문제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통합'을 강조하면서 "국민 통합은 대통령 책임"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렇게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가 '국민 통합'인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갈등에는 역사문제가 한 몫을 차지하고, '광복'에 관한 역사인식의 다름이 자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해방 이후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들의 필독서이던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에는 "해방은 하늘이 준 떡"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은 "항일 독립전쟁 승리로 광복을 쟁취했다"는 민족사적 시각과는 다른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세계가 주목하는 3·1운동으로 '자주 독립국'임을 선언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중국 상하이에 세워진 임시정부는 독립을 위한 외교활동과 일제에 맞선 무장 항쟁을 병행하여 국제적인 여론을 환기시켰습니다.

1932년 4월 29일 24살의 청년 윤봉길은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열린 일본 천장절 및 전승 기념식장에 폭탄을 투척하여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가 의거 직전에 <두 아들에게 남긴 유서>에는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여 에디슨 같은 발명가가 되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윤봉길이 조국 독립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희생하면서도 두 아들은 과학자가 되기를 소망하였던 것처럼 역사의 이면에는 다양성이 존재합니다.

광복은 '과거의 종결'이 아니라 '미래를 여는 책임'입니다. 우리는 오천년의 역사를 공유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역사를 이해하는 데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그 다름이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역사전쟁을 끝내야 합니다. 그 바탕 위에서 국민통합을 이루고, 진정한 광복의 완성인 통일로 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광복 80년을 맞이한 우리가 다져야 할 사명입니다. 

2025년 8월 15일 

독립기념관장 김 형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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